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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기증한 5개월 아기천사…슈퍼맨옷 입고 떠났다"[인터뷰]

등록 2022.09.12 10:00:00수정 2022.09.12 10: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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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차 장기구득 코디네이터 김경수씨

뇌사자 가족에게 장기기증 절차 안내

"유가족이 시신 수습한다는 건 오해"

"기증자 가족 위한 추모공원 생겼으면"

장기이식대기자 4만명…하루 7명 사망

[서울=뉴시스] 한국장기기증조직원 소속 김경수 장기구득 코디네이터 (사진=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한국장기기증조직원 소속 김경수 장기구득 코디네이터 (사진=본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제가 만난 기증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생후 5개월 된 아기였어요. 팔삭둥이로 태어나 (당시) 몸무게가 5kg도 되지 않았는데, 너무 가벼워 목을 가누지 못한 상태에서 뒤집기를 해버린 거예요. 숨이 막혀 응급실에 실려가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결국 뇌사 판정을 받았어요.

병원 연락을 받고 갔는데 부모님이 '우리 아이가 이 세상에서 뭔가 역할을 하고 갔으면 좋겠다'며 장기 기증에 동의해주셨어요. 심장 이식 수술을 앞두고 어머니가 아기 옆에 누워서 작별인사를 하는 것도 지켜봤죠. 수술이 끝나고 부모님이 '우리 아기는 영웅'이라며 슈퍼맨 티셔츠를 사와서 입히셨는데 그때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김경수(33)씨는 9년째 활동 중인 '장기구득 코디네이터'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영남지부에서 일한다. 그는 12일 생명나눔주간을 맞아 장기기증을 알리기 위해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유퀴즈 등 예능 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진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에 비해 장기구득 코디네이터는 아직 대중에게 생소한 직업이다. 장기이식 코디네이터가 기증 수혜자를 관리한다면, 장기구득 코디네이터는 기증자를 전담한다.

각 병원은 장기이식법에 따라 뇌사 추정 환자가 발생하면 장기조직기증원에 통보한다. 연락을 받고 뇌사자를 찾아가 장기 기증이 가능하다고 안내하는 게 김씨의 업무다. 보호자가 동의하면 수술과 장례 절차를 곁에서 돕는다.

다음은 김경수 코디네이터와의 일문일답이다.

- 장기구득 코디네이터는 어떤 일을 하나.

"병원에서 뇌사자가 발생했다고 연락이 오면 가서 환자를 만난다. 일차적으로 뇌사자가 맞는지 확인하고 담당 주치의와 면담을 한 뒤에 보호자 분들께 뇌사자는 어떤 상태인지, 장기 기증이라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설명드린다. 장기기증에 동의하면 1차 뇌사 조사, 2차 뇌사 조사, 3차 뇌파 검사 등 일련의 확인 과정을 함께 한다. 언제든 환자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늘 대기 상태다.

- 장기 기증 절차가 끝날 때까지 돕는 건가.

"그렇다. 보통 1박2일에서 2박3일 정도 머무르며 환자 상태를 체크한다. 수혜자가 있는 각 병원에서 의사들이 직접 와서 장기를 적출해 가는데 장기이식 코디네이터와 협업해 이송되기까지 관리한다."

- 뇌사자의 보호자를 만나 설득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9년째 일하다 보니 보호자들과 공감하는 능력이 많이 늘었다. 환자 상태에 따라 면담도 달라지는데 갑자기 사고를 당한 경우보다 오래 지병을 앓은 경우 동의해주는 분들이 많다. 마음의 준비를 해오셨기 때문이다. 특히 환자가 어린 자녀인 경우에는 조금 더 확신을 갖고 말씀드린다. 자녀의 장기 기증을 결정한 분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 분들이 기증 후에 아이를 떠나보내는 데 도움이 됐다는 말을 많이 하신다. 내 아이가 어딘가에서 숨쉬고 심장이 뛰고 있다, 누군가를 살렸다는 생각에 자부심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는 걸 설명한다."

- 뇌사자 10명을 만나면 몇 명 정도 기증에 동의하나.

"면담조차 거부하는 분들이 많아서 어려운 질문이다. 직접 면담을 한 경우 평균적으로 3~4분 정도가 동의한다."

뇌사자 장기기증 현황. 기증자 시신 수습 문제를 지적한 2017년 보도 이후 크게 줄었다. (출처=한국장기조직기증원) *재판매 및 DB 금지

뇌사자 장기기증 현황. 기증자 시신 수습 문제를 지적한 2017년 보도 이후 크게 줄었다. (출처=한국장기조직기증원) *재판매 및 DB 금지

- 장기이식을 하게 되면 기증자 시신을 가족이 수습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2017년 병원이 장기기증자 시신 처리를 가족에게 떠넘겼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아버지가 장례식차 구급차에서 아들 시신이 흔들리지 않게 손으로 잡았다고 말씀하셨다. 당시 유족 지원책이 있었지만 업무협약을 맺은 절반 정도의 병원만 지원을 받을 수 있어서 일어난 일이다. 이후 제도가 개선돼 모든 병원에서 시신 이송, 장례식장 사회복지사 동행서비스를 제공한다. 국가에서는 장례비 및 병원비도 지원하고 있다. 그 사건 이후 한 해 기증자가 500명 후반에서 400명대로 감소했다."

- 장기구득 코디네이터란 직업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

"원래 울산대학교 병원 수술실에서 근무했다. 대형병원에서 임상 2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 간호사가 코디네이터에 지원할 수 있다. 수술실에서 근무하면서 장기를 기증하는 환자들을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희망하게 됐다. 수술 전에 의료진들이 모여서 1~2분 정도 추모사를 읽고 묵념을 한다. 보호자들이 편지를 써주신 경우 그걸 대신 읽기도 하는데 더 경건함 마음으로 임하게 된다."

- 일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뭔가.

"저희는 항상 슬픈 분들만 본다. 수혜자를 만나는 건 저희(장기구득 코디네이터) 일이 아니기 때문에 뇌사 환자와 보호자들만 주로 만난다. 그럼에도 가족을 떠나보내는 데 도움이 됐다는 가족들과 수혜자 덕분에 보람을 갖고 계속 일할 수 있는 것 같다."

- 국가에서 지원해줬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지금 국가에서 장례비와 병원비를 지원하고 있긴 한데, 현충원 같은 장기기증자 추모공원이 세워졌으면 한다. 국가유공자처럼 기증자 가족들도 자랑스러움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2016년 한 해 573명까지 늘었던 장기기증자는 2017년 보도 이후 크게 감소해 지난해 442명까지 줄었다. 반면 장기 이식 대기자는 매년 4만명에 육박해 하루 평균 7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하고 있다.

뇌사자 1명이 장기를 기증하면 평균 3~4명, 최대 9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제도 개선으로 장기기증 유족은 시신 이송, 경제·법률 상담, 장례식장 사회복지사 동행 등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장례비와 제사비, 기증 전 진료비도 540만원까지 지원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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