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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시, 혹한의 이민 숙소로 도서관· 난방버스까지 동원

등록 2024.01.18 08: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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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된 시내버스 80대, 도서관 1층과 경찰청 로비 동원

텍사스주가 버스에 실어보낸 이민자 등 1만 5천명 수용

[시카고= AP/뉴시스]차미례 기자 =시카고시 당국이 혹한에 대비해 노숙인 ·이민자 구호용으로 마련한 난방 버스들.

[시카고= AP/뉴시스]차미례 기자 =시카고시 당국이 혹한에 대비해 노숙인 ·이민자 구호용으로 마련한 난방 버스들. 

[시카고( 미 일리노이주)= AP/뉴시스] 차미례 기자 = 미 전국을  강타한 혹한 속에서 시카고시도 노숙인과 수 십명의 이민자들을 강추위가 물러갈 때까지 한 도서관의  1층에 수용하는 등 긴급 보호에 나섰다.

하지만 계속해서 늘어나는 이민 신청자들의 도착으로 전국에서 인구가 세번째로 많은 대도시 시카고는 그 뒤에 더 이상 당장 들어갈 보호시설이 없어 이들의 주거지가 막막한 상황이다.

시카고시는 1년이 넘게 이 문제로 씨름해왔다.  임시 보호소의 자리가 날 때까지 새로 도착하는 이민들을 수용하기 위해서 시청에서는 임시방편이라 주장하면서 갖가지 아이디어로 수용공간을 마련해왔다.  

지난 주에는 주차되어 있는 시청 난방 버스들이 이민들을 받았다.  그 이전에는 경찰서 건물의 로비들과 공항도 동원되었다.

이런 식의 임시 방편 대책들은 이민과 노숙인을 돕는 자원봉사자들과 시민단체들,  이민들 모두를 기진맥진하게 만들고 있다.겨울이 유난히도 긴 시카고시에서는 어느 것 하나도 장기적인 계획으로는 부적합하기 때문이다. 

"시 당국이 가장 즐겨쓰는 말은 모든 것에 대해 '임시로'라고 말하는 것이다"라고 오헤어국제공항 청사 안에 머물고 있는 이민들을 돌보는 자원봉사자 비얀니 마르줄로는 말했다.  "그것이 요즘 관리들의 1회용 반창고 같은 말이다.  뭐든지 임시, 임시, 임시라고 말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시카고는 뉴욕, 덴버와 함께 2022년 민주당 소속 시장이 있는 대도시에 쏟아져 들어오는 이민의 물결로 몸살을 앓고 있는 도시이다.

이런 현상은 멕시코와 국경을 접하고있는 텍사스주의 그렉 애벗 주지사(공화당)의 지시로 이민들을  그런 도시로 이동시켰기 때문에 시작되었고, 지금은 추위와 기상 재해에 따라 일이 훨씬 힘들게 꼬이기 시작했다.

무려 17만명의 이민들을 받아들인 뉴욕에서는 지난 주에 겨울 폭풍과 한파에 대비해서 미리 대규모의 임시 텐트 이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 했다.  이 대도시 시장들은 연방 정부의 도움이 시급하다며 한결 같이 지원요청을 되풀이해왔다.
 
그 중에서도 시카고의 대응책은 특히 눈에 띄게 위험한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 동안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에만 크게 의존해 오면서  이들이 1년 이상 이민들의 음식과 기부 물품, 의약품과 치료까지를 도맡아왔기 때문이다.

브랜든 존슨 시장은 난방이 되는 큰 천막촌을 구상했지만 그 건설계획은 취소되었다.  옛 산업단지 안의 대형 천막촌은 공해가 심한 부지여서 감염이나 발병 위험 때문에 취소된 것이다. 

시 당국은 원래 난민 대피소 체류기한을 60일로 제한했지만,  맨 첫번 퇴거 대상에 대한 집행을 악천후와 혹한으로 인해 다음 주로 연기했다.

시카고 시는 그 동안 이런 대피소들의 열악한 생활조건과 얼마전 이런 곳에 머물던 일가족의 어린 아들이 병으로 숨진 것 때문에 엄청난 비난을 받아왔다.

그 동안 정치적 싸움도 점점 가열되어 지금은 시카고 교외의 부촌들에까지 번진 상황이다.

