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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과 의료격차, 수도권 vs 비수도권 '더 커져'[세쓸통]

등록 2023.12.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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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한국의 사회동향 2023'

지방 소아과 수, 수도권의 68%에 불과

수도권 늘 동안 10년간 931개→870개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1. 충북에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박민경(34)씨는 여성전문병원 1층에 있던 소아청소년과가 문을 닫은 것을 알게 됐습니다. 박씨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운영을 했었거든요. 의사 선생님이 다른 곳에 개원한다고 해서, 그때까지 다른 병원을 알아보고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2. 제주에 사는 이소희(38)씨는 첫 아이가 신생아 때부터 둘째까지 잘 다녔던 소아과가 최근 폐업한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이씨는 "다른 병원에 비해 아이들이 적긴 했지만 폐업할 정도였는지는 몰랐어요. 병원을 어디로 옮겨야할지 고민이에요"라고 말했습니다.

최근 소아·청소년 사이 독감(인플루엔자)이 크게 유행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기침과 콧물을 달고 사는 가정이 많으실 겁니다. 이번 독감은 유행 기준의 20.5배 수준으로 감염력이 높습니다.

어릴 때는 특히 면역이 약해 병원 갈 일이 많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아픈 만큼 갈 수 있는 소아청소년과 병원은 그리 많지 않은 현실입니다.

최근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습니다. 저출산이 심화하면서 소아청소년과의 불확실한 미래와 열악한 수련환경 등으로 필수의료과이지만 그 인프라가 서서히 붕괴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소아청소년과 수가 줄어들자 소아과 오픈런은 엄마들 사이에선 일상이 됐습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2023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5월까지 최근 5년간 폐업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총 580곳으로, 개업한 의원 564곳보다 많았습니다. 개업한 소아청소년과 의원 수는 2021년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소아청소년과는 수도권과 지방간의 의료격차가 진료과목이기도 합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할 것 없이 출산율이 떨어지는 데다 지방은 특히 인구밀도가 낮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3'에 따르면 내과·외과 등 다른 진료과목은 10년간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줄었지만 소아청소년과는 그 격차가 더 커졌습니다.

지난 2020년 기준으로 0~19세 인구 100만명당 비수도권의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199곳으로 채 200곳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수도권(294곳)의 67.6%에 불과한 수치입니다.

2011년 비수도권 소아청소년과는 162곳으로 수도권(225개)의 72%가량을 차지했습니다. 이후 지역 간의 격차가 더 확대됐습니다.

10년간 수도권의 소아청소년과는 1258개에서 1288개로 증가했지만 비수도권은 931개에서 870개로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진료과목별 의원 수를 살펴보면, 수도권은 내과(3.0%), 외과(0.8%), 소아청소년과(0.3%)의 수가 증가했고 산부인과 수(-1.5%)는 감소했습니다.
2011년~2020년 수도권 및 비수도권의 주요 진료과목별 의원 수. (자료 = 통계청 제공) 2023.12.16. *재판매 및 DB 금지

2011년~2020년 수도권 및 비수도권의 주요 진료과목별 의원 수. (자료 = 통계청 제공) 2023.12.16.  *재판매 및 DB 금지

비수도권은 내과(2.5%)는 증가한 반면 외과(-1.4%), 소아청소년과(-0.8%), 산부인과(-1.8%)는 감소했습니다.

2011과 2020년 사이 비수도권은 수도권에 비해 인구의 증가폭도 작았고, 가임기 여성(15~49세) 수와 소아청소년 수는 더 큰 폭으로 감소한 배경이 작용한 겁니다.

최근엔 '빅5'로 불리는 서울 종합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레지던트)조차 정원을 대부분 정원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의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는 모집 정원이 미달됐고, 세브란스병원은 지원자가 0명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서울아산병원은 빅5 중 유일하게 정원을 넘겼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인원 대비 지원율은 16.6%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모집인원 199명 중 33명만 지원한 겁니다.

소아청소년과의 붕괴 우려가 높아지자 정부는 올해 3번의 대책을 냈습니다. 지난 10월엔 소아 진료 정책가산금을 신설해 1년에 약 30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소아과 이탈은 계속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요새 겨울이고 아픈 애들이 많아서 앱으로 진료 예약하는 데 실패했어요. 예전엔 그 정도로 치열하진 않았던 거 같은데…. 내일도 방문접수하러 오픈런 가려고요. 일찍 가도 이미 10명씩 줄 서 있어서 서둘러야 할 거 같아요" 박민경씨는 말합니다.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이 아플 때 언제든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소아청소년 진료 인프라가 어서 빨리 확충되기를 바랍니다.

※'세쓸통' = '세상에 쓸모없는 통계는 없다'는 일념으로 통계 속에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내 알기 쉽게 풀어내고자 합니다.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수원시어린이집연합회 주최로 열린 '모여라 친구들,밖에서 놀자'에서 어린이들이 비눗방울 놀이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2023.05.03. jtk@newsis.com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수원시어린이집연합회 주최로 열린 '모여라 친구들,밖에서 놀자'에서 어린이들이 비눗방울 놀이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2023.05.03. [email protected]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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