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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침대 사태' 5년…학계 1인자 "여전히 우리일상 위협"

등록 2023.02.22 11:30:00수정 2023.02.22 11: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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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라돈연구 1인자' 조승연 연세대 센터장

라돈사태 5년, 위협 여전하지만 불감증 '우려'

"음주운전 사망 보다 7배…지속 관심 가져야"

전 제품 라돈 인증 시몬스 유일…에이스 중단

[서울=뉴시스] 조승연 연세대 라돈안전센터장. (사진=조승연 교수 제공) 2023.02.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승연 연세대 라돈안전센터장. (사진=조승연 교수 제공) 2023.02.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권안나 기자 = "라돈 이슈가 끝났다고 보는 거죠. 하지만 침대는 일상에서 가장 긴 시간 사용하는 생활 밀착형 제품이잖아요. 기업과 민간 차원에서 지속적인 안전 관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라돈은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센터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흡연·석면·벤젠 등 주요 유해물질과 같은 등급으로 관리되고 있다. 무색·무취에다 기체 형태로 방출되기 때문에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축적되면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

지난 2018년 전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라돈 침대 사태' 5년이 지난 가운데, 라돈의 위협은 계속되고 있지만 무감각해진 현 실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조승연 연세대 라돈안전센터장은 22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정책보고서를 보면 라돈에 의한 폐암 사망자가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자보다 7배 가량 많다"며 "국가와 국민의 관심 덕분에 점차 줄어드는 음주운전 사고와 달리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 라돈에는 이상하리만큼 무관심하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30년 가까이 라돈을 연구한 조 센터장은 환경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제원자력기구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25개의 특허 출원과 150여편의 연구논문 및 보고서를 발표한 국내 라돈 연구 1인자다.

조 센터장에 따르면 국내 비흡연자 폐암과 여성 폐암 원인 1위가 라돈이다. 우리나라 전체 폐암 사망자 가운데 실내 라돈으로 인한 사망자가 12.6%를 차지한다.

하지만 위험성에 대한 정부와 기업, 국민의 인식은 여전히 낮다는 게 조 센터장의 지적이다.

조 센터장은 "석면은 2009년 사용을 전면 금지한 이후 철저한 관리와 처벌이 이뤄진 덕분에 현재는 건물 철거 등의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일상 속 노출도가 크게 줄어들었다"며 "이에 반해 라돈은 석면보다 노출도가 높고 일상에서 쉽게 노출될 수 있는데도 라돈 침대 사태 이후 관련 법이나 사후 처리가 아직까지 미흡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라돈 침대 사태 이후 정부가 원인 물질인 '모나자이트'의 유통을 금지시키면서 더 큰 사고는 막았지만 일상 속 라돈의 위험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당시 회수된 매트리스 역시 전국 각지 야적장으로 흩어져 방치되고 있어 주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조 센터장은 "모나자이트는 라돈을 방출하는 수많은 물질 중 하나에 불과하다"며 "현재는 모나자이트만 유통 금지일 뿐 (내가 구입한 침대에서) 언제 어떻게 라돈이 뿜어낸 방사성 기체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지속적인 라돈 안전 관리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조 센터장은 특히 침대 업계에 안전불감증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 라돈 사태 직후 다수의 침대 기업들이 경쟁하듯 라돈 안전제품 인증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인증갱신을 유지하지 않는 곳들이 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공식 기관이 아닌 곳에서 단순 성적서만 받고 안전 인증을 받았다고 홍보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라돈 인증 발급 기관인 KSA한국표준협회에 따르면 국내 침대 기업 가운데 시판되는 가정용 매트리스 전 제품의 인증 갱신을 이어오고 있는 업체는 시몬스 침대가 유일하다. 씰리침대 역시 인증을 받고 있지만 일부 제품만을 대상으로 한다. 업계 매출 1위인 에이스침대는 2021년을 끝으로 안전 인증 갱신을 잠정 중단했다.

조 센터장은 라돈 안전을 위해 민간 차원의 적극적인 대응이 절실하다고 했다. 권고 수준에 불과한 라돈 관련 법규상 기업이 나서서 제품의 라돈 안전성을 입증하고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조 센터장은 "라돈은 알기만 하면 (환기를 통해) 관리하기가 쉬운 항목인데, 침대의 경우 코를 데고 잠을 자는 제품이기에 호흡기를 통해 단 몇초만에 흡입될 수 있다"며 "기업들의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라돈 안전 모니터링이 더욱 절실하며, 안전하게 관리되는 공간고 제품이 가치있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라돈에 대한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도 강조했다. 그는 "라돈은 생활 속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고 위험하지만 무시되는 경향이 있다"며 "미국만 해도 이미 수십년 전부터 부동산 매매 시 전문가(홈 인스펙터)를 통해 라돈 수치를 공지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라돈 관리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라돈 안전 제품 인증. (사진=KSA한국표준협회 제공) 2023.02.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라돈 안전 제품 인증. (사진=KSA한국표준협회 제공) 2023.02.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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