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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급난 장기화…10년 전 기술 '생명 연장'

등록 2021.11.17 05: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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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부족 사태에 8인치 파운드리 등 재조명

'세대교체' 앞둔 D램 시장서도 DDR3 '반짝' 인기

공급난 장기화 우려로 '로우-테크' 전환 움직임도

[서울=뉴시스] 이인준 기자 =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난이 지속되면서 과거 유물로 취급받던 기술이 재조명되고 있다.

첨단 기술 진화의 속도를 고려하면 이미 사양길에 접어들었을 만도 한 데, 공급난 속에서 구세대 기술이 다시 두각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반도체 공급 경색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구세대 유물 취급받던 기술이 얼마나 더 생명력을 이어갈지 주목을 받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8인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반도체 웨이퍼(원형의 판)는 6인치에서 8인치, 12인치에서 15인치로 끊임없이 진화해왔다. 웨이퍼가 커질수록 더 많은 칩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원가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현재 주력 시장은 12인치로 삼성전자, TSMC 등 반도체 시장 선도 기업들은 이미 2010년을 전후로 생산 체제를 전환한 상태다.

반면 일부 업체들은 무리하게 12인치로 체제를 전환하기보다 8인치 시장에 머물며 공정기술을 강화하는 길을 택했다. 국내 업체 중에는 DB하이텍, 키파운드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도체 공급난 상황에서 이 같은 결정은 전화위복

수요 업체들의 예측 실패로 예전력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이미지센서 등 최근 8인치 웨이퍼를 통해 만드는 제품들의 공급난이 심화한 것이다.

8인치 시장은 초미세화 추세를 거슬러 역주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8인치 파운드리 업체인 키파운드리의 인수 계획을 발표하고, 관련 분야 생산능력을 2배 확대하겠다고 공식화했다. 또 8인치 웨이퍼 기반의 DB하이텍도 올해 3분기 매출이 3284억원, 영업이익 1190억원으로 분기 최고 실적을 거뒀다. 이 회사가 10년 넘게 적자 행진을 이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반전이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서울 서초구 삼성 딜라이트샵에 전시되어 있는 반도체 패브리케이티드 웨이퍼. 2019.08.14.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서울 서초구 삼성 딜라이트샵에 전시되어 있는 반도체 패브리케이티드 웨이퍼. 2019.08.14. [email protected]

한편으로는 최근 DDR4에서 DDR5로 세대교체가 진행 중인 D램 시장에서도 아직 DD3 제품이 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DDR(Double Data Rate)은 JEDEC(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에서 규정한 D램의 표준 규격이다. 뒤에 붙는 숫자가 높을수록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소비 성능이 개선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세대교체가 답이다.

하지만 코로나19발 수요 폭증을 구가한 TV와 셋톱박스 등의 판매가 증가하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DDR3 등 구세대 제품도 자연스럽게 수요가 늘어났다. 고성능 D램 수요 증가 추세 속에서도 구세대 D램이 아직 현역 대접을 받는 상황이다.

구형 기술, 얼마나 오래갈까

특히 DDR3 2Gb x16 등 일부 품목의 경우 DDR 세대교체로 인한 생산량 감소, IT기기 판매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값도 뛰면서 시장 가치를 인정받았다. 외신 등 일부에서는 삼성전자가 2년 안에 DDR3 제품을 단종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으나 최근 반도체 공급난 지속을 고려하면 속단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해외에서도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구세대 공정을 활용한 새 공장 건립에 착수하는 역진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외신 등은 최근 TSMC가 일본에 첨단 미세공정과는 거리가 있는 22~28㎚(나노미터·10억 분의 1m) 공정의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 공장은 이미지센서나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과 같은 자동차용 반도체 양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TSMC는 내년 착공에 들어가 2024년 제품 양산을 목표로 하는데, 사실상 반도체 공급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형 기술이 얼마나 오랜 기간 생명력을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제품 성능과 시장 수요, 장비 노후화 등을 고려하면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될 경우 앞으로도 구형 기술이 틈새 시장으로서 유효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특히 8인치 파운드리 시장의 경우 12인치 대비 대량 생산에는 불리하지만, 다품종 소량생산에서 유리할 수 있어 당분간 수요가 꾸준할 전망이다.

또 최근 반도체를 구할 수 없게 된 일부 IT 업체들은 '다운 그레이드'라는 고육지책을 꺼내 들었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전자제품 업체들은 반도체를 덜 쓰거나, 비교적 구하기 쉬운 구형 부품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재설계하고 있다. 이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사양길에 접어 들었던 구형 기술이 또다시 역주행 할 수도 있다는 평가도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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