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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데믹①]코로나·폐렴·독감, 다음은?…'끝모를' 감염병

등록 2024.01.01 14:01:00수정 2024.01.02 14: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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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드기·모기 감염병 일상화 가능성"

"기존 감염병의 재출현이 더 위협적"

백신 개발 등 전방위 정부 지원 필요

우리나라 풍토병은 우리가 준비해야

[AP/뉴시스] 미 국립보건원이 촬영, 발표한 2021년 코로나19 바이러스.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AP/뉴시스] 미 국립보건원이 촬영, 발표한 2021년 코로나19 바이러스.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엔데믹 전환 후에도 코로나19 유행이 여전한 가운데 폐렴, 독감(인플루엔자), 원숭이 두창까지 발생하며 감염병은 우리의 일상이 됐다.

1일 질병관리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플루엔자 유행은 5년 중 최고점에 도달했고, 입원환자와 중증환자도 늘고 있다. 지난달 2주차의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 수는 61.3명으로, 2019년 이후 5년간 가장 높은 수치다.

중국에서 대유행 중인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역시 국내에서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입원 환자는 지난달 첫째 주 174명에서 이달 첫째 주 249명으로 한 달 새 1.4배 증가했다. 호흡기 감염병의 동시 유행(멀티데믹)이 현실화 됐다.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던 작년 5월에는 유럽, 미국을 중심으로 아프리카 풍토병인 엠폭스(원숭이 두창)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WHO 조사 결과 유행 후 1년간 111개국에서 8만7000건 이상의 환자와 140명의 사망자가 보고됐다. 국내에선 올 10월 기준 150여명이 누적 발생했고 최근까지도 일본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엠폭스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엠폭스는 원숭이두창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급성 발진성 감염병이다.

이들은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은 아니지만, 그 파급력을 간과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병 급습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유행 규모 및 후유증도 커졌다며 우려하고 있다. 예컨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2019년 코로나19가 발생하며 주기가 짧아졌다. 반면 국내 확진자는 사스 3명, 신종플루 1만5160명, 메르스 186명, 코로나19 3000만명 이상으로, 파장은 커졌다.

리처드 헤치트 감염병혁신연합(CEPI) 대표는 지난 8월말 열린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에서 "재난이 계속 이어지는 시대에 살고 있고 팬데믹 위험도 높아졌다"며 "CEPI는 새로운 병원균이 발견되더라도 100일 내 백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진드기·모기 매개 감염…"기존 감염병의 재출현이 더 위협적"

전 세계 기후·환경 변화에 따라 신종 감염병 보단 과거 있었던 감염병의 재출현이 더 일상적인 위협이 될 거란 우려도 있다.

정재훈 가천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한국도 이제 남쪽은 아열대 기후인데 모기 관련 감염병, 진드기 관련 감염병이 우리나라에 일상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10년에 한 번 정도 큰 피해가 오지만 중간정도의 피해가 매년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드기로 인한 매개감염병인 쯔쯔가무시증,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가 대표적이며, 모기를 매개체로 하는 말라리아도 있다"면서 "말라리아는 북한에서 내려온 모기로 인해 국내에서 90년대 재출현한 후 최근 몇 년간 북한에서 온 모기가 정착하는 패턴을 보인다.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 변화에 따라 재출현하는 감염병이 국내에 새롭게 정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SFTS나 신증후군출혈열(HFRS·한탄바이러스)는 우리의 풍토 감염병"이라며 "국내에서 재출현 혹은 풍토 감염병은 우리가 백신·치료제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투자가 없다. 우리의 준비가 매우 중요한 때다"고 말했다.

"우리 풍토병 우리가 준비"…"백신 개발 등에 전방위적 정부 지원 필요"

코로나19와 같은 큰 파장이 없으려면 넥스트 팬데믹 대응 체계 구축부터 백신·치료제 개발까지 전방위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짙다. 미국의 경우 새로운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50억 달러(약 6조6350억원)를 투자하기로 하고 미래 공중보건 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바이러스 방어에 나섰다. 세계의 각 기구, 기업들이 일제히 팬데믹 대응에 나섰다.

한국 정부도 보건안보, 미정복질환 극복 등 5대 보건난제를 해결하고자 '한국형 아르파-H(ARPA-H·보건의료고등연구계획국)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2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한국형 ARPA-H는 미국 고등연구계획국(DARPA), 보건의료고등연구계획국(ARPA-H)을 벤치마킹한 프로젝트다. 전염병 대유행 등 국가 보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R&D 시스템이다.

하지만 주요국에 비해 백신 주권 확보를 위한 투자가 적다는 지적이 나온다. mRNA 백신 개발을 위한 투자도 적극적이지 않아 미국, 일본 등에 비해 뒤처진다는 지적이다.
 
성백린 연세대 의대 특임교수는 제약바이오협회 정책보고서에서 "백신 주권의 균형을 되찾고 이를 반영하는 정책의 재조명이 필요하다"며 "mRNA 백신 기술은 이미 미국을 중심으로 지난 30여년 간 장기 투자를 통해 진행됐으며 코로나로 인해 조명받은 것이다. 흔들림 없는 중장기 기술 투자의 중요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대응 정책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정재훈 교수는 "코로나19 정책에 대한 반성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치료제·백신은 효과가 있는 만큼 이상반응, 비용 부담도 있었다. 새로운 팬데믹이 올 때 국민 신뢰와 효능 사이에서 어떻게 저울질을 할 것인가 결정하려면 과거 정책에 대해 평가해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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