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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스틴 저작권 6500억원…음악 저작권 시장 급성장

등록 2021.12.21 10:14:47수정 2021.12.21 11: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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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유료가입 서비스 활성화로 음악 매출 급증

사모펀드들 저작권 안전자산 간주 수십억 달러 투자

소니 등 저작권 매입해 플랫폼 대항하는 협상력 높여

[서울=AP/뉴시스] 브루스 스프링스틴

[서울=AP/뉴시스] 브루스 스프링스틴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콜럼비아 레코드를 자회사로 둔 소니사가 록가수 부르스 스프링스틴의 저작권 전체를 5억5000만달러(약 6542억원)에 샀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매수금액은 한 음악가의 작품에 대한 비용으로는 가장 큰 것으로 음악계를 크게 놀라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음악계에선 갈수록 유명 가수들의 저작권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저작권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다. 봅 딜런이 자신의 저작권을 3억달러(약 3569억원)에 팔면서부터다. 이후 거래가 거의 없다가 최근 폴 사이먼, 닐 영, 스티비 닉스, 티나 터너, 머틀리 크루, 샤키라,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등의 저작권 전부 또는 일부가 팔렸다. 스팅과 데이비드 보위의 저작권 거래도 곧 성사될 전망이다.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음악 저작권의 가치를 산정하는 경제전문가 배리 마사스키는 "거의 모든 것이 거래된다. 지난해만 300건을 감정해 65억달러(약 7조7318억원)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적판이 들끓으면서 판매가 줄어 사양산업으로 치부돼온 음악계가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 유투브 등 스트리밍 유료 가입 서비스가 전세계적으로 성장하면서 음악산업의 수입이 급증하고 있고 저작권 가격도 덩달아 크게 오르고 있다.

사모펀드를 포함한 투자자들은 음악 로열티를 부동산처럼 수익률 예측이 가능하고 위험이 적은 안전자산으로 간주해 수십억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소니와 딜런의 저작권을 사들인 유니버설과 같은 음악 대기업들로선 저작권을 매수함으로써 스트리밍 서비스나 소셜미디어, 운동서비스, 게임 플랫폼 등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드레이크나 두아 리파와 같은 신예 가수들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저작권 시장은 옛날 가수들이 지배하고 있다. 빌보드차트에 정보를 제공하는 MCR 데이터에 따르면 음악 소비량 전체의 66%가 발매된 지 18개월이 지난 작품들이며 갈수록 오래된 노래들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음악인들로선 이같은 거래로 절세도 가능하다. 로열티는 일반 수입으로 분류되지만 저작권 매각 수입은 자본 이익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올해 일흔 두살인 스프링스틴은 앞 세대의 가수들과 달리 자신의 작품 저작권을 보유해온 1970년대 음악인 세대의 선두주자다. 

마이클 잭슨의 변호사 겸 유산관리인인 존 브란카는 "50년대 60년대 음악인들도 덩달아 이익을 보고 있다. 7~80년대 법적 보호 장치가 갖춰지면서 음악인들이 자기 작품에 대한 보다 강한 소유권과 협상력을 갖게됐다"고 말했다.

이들 중 많은 음악인들이 10년 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값에 자신의 저작권을 처분하고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와 같은 젊은 음악인들도 음악인들의 저작권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창작자의 동의없이 음악을 거래해온 시장을 비판해왔다. 스위프트의 경우 자신의 노래를 직접 녹음해 음악이 연주될 때마다 생기는 수입을 직접 챙기고 있다.

빌보드 전 편집장 출신인 시라큐스대학교 음악 산업 밴디어프로그램 책임자 빌 워드는 "자기 음악의 저작권을 보유하면 언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는 지를 결정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저작권을 파는 것은 음악에 대한 통제권을 넘기는 것이며 매수자는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저작권을 최대한 활용하게 된다.

스프링스틴은 소니에 매각하면서 자신의 작품을 활용하는 방식에 제한을 뒀다. 특히 "본 인  더 유에스에이(Born in the U.S.A.)와 "본 투 런(Born to Run)" 등 자신의 대표곡 두 곡을 광고에 활용하는 것을 못하게 했다.

스프링스틴은 활동 기간 내내 자신의 음악을 광고에 사용하는 것을 거절하다가 지난 2월 처음으로 수퍼볼 경기에 걸린 지프 자동차 광고에 사용하는데 동의했었다.

팝송 역사에서 가장 성공한 싱어송 라이터인 스프링스틴이 소니사와 맺은 계약은 2건이다. 하나는 자신이 직접 앨범으로 발매한 음악에 대한 계약과 음악 자체의 저작권에 대한 계약이다. 두가지 권리를 사들임으로써 소니사는 앞으로 스프링스턴의 음악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가지게 돼 스프링스턴의 음악과 가사에서 나오는 수입은 전적으로 소니사 몫이 됐다. 단 계약에 따라 일부 제한된 내용은 예외다.

빌보드사에 따르면 스프링스틴은 자신의 음악 저작권으로 그동안 연 1700만달러(약 202억원)을 벌었다.

다른 나이든 음악가들도 지금이 자기 음악을 처분하기에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자신들 음악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고 시장상황이 우호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배후에선 음악인들과 그들의 자문가들 사이에 판매 시점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 많은 음악인들이  사모펀드들이 공격적으로 음악시장에 뛰어들면서 자신의 음악에 매겨지는 가격보다는 누가 사는지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도어스, 재니스 저플린 등의 자산 관리인인 제프 잼폴은 "음악인들이 반세기에 걸쳐 이뤄놓은 자산이 갑자기 음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거대 펀드의 목구멍으로 넘어간다면 어떨까?"라고 말했다.

여전히 저작권 판매에 반대하는 음악인들도 있다.

셀린느 디온의 히트곡 "비코즈 유 러브드 미(Because You Loved Me)"와 에어로스미스의 "아이 돈 원 투 미스 어 띵(I Don't Want to MISS a Thing)"의 작곡가인 다이안 워렌은 최근 롤링스톤지에 자신의 저작권을 판매하는 것은 "영혼을 파는 꼴"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잭슨 유산관리인 브란카도 1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되는 잭슨의 저작권 판매 의사를 묻는 질문에 "팔 생각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가격이 오르면서 유혹이 더 커지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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