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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몰리는 아프간인들로 다시 불붙은 난민 논쟁…"정착 어려움"

등록 2021.12.27 11: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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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반대 극우 여론 탓 난민 많이 안받고

주택 배정 등 난민 지원도 충분하지 않아

[런던=AP/뉴시스] 지난 8월 18일(현지시간) 런던 의회 광장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국 정부는 5년 간 여성과 어린이 등 아프간 난민 최대 2만 명을 수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1.10.14. *재판매 및 DB 금지

[런던=AP/뉴시스] 지난 8월 18일(현지시간) 런던 의회 광장에서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영국 정부는 5년 간 여성과 어린이 등 아프간 난민 최대 2만 명을 수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1.10.14.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2015년 시리아 등지에서 내전을 피해 유럽 각국으로 몰려든 난민이 1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유럽 각국의 정치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난민 유입에 반대하는 여론이 급증하면서 이를 부채질하는 포퓰리즘이 확산한 것이다.

지난 여름 갑작스러운 미군의 철수로 수십만명의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다시 유럽에 유입됐다. 미국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파병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아프간 사태에 따른 난민 철수와 정착을 지원할 도덕적 의무가 있지만 반대여론을 의식하는 정부들이 미적거렸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유럽의 아프간 난민 실태를 조망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다음은 기사요약이다.

아프간에서 영화감독으로 살던 네마툴라 코시 아마디와 부인 마수마 에브라히미가 난민을 소개하는 네덜란드 비행기를 탈 지를 묻는 이메일이 도착한 건 새벽 3시. 3시간 안에 탑승여부를 결정하라는 내용이었다. 급진주의자들의 잔혹상을 기록영화로 촬영하던 이들 부부가 아프간에 잔류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들은 중요 서류와 비디오 카메라만 챙겨서 어린 딸을 데리고 비행기를 탔다.

이들은 지난 여름 네덜란드에 도착한 2000여명의 아프간 난민들 가운데 1000여명이 있는 네덜란드 동부 니메젠 인근 숲속 캠프에서 살고 있다. 사생활 보호가 어려운 것은 물론 난방은 되는데도 추위를 막지는 못하는 시설이다. 

이들은 앞으로 수주 뒤 다른 곳으로 옮길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중 대부분 가난한 네덜란드 주민과 난민들을 보호하는 사회보장 시설조차도 들어가지 못할 전망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다음달 말 니메젠 캠프에 있는 모든 난민들을 다른 난민 수용소로 옮길 것이라고 밝혔으며 난민접수중앙처의 당국자는 새로 옮기는 시설이 콘테이너, 텐트, 보트들이라고 전했다.

지난 8월 네덜란드에 입국한 아프간 난민들은 전원이 체류허가를 받은 상태다. 아직 체류허가도 받지 못한 일부 국가들에 비하면 형편이 나은 셈이다. 그러나 난민 수용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네덜란드의 아프간 난민들은 고된 삶을 끌어가고 있다.

아메디는 "나무를 옮겨 심으면 죽지는 않지만 열매를 맺지는 못한다. 우리 세대는 나라를 바꾸려는 꿈이 있었다. 떠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메디 부부가 네덜란드에 도착할 시기에 이곳에선 이민 정책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할 당시 네덜란드는 난민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었고 난민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다른 유럽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네덜란드 정치인들은 2015년 시리아와 아프간 등 내전에 시달리는 국가의 난민 100만명 이상이 유입되면서 포퓰리즘이 득세한 상황이 재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네덜란드 정부는 망명을 원하는 아프간 사람들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초기에 네덜란드 파견 군대에서 통역으로 일하던 사람들만 받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 문제로 의회에서 비판을 받은 국방장관과 외무장관이 사임했고 네덜란드 정부는 결국 미군이 철수하기 며칠 전 언론인등 탄압받을 것이 분명한 사람들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이민자 수용에 반대하는 극우정당들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지면서 네덜란드 정부가 아프간내 망명희망자 선정 기준을 높여 수백명의 망명 희망자들이 위험해졌다. 

지난 9월 이래 망명 신청 대상자 2100명 가운데 수백명만 네덜란드에 도착했다고 네덜란드 외교부가 밝혔다.

네덜란드 주민들은 대부분 1995년 보스니아 스레브레니차에서 벌어진 대학살 사건을 기억한다. 네덜란드 평화유지군이 보스니아내 세르비아 민병대를 막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당시 약 8000명이 학살됐다.

자선단체인 네덜란드 난민위원회 니메젠 담당 레니 반 고르는 "많은 사람들이 스레브레니차의 실수를 반복하려한다고 말한다"면서 "아프간 난민들은 우리가 책임져야할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아프간 유럽연합(EU) 경찰 부대에서 기술자로 일하던 아마드 칼리드 나와비는 자신의 동료 한 사람이 지난 10월 탈레반에 의해 처형됐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소개 대상자 명단에 있던 통역가 한명도 지난 10월 처형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네덜란드 정부 장관 3명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통역가가 처형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가 더 많은 아프간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해온 야당 의원 카티 피리는 네덜란드의 대응이 "수치스럽다"고 말했다. 소개 비행기 탑승자 명단이 뒤늦게 엉터리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네덜란드 정부는 너무 많은 아프간 사람들을 받지 않으려고 지나치게 신중했다"고 덧붙였다.

철수 당시 외교장관이었다가 지난 9월 사임한 외교장관 시그리드 카그는 의회에서 네덜란드와 다른 나라들이 아프간이 그처럼 빨리 무너질 줄 몰랐다고 당시 정부 대응을 변호했다.

유럽위원회에 따르면 EU 국가들이 현재까지 받아들인 아프간 난민이 2만8000명 정도며 앞으로 4만명을 더 받아들일 계획이다. 네덜란드는 모두 3159명을 받아 들이기로 했으나 외교부대변인은 이미 네덜란드에 입국한 2000명을 포함한 숫자라고 밝혔다.

국제사면위원회는 최근 아프간 사람들이 "해외에서 안전을 모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가까스로 탈출하더라도 중동과 유럽에서 불법입국, 수용, 추방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망명자 전문 변호사 빌 아이켈붐은 체류허가를 받지 못한 채 네덜란드에 도착한 아프간 난민들은 "법적으로 애매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들의 망명 요청이 지난 여름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로 "이들이 체류허가를 받기까지 18개월에서 24개월까지 걸린다"는 것이다.

네덜란드로 소개된 아프간 난민들도 주택을 배정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네덜란드에서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들은 통상 14주 이내에 주택을 배정받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주택 부족으로 아프간 난민들이 제때 주택을 배정받기 힘들 것이라고 난민접수중앙처 대변인이 말했다.

내무부도 여러나라에서 입국한 망명희망자 1만2000명이 주택 배정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아프간 난민들이 얼마나 기다려야 할 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니메젠 시당국은 아프간 난민 자녀들을 가까스로 학교에 수용했다. 5살~11살인 300명 가량이 지난 10월 학교에 입학했다. 이들은 은퇴한 교사들로부터 네덜란드어를 배우고 있다.

카불에서 온 사진사 파르딘은 "이곳에서 다시 뿌리 내리기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이지만 학교에 다니는 아들에게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8살인 아들 수브하날라는 장래 희망이 나라 지도자다. EU 경찰대에서 일한 나와비는 이달말 니메젠의 주택으로 이사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운이 좋았다. 신이 도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모두가 집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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