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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낙마와 관운

등록 2023.10.12 14:46:45수정 2023.10.13 15: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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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사주에서 관운이란 하늘로부터 내리는 운을 뜻한다고 한다. 아래로부터 차근차근 오르는 운은 사주풀이 상 관운으로 칠 만큼 큰 운은 아니라는 의미다.

통상 대법관을 거치던 관행을 깨고 대법원장 후보에 오른 이균용 전 후보자의 부결 사태를 두고 "관운이 없었던 것"이라던 한 고법 부장판사의 탄식은 나름대로 일리 있는 표현으로 와닿는다.

하지만 이 전 후보자의 낙마를 '관운'과 정치의 문제로만 정리할 수 있을까.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이 전 후보자는 임명 직후부터 비상장주식 미신고 의혹에 휩싸였다. 가액이 10억원 상당에 달하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사태를 '몰랐다'고 한 후보자의 말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청문회를 앞두고도 후보자 가족들이 이 주식으로 인한 배당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유학 시절 자녀들이 해외계좌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사실, 증여세 탈루 의혹도 꼬리를 물었다.

임명동의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후보자가 주식을 처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부결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은 결국 후보자가 속속 드러나는 의혹에 안일하게 대처했고, 공직 부적격 논란을 해소하지 못한 것이란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후보자에 대해 '다른 이들에 비해 특별한 흠결이 없는데도 낙마했다'는 말이 붙는 것은 정치권이 이번 사태를 정쟁의 도구로 삼았다는 것을 알만한 이들은 알기 때문일 터다.

당론 채택을 미루던 민주당은 예상을 깨고 이 후보자의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표면상으로는 부적격 인사를 임명할 경우 발생할 사법 불신을 막겠다는 명분을 앞세웠지만,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당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초강수를 뒀다는 분석이 여의도뿐만 아니라 서초동 안팎에서도 잇따른다.

법원 내부에서는 이번 상황을 자조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다수라고 한다.

법원에서는 수년 전부터 "내부에서 훌륭한 평가를 받는 분들은 따로 있고, 이들이 대법관이나 대법원장이 돼야 하는데 최근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는 말이 돈다고도 한다.

법관 개개인의 역량보다는 정치권의 피아 구분이 우선시돼 인사 추천이 이뤄져 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 역시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설명이다.

30여 년만의 사법부 공백 사태로 예견되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름아닌 인준권으로 사법부 독립을 무력화 시킨 국회가 국정감사를 통해 소상히 설명해 주고 있다.

당장 내년 초 임기가 종료되는 안철상 대법원장 권한대행과 민유숙 대법관의 후임 인선을 시작으로, 연초 법관 정기인사, 중요 사건에 대한 전원합의체 선고 역시 수장이 비어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권한대행에 기대 시간을 번다해도 공백 장기화에 따른 지장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시급한 것은 결국 법원을 설득할 수 있는 후임자 임명 제청과 사법부의 신뢰 회복이란 생각이다. 

지금의 법원은 사법농단 사태와 김명수 사법부를 거치며 권위는 실추된 상태다. 이번 사태를 겪으며 대법원장직이 정쟁의 도구가 됐다는 오명을 남기지 않으려면 신뢰 회복이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여야 합의를 이뤄낼 수 있는 후보자가 필요하다"는 법관들의 말 속에는 법관의 역량에 대한 올곧은 평가라는 정도를 지켜야 한다는 답이 숨어 있다.

사법부 수장 자리에는 관운이 있는 인물보다는 사법부 신뢰 회복, 재판 지연 등 중요 과제들을 해결할 역량을 갖춘 법관이 필요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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