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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바위로 전환하는 방식 상업화한다

등록 2021.11.04 11:2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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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스위스 벤처기업의 새로운 탄소 저감 방식 소개

[서울=뉴시스]아이슬란드 카브픽스사가 탄산수를 수백m 지하 현무암에 주입하는 현장으로 이 방식은 이산화탄소를 2~3년내 암석으로 바꾼다. (출처=NYT 홈페이지 사진캡쳐) 2021.11.04.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아이슬란드 카브픽스사가 탄산수를 수백m 지하 현무암에 주입하는 현장으로 이 방식은 이산화탄소를 2~3년내 암석으로 바꾼다. (출처=NYT 홈페이지 사진캡쳐) 2021.11.04.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스위스의 한 벤처기업이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서 32km 떨어진 화산지대에서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탄산수를 만든 뒤 땅속 깊은 곳에 묻은 뒤 암석으로 만드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소개했다.

NYT는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나무를 심는 경우 나무가 썩거나 벌목한 뒤 태워지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고 석유와 가스를 채굴해 비어 있는 지하 공간에 이산화탄소를 가두는 방법도 결국 누출되기 마련인 등 한계가 있지만 이 회사는 2~3년에 걸쳐 이산화탄소를 바위로 만드는 방식으로 영구적으로 제거한다고 강조했다.

스위스의 벤처기업 클라임웍스(Climeworks)가 이 작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9월부터다. 이 회사는 세계 최대 크기의 상업화된 공기직접흡수장치(DAC) 오르카를 가동해 공기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일을 진행중이다.

오르카는 대형 컨테이너 크기의 에어컨처럼 생긴 상자 4개를 겹쳐둔 모양이다. 이 장치는 인근 헬리쉐이디 지열발전소에서 전력을 공급받아 가동된다. 각 컨테이너마다 12개의 커다란 원형 팬이 돌면서 철로 된 커다란 상자 안으로 공기를 불어넣으면 지구온난화의 주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상자 안에 담긴 모래 형태의 필터물질과 결합한다.

카브픽스라는 아이슬란드회사가 이 물질을 넘겨 받아 지열 발전소에서 받은 에너지로 열을 가해 다시 이산화탄소를 배출시킨 뒤 물과 섞어 마실 수 있는 탄산수를 만든다. 그 뒤 이 물을 땅속 수백m 속 현무암에 묻으면 2~3년에 걸쳐 이산화탄소가 바위로 바뀌게 된다. 보통 수백년이 걸릴 것이라는 상상을 뛰어넘는 결과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곳 아이슬란드 화산지대에서처럼 현무암 수백m 깊은 곳에 탄산수를 묻는 방법을 사용하는 곳은 없다.

철로 만든 이글루처럼 생긴 건물 속에서 클라임웍스의 DAC가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땅속 깊은 곳에 묻는 시설물 현장은 마치 우주영화의 한 장면 같은 모습이다.

오르카 장치는 세계 최초로 상업적 DAC 장치에 대해 비용을 받는다. 매년 4000 입방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대가로 8000명에 달하는 온라인 가입자들로부터 정기적으로 돈을 받고 있으며 스트라이프, 스위스 리, 아우디,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회사들한테도 돈을 받는다.

록밴드 콜드플레이도 최근 자신들이 배출하는 탄소를 상쇄하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돈을 내기 시작했다. 오르카는 조만간 자신들이 제거하는 이산화탄소량을 늘려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오르카가 연간 제거하는 이산화탄소량이 아직 전세계 인구가 3초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연간 400억 입방t에 가깝다. 그렇지만 대기를 씼어서 탄소를 끄집어내고 이를 땅속으로 묻는 개념은 최소한 과학소설의 한 장면이 현실의 과학으로 전환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클라임웍스의 공동설립자 크리스토프 게발트 박사는 2050년까지 넷 제로(net zero, 배출가스 증가량 제로)를 달성하기로 한 글래스고 기후회의 덕분에 이 기술이 앞으로 3~40년 안에 수조달러 사업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게발트 박사는 오르카의 연간 생산량은 2060년에 매년 50억 입방t 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현대 대기 과학이 우리가 달성하길 원하는 목표와 일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르카사가 이산화탄소 1입방t을 처리하는 비용은 현재 600~800달러(약 71만~94만원)에 달한다.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2030년 비용이 200~300달러로, 2035년에는 100~150달러(약 11만8000~17만7000원)로 줄 것이라고 게발트박사는 전망했다.

오르카 방식은 이윤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보조금을 받아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풍력이나 태양열 사용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카브픽스사는 현재 현무암이 이산화탄소와 결합해 암석으로 바뀌는 다른 암석들을 시험하고 있으며 민물이 부족한 곳에서 바닷물을 사용하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카브픽스사는 2007년 올라프르 라그나르 그림슨 아이슬란드 대통령이 시작한 연구 프로젝트로 만들어졌다. 그림슨 대통령은 산성이 매우 강한 아이슬란드 현무암이 쉽게 이산화탄소를 암석으로 바꿀 수 있다는 말을 과학자들로부터 듣고 연구를 시작했다.

2016년 20년의 대통령 임기에서 물러난 그림슨 박사는 최근 글래스고 유엔 기후회의에서 "미국 투자자들이 신이 나서 신생 스위스 기업에 투자상담을 벌이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소개했다.

그림슨 박사는 그러나 글래스고 회의에 대해 "회의가 기본적으로 탄소 배출 저감 방법에만 집중하고 있는 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공기중에 이미 배출돼 있는 이산화탄소를 없앨 필요가 있다. 이 일을 하루빨리 시작하지 않으면 기후변화 방지를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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