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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또 세계 전염병 원흉됐다…"바이러스 갖고도 40년 살아"

등록 2020.01.30 16: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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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 면역 체계 약화시켜 염증 반응 줄여

中과학자 "코로나바이러스 진원 될 것" 예상

원인은 '박쥐' 아닌 '사람'…야생동물 판매 중단해야

[우랄라=AP/뉴시스] 지난 8일 호주 북부 우랄라 지역에서 야생동물 보호단체가 어린 박쥐들에 먹이를 먹이고 있다.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은 '박쥐'로 추정되는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29일 박쥐와 바이러스에 대한 주의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2020.1.30.

[우랄라=AP/뉴시스] 지난 8일 호주 북부 우랄라 지역에서 야생동물 보호단체가 어린 박쥐들에 먹이를 먹이고 있다.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은 '박쥐'로 추정되는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29일 박쥐와 바이러스에 대한 주의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2020.1.30.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진원은 '박쥐'로 추정된다.

2003년 중국에서 발발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관박쥐, 2014년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사태는 과일박쥐, 메르스 바이러스의 원조 숙주는 이집트무덤박쥐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질문은 어떻게 박쥐는 그렇게 많은 바이러스를 갖고도 생명을 유지하는가로 넘어간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세계 과학자들의 연구를 인용해 박쥐가 어떻게 수많은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능력을 갖게 됐는지, 이들은 어떻게 새로운 면역 체계를 만들었는지 설명했다.

미국 콜로라도주립대의 콜린 웹 교수는 2013년 영국 '왕립학회보B'에 박쥐가 보유한 바이러스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박쥐가 보유한 바이러스는 137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사람에게도 감염되는 '인수공통 바이러스'는 61종에 달한다.

박쥐 종별로 평균 2.71종의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으며 인간에게 옮길 수 있는 바이러스는 평균 1.79종 상당이다.

그런데도 박쥐는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는 경우가 적다.

중국과 싱가포르 공동연구팀이 2018년 세계적인 감염 면역 연구분야 학술지 '셀 호스트 앤 마이크로브(Cell Host & Microbe)'에 발표한 논문에 이에 대한 답이 나온다.

박쥐는 포유류 가운데 유일하게 날아다닐 수 있는 동물이다. 사람들은 박쥐가 '날개'로 난다고 인식하지만 이들에겐 날개가 없다. 해부학적으로 따진다면 이 부위는 '앞발'이다. 박쥐는 앞발의 피부막으로 날아다닌다.

날개가 없는 박쥐는 비행에 거의 모든 에너지를 소진한다. 심지어 일반적인 포유류의 경우 세포의 DNA가 손상되지 않는 체내 부분에서도 DNA 손실이 발생한다. 바로 이 손실이 박쥐가 살아남는 핵심이다.

논문에 따르면 박쥐는 바이러스가 체내에 침입했을 때 염증을 일으키는 면역 체계를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진화했다. 염증 자체가 생명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박쥐는 바이러스가 몸으로 들어오더라도 강하게 물리치는 방식이 아니라 '적당히 반응'하는 식으로 균형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숙주가 되는 법을 익힌 것이다.


[서울=뉴시스]호주 멜버른 소재 피터 도허티 면역·감염 연구소가 29일 성명을 내고 "과학자들이 환자 샘플로부터 우한 코로나바이러스를 성공적으로 배양했다"고 밝혔다. (사진출처=피터도허티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2020.01.29.

[서울=뉴시스]호주 멜버른 소재 피터 도허티 면역·감염 연구소가 29일 성명을 내고 "과학자들이 환자 샘플로부터 우한 코로나바이러스를 성공적으로 배양했다"고 밝혔다. (사진출처=피터도허티연구소 홈페이지 캡처) 2020.01.29.



중국의 과학자들은 박쥐와 바이러스에 대한 주의 깊은 연구 내용을 지난해 발표한 바 있다.

NYT에 따르면 작년 봄 중국과학원의 한 연구팀이 박쥐와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한 취재에서 "박쥐는 다음 코로나바이러스 질병의 원인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발언한 바 있다고 전했다.

중국 연구팀은 당시 "이러한 점에서 중국은 다음 질병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중국 과학자들 사이에서 이는 '통념'에 가까웠다고 NYT는 전했다.

박쥐는 동굴이나 폐광 등 폐쇄적인 곳에 서식한다. 설치류, 영장류, 조류 등과 달리 인간과의 접촉이 매우 낮다. 그런데도 이들이 사람에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유는 뭘까.

첫 번째는 종이 매우 다양하다는 데 있다. 박쥐의 종은 1000종이 넘는다. 포유류 종의 4분의 1이 박쥐다. 한 동굴에 여러 종이 살고 있어 서로에게 바이러스를 빠르게 옮긴다. 두 번째는 이들은 넓은 분포에 있다. 박쥐는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 살고 있다. 이들의 비행 능력은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박쥐는 작은 포유류로서 이례적으로 오랜 수명을 자랑한다.

박쥐들의 평균 수명은 약 40년이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추운 러시아 시베리아에 사는 박쥐들은 약 41년을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 흔히 발견되는 큰갈색박쥐(Big brown bat)는 야생에서 20년을 산다.

비슷한 크기의 포유류인 집쥐 등의 평균 수명이 2년 안팎임을 감안하면 놀랄 정도로 길게 사는 셈이다.

미국 비정부기구 '에코헬스 얼라이언스(EcoHealth Alliance)'의 피터 다작 박사는 박쥐에 대한 연구와 추적 관찰은 다양한 바이러스로 인한 발병을 억제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가 바이러스의 근원을 알지 못한다면 오늘과 같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계속해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NYT는 박쥐에 대한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며, 이들의 생리학 역시 파악이 필요하다면서도 '박쥐를 이 모든 질병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작 박사는 "모든 원인은 박쥐의 생태를 잠식한 인간으로 인해 시작됐다"며 "시장에서의 야생동물 판매 중단은 미래의 질병을 차단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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