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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도 배고픈 요괴, 돈밖에 모르는 요괴…'요망하고 고얀 것들'

등록 2022.01.07 13:5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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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요망하고 고얀 것들'. (사진=눌와 제공) 2022.01.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요망하고 고얀 것들'. (사진=눌와 제공) 2022.01.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고전소설 속 요괴의 욕망은 인간의 상상에서 존재한다. 즉, 작가가 불어넣은 것이다. 요괴는 인간이 가지기 어려운 능력을 비교적 자유로이 가질 수 있고, 사회 규범도 훨씬 과감히 넘어설 수 있게 하는 존재였다.

'요망하고 고얀 것들'(눌와)은 한국 고전소설에 등장하는 요괴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저자인 이후남 씨는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고전소설의 요괴 서사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설화에 등장하는 한국 요괴와 달리 고전소설에 등장하는 한국 요괴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못했다. 설화는 '한국구비문학대계'와 같은 방대한 구비 설화 기록과 '삼국유사' 등의 이미 잘 연구·정리된 문헌 설화집을 통해 접근하기 좋았지만, 고전소설은 상대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저자는 핵심 역할을 하는 요괴, 기상천외한 악행을 벌이는 요괴, 생각할 거리를 주는 요괴 20종을 뽑아 그 모습과 악행을 풀어냈다. 많게는 105권 분량에 달하는 고전소설 작품에서 요괴 이야기를 찾아 정리했다.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요괴들을 발굴했고, 이 중 특색 있는 면모를 가진 요괴들을 책에서 소개했다.

'삼강명행록'에는 인간 여자로 꾸몄지만 허리는 기둥처럼 두껍고 얼굴은 붉으며 괴력을 자랑하는 요괴 '올출비채'가 등장한다. 물고기 요괴로 남편인 활염나와 시동생들이 행인을 유인하면 죽여 그 인육으로 요리를 하는 요괴다. 중식도 같은 넓은 칼로 면 요리처럼 만드는 '판두면', 물에 빠뜨려 살을 퉁퉁 불려 만둣국처럼 만드는 '혼돈떡'이라는 두 살인법을 보여준다.

'천정가연'에는 군 지휘관을 자원하고는 군대 전체를 통솔하는 호랑이 요괴가 등장한다. 본래 만 년 묵은 백호로, 인간으로 둔갑해 사람처럼 말도 한다. 특이하게도 오나라 왕이 장수를 찾는 자리에 등장하는데, 높이 50장(약 150미터)인 나무 끝을 점프만으로 도달해 왕의 시험을 가뿐히 통과해 대원수까지 임명된다. 이후 전쟁에서는 유인 작전을 펼쳐 남녀 주인공을 함정에 빠뜨리는 지략을 자랑한다.

저자는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요괴, 돈밖에 모르는 요괴, 남편을 구타하고 시동생들에게 호통치는 요괴, 미남에게 지독히 집착하는 요괴 등은 조선 후기에 떠올렸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참신한 발상들"이라며 "이 책이 평소 한국 요괴에 관심을 가져주신 분들, 판타지 문학에 관심을 가져온 연구자 분들, 전통적 원천소스를 찾는 창작자 분들께 소소한 재미와 정보를 드릴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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