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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이어 곡물까지 경고등…'원자재 슈퍼 스파이크' 오나

등록 2022.02.26 10:00:00수정 2022.02.26 10:5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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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사태에 원자재 가격 상승 전망

크림반도 침공 당시보다 여파 클 수도

이미 에너지값 상승에 무역적자 지속

곡물가격까지 올라 물가 자극 우려도

정부, 부문별 대응체계 갖춰 대응 방침

[키예프=AP/뉴시스]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주민들이 러시아의 로켓 공격으로 파손된 건물 앞을 지나고 있다. 2022.02.25.

[키예프=AP/뉴시스]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주민들이 러시아의 로켓 공격으로 파손된 건물 앞을 지나고 있다. 2022.02.25.



[세종=뉴시스] 고은결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대(對) 러 무역 제재가 본격화하며 에너지·원자재·곡물 가격 급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입 단가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 악화를 비롯해 국내 물가 인상 압박과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침공·병합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오른 당시 상황보다 여파가 더 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계적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이번 위기로 전 세계 상품 가격의 '슈퍼 스파이크'(대폭등)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전날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할 수 있다는 의원들의 우려가 쏟아졌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장기화하면 전 세계적으로 수출, 물류가 정체돼 에너지 가격 상승 요인이 많이 발생할 것"이라며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 우리 발등에 떨어지는 불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에너지 수급 차질 위험이 적다고 했는데 가격 부분에서는 걱정되는 상황"이라며 "고유가가 상당 부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환율 사정도 좋지 않다"고 우려했다.

이에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에너지 수입의 경우 관련 기관에서 환율 헷징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잘 대응하고 있는지 부족한 부분이나 정부도 함께 할 부분이 있는지 잘 챙겨 나가겠다"고 답했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에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보고 하고 있다. 2022.02.25.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5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에서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보고 하고 있다. 2022.02.25. (사진=청와대 제공)  [email protected]



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와의 교역 규모, 원자재·곡물의 비축·계약 물량 등을 고려하면 아직까지 단기적·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사태 장기화 시 파급효과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사태 당시보다 훨씬 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문 장관은 "러시아가 세계 경제에서 갖는 경제적인 의미와 에너지 공급 비중이 결코 작지 않다"며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글로벌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급격한 원자재 가격 상승은 수급 차질, 무역수지 악화는 물론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증가세를 보인 수출 덕분에 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한 경제가 다시 발목을 잡힐 수 있는 셈이다.

가뜩이나 에너지 가격은 이미 빠르게 상승해왔다. 한국석유공사의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96.84달러로 올해 들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 24일에는 장중 100달러를 넘기기도 했는데 이는 2014년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두바이유(현물)와 서부텍사스원유(WTI·선물) 가격은 각각 93.65달러, 92.10달러로 이달 들어서는 계속해서 90달러대에서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 등에 수입금액이 급증하며 이달까지 3개월 연속 무역적자도 예상되고 있다. 앞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48억9000만 달러, 올해 1월 48억9000만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냈다.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2022년 1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에 따르면 1월 수입금액지수는 34.4% 오른 166.70로 나타나 14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수입 가격이 수출보다 빠르게 늘며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10개월 연속 하락했다.

아울러 국제유가 상승은 정유, 철강, 화학, 전력·가스, 운송 등 산업에서 비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에너지와 연료를 많이 사용하는 업종의 원가 상승률이 급증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8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유가정보판. 2022.02.08.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8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유가정보판. 2022.02.08. [email protected]



설상가상으로 이번 사태가 이미 치솟은 국제 곡물 가격에 기름을 부을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밀 가격은 지난 2020년 4월과 지난해 12월 사이 80%나 오른 상황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 수출에서 29%를 차지한다. 보리, 옥수수 등의 주요 공급 국가이기도 하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밀 선물가격은 5.4% 뛰어 옥수수, 대두유 등의 상승률을 앞질렀다.

전 세계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의존도가 높아 이번 사태로 가격이 급등하면, 다른 생산품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는 에너지·원자재·곡물 등 부문별 점검·대응체계를 갖춰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대체 여력이 제한된 품목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 대체 생산, 수입선 확대, 업체 간 물량 교환 등을 시도할 방침이다. 곡물은 사료원료 배합 비중 조정, 대체 가능 원료 지원 확대, 검역·통관 신속 절차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범정부 비상 태스크포스(TF)를 매일 개최해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동향을 일일 점검하고 상황별 대응조치 등을 즉각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측의 대러 제재 조치 발표 내용을 토대로 우리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불확실성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한 대미 협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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