텍사스주 애벗 주지사는 이민의 버스 수송작전으로 시카고 시내 모든 지역에 24시간 구별 없이 아무곳이나, 전혀 준비조차 없는 곳에 이민들을 내려놓았다.

시카고 시 당국이 이 버스회사들에게 벌금을 물리고 소송전을 벌이자 애벗지사는 이번에는 전세기를 동원해서 이민들을 실어 날랐다.

[시카고=AP/뉴시스]시카고시의 이민 혹한대피소 난방 버스앞에서 한 이민어린이가 자원봉사자들에게서 배급받은 음식을 먹고 있다. 2024.01.18.

[시카고=AP/뉴시스]시카고시의 이민 혹한대피소 난방 버스앞에서 한 이민어린이가 자원봉사자들에게서 배급받은 음식을 먹고 있다. 2024.01.18. 

존슨 시장은 이 문제로 시카고 교와의 소도시 시장들과 곧 대책회의를 할 예정이었지만 혹한과 악천후로 취소되었다.  시장실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17일에도 아직 대답하지 않고 있다.

존슨 시장은 " 이 문제는 국제적 이민 위기인데도 지방 정부나 지자체가 이 문제로 늪에 빠져 있다.  이건 연방정부가 개입해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라고 주장했다.

일리노이주의 J. B. 프리츠커 주지사는 애벗 지사에게 지난 주 공개서한을 보내서 혹한의 기온이 다소 오를 때까지 만이라도 이민 버스를 보내는 일을 중단해 줄것을 요청했다. 또한 대부분 이민들이 겨울 외투나 신발조차 없이 오고 있다는 것도 지적했다.

하지만 애번 주지사는 모든 요청을 거절하고 이 문제는 텍사스주가 아니라 연방 정부가 대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카고 시에는 2022년 이후 지금까지 주로 베네수엘라 이민들이 3만3천여명이나 도착했다.  지금은 거의 1만 5000명의 이민들이 시내 28개 대피소에서 살고 있으며 점점 더 많은 임시 시설이 개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많은 이민들이 타지에 있는 가족이나 친지를 찾아서 떠나가지만, 시카고시는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이들이 떠나기 위한 버스 승차권까지 사줘야 한다. 

시카고 시는 경찰서를 이민 수용소로 사용하던 것은 점차 줄이고있지만 오헤어 공항은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어떤 이민들은 수용시설의 자리가 날 때까지 이 곳에서 몇 주일째 살고 있다. 17일 현재 이곳의 이민들은 200명이 넘는다.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는 시카고시가 이민들을 80대의 시내버스가 운행을 마치고 차고로 이용하는 고속도로변의 대형 주차장안의 버스에서 잠을 자도록 했다.  부근에 세워지고 있는 대형 난방 텐트들은 의료나 돌봄을 위한 부속 시설들이지만 앞으로 숙박까지  할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지난 주 이 곳 버스에서 남편과 15세 16세 18세의 세 자녀와 함께 잠을 잤던 마릴린 곤잘레스(34)는 버스가 너무 초만원이어서 누군가 병이 나면 빠른 속도로 번져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버스 안의 분위기는 앞으로 어디로 가게될지 모두 초조와 긴장 상태였고 그 때문에 사람들은 모두 포로나 수감자가 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스트레스가 심하고 절망적이어서 쉽게 싸움이 일어났다.  어떤 때는 몸을 펴고 누울수가 없어서 계속 앉은 채 자야 했다"고 그녀는 밝혔다. 

이 임시 주차지대는 15일에는 모두 사라졌지만 17일 아침에는 빈 난방버스들이 다시 주차장에 자리잡아서 재 사용이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시 당국은 날씨가 풀리면 이 곳 사람들을 어디로 보낼지에 대해서 아직도 응답하지 않고 있다.

 시내 해럴드 워싱턴 도서관의 1층에도 약 50명의 이민들이 묵고 있다.  혹한을 피해서 스스로 들어온 이민들은 다른 노숙자들과 함께 지내야 한다.  시 당국에 따르면 이 도서관에 있던 5명의 이민들만이 대피소 이동자 명단에 올라있다.

이들을 직접 취재하려던 AP통신 기자는 입장을 거부 당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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