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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그루브에 가까운 블루…커트 엘링·찰리 헌터 '수퍼블루'

등록 2023.08.25 11: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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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서 열린 '현대카드 큐레이티드(Curated) 87'

[서울=뉴시스] 커트 엘링, 수퍼블루 내한공연. 2023.08.25. (사진 = 재즈브릿지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커트 엘링, 수퍼블루 내한공연. 2023.08.25. (사진 = 재즈브릿지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모든 감정의 끝엔 그루브가 있다.

지난 19일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펼쳐진 '현대카드 큐레이티드(Curated) 87 - 수퍼블루 : 커트 엘링 & 찰리 헌터'에선 최소한 그랬다.

미국 재즈 보컬 커트 엘링(Kurt Elling)과 미국 기타리스트 찰리 헌터(Charlie Hunter)'가 뭉친 슈퍼 프로젝트 밴드 '수퍼 블루(Super Blue)'의 노래·연주는 무작정 들뜬 감정을 털어놓지 않는다.

그것이 그루브가 될 때까지 점층법으로 쌓아올리는 기술, 태도가 고급이다. '새시(Sassy)'로 시작한 이날 공연은 정말 어려운 건 그루브를 만드는 게 아니라, 그루브를 함부로 뽐내지 않고 버티는 경지라는 걸 증명했다. 그럼에도 신나든 블루지하든 부드럽든 당최 그루브하지 않은 무대가 없으니 그루브에 여한이 없던 무대였다.

'다르마 범스(Dharma bums)' 무대는 보컬의 근사함이 엘링다웠다. 신사다운 목소리로 찰랑거림을 표현하는 그의 보컬에 청자의 심상은 아슬아슬했다.
[서울=뉴시스] 찰리 헌터, 수퍼블루 내한공연. 2023.08.25. (사진 = 재즈브릿지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찰리 헌터, 수퍼블루 내한공연. 2023.08.25. (사진 = 재즈브릿지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모든 무대가 백미였지만 화룡점정 중 하나는 '매닉 패닉 에피패닉(Manic Panic Epiphanic)' 도중 빚어진 참여형 무대. 엘링이 객석을 구획 지은 뒤 청중에게 "오오오~♪♬"를 고음과 저음으로 나눠서 화음을 내게 했다. 그 위로 그가 스캣(Scat)과 보칼리제(Vocalese)의 무아지경을 쌓아올릴 때, 주술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창조적인 개성으로 노래하는데, 보편성 있는 감정을 끌어내는 마력. 그간 우리가 노래를 부르지 못했던 건, 그루브에 지극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지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조롭고 평범한 나날들에서 그루브를 탈 수 있는 일은 이를 극진히 감당할 수 있는 자들의 특권이다.

블루스 록의 그루브를 제대로 보여준 헌터의 기타 연주도 공연에 품격을 더했다. 베이스와 기타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기타'로 예상하지 못한 상상력을 그려냈다. 그는 그루브를 타지 않았다. 그루브가 그를 타고 있었다. 공연 중간 헌터의 독주는 무대가 '최고의 놀이터'가 될 수 있다는 걸 증거했다.

건반의 케니 뱅크스 주니어, 드럼의 마커스 피니 역시 엘링과 헌터와 합을 맞출 만한 훌륭한 연주자들이었다. 피니의 드럼 반주에 맞춘 엘링의 스캣은 마치 고수와 소리꾼의 합을 보듯 차졌다. 
[서울=뉴시스] 수퍼블루 내한공연. 2023.08.25. (사진 = 재즈브릿지컴퍼니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수퍼블루 내한공연. 2023.08.25. (사진 = 재즈브릿지컴퍼니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공연은 25일 발매되는 정규 2집 '수퍼블루 : 이리데슨트 스프리(SuperBlue: Iridescent Spree)' 발매 기념 월드투어의 하나. 이 음반 수록곡인 '너티 넘버 나인(Naughty # 9)', '프리맨 스퀘어(Freeman Square)'도 들려줬는데, 귓가에 척척 감겼다.


'더 시드'로 본공연이 마무리된 이날 객석은 전부 스탠딩석이었다. 과거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영국 팝스타 엘턴 존과 스팅의 소극장 공연을 떠올리게 할 만큼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한없이 그루브에 가까운 블루, 그것이 '수퍼블루'였다. 앙코르로 들려준 '론리 애비뉴(Lonely Avenue)'까지 달뜬 흥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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