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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키오시아 공장서 SK하이닉스 낸드 생산설…가능할까?

등록 2024.02.21 11:09:15수정 2024.02.21 14:5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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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샌디스크, 마이크론-인텔도 공장 합작

낸드 수요 폭증에 '현실화' 여부 주목

양사는 "사실무근이다" 부인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일본 키오시아가 웨스턴디지털(WD)과 합병하기 위한 돌파구 마련 차원에서 SK하이닉스에 자사 낸드 생산공장 이용을 제안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와 이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승자독식’ 경향이 강한 메모리 업계에서 자사 생산시설을 빌려주겠다는 제안은 극히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 보도 이후 SK하이닉스와 키오시아는 사실 자체를 전면 부인했지만 이전에도 메모리 업계에선 비슷한 협력이 없지 않아 가능성은 '반반'이라는 관측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낸드플래시 제조 업체인 키오시아가 SK하이닉스에 일본 내 키오시아 팹(공장)에서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WD와 합병을 추진 중인 키오시아는 SK하이닉스로부터 동의를 얻기 위해 이 같은 획기적인 '당근책'을 제시했다는 진단이다.

낸드 합작 사례, 뭐가 있나 보니

메모리 업계에선 이 같은 생산시설 공유는 흔치 않다. 단 낸드플래시 업계에서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애플의 공급망에 참여하고, 업계 1위 삼성전자를 추격하기 위한 '합종연횡'은 몇 차례 있었다.

일본 도시바와 미국 샌디스크 간 협력이 대표적이다.

양사는 지난 2008년 일본에 합작회사를 세우고 신규 300㎜ 웨이퍼 생산 팹을 건립했다. 당시 양사는 새로 설립되는 팹 생산량의 50%는 합작회사 소유로 하고, 나머지 50%는 도시바가 갖기로 합의했다. 이때 도시바에 배분된 물량의 절반은 샌디스크에 제공하기로 하는 등 구체적인 운영 계획까지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미국 기업인 마이크론과 인텔도 삼성전자가 낸드 업계 1위에 오르자, 2005년 양사가 협력해 합작법인을 세웠다. 하지만 양사 협력은 치열한 경쟁 속에 고전을 면치 못했고, 결국 협력은 중단됐다. 이후 SK하이닉스가 2021년 인텔 낸드사업부(현 솔리다임)을 인수하며 인텔 낸드 사업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다만 도시바와 샌디스크 간 생산 협력은 키오시아(2017년 도시바에서 분사), WD(2015년 샌디스크 인수)로 명맥이 이어지며 여전히 양사는 합작공장 운영과 추가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서울=뉴시스]키옥시아의 요카이치 낸드 플래시 메모리 공장. (사진 = 업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키옥시아의 요카이치 낸드 플래시 메모리 공장. (사진 = 업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K하이닉스-키오시아 합작, 유리한 측면도 있어

현재 반도체 산업은 치열한 국가 대항전으로 전환되고 있지만, 한-미-일 기업 간 생산 협력 자체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게 업계 목소리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합작 공장을 세울 경우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공장 운영 방식은 상호 합의해 유연하게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합작 공장의 웨이퍼 생산량을 동등하게 공유하고, 장비 비용은 분담하며, 일부 로열티(사용료)를 지급하는 사례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반도체 회사 두 곳이 제품 공동 개발과 공동 생산까지 한다면 양사 인력 교류도 필수적이다"고 밝혔다.

특히 반도체를 둘러싼 패권 경쟁에서 M&A(인수합병)가 각국 규제 당국의 문턱을 넘기 어렵기 때문에 합작 공장 운영이 차선책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와 키오시아가 합작을 한다면 공장을 새로 짓거나, 늘리지 않고 메모리 생산량을 대폭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거래라고 본다.

합병 동의 시 SK하이닉스 3위 하락은 큰 부담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새로운 데이터 양이 갈수록 폭증하는 가운데 이를 저장하기 위한 낸드 수요도 급격히 늘어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낸드 시장은 오는 2027년 87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며, 지난해 대비 2.35배 커질 수 있다.

다만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생산시설 이용을 대가로 키오시아가 WD와의 합병에 대한 동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이 합병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양사 합병은 힘든 상태다.

만약 양사가 합병한다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키오시아(14.5%)와 WD(16.9%)의 단순 합산 점유율이 업계 2위인 SK하이닉스(20.2%)보다 더 높아진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SK하이닉스는 키오시아의 주요 주주인 미국 베인캐피털이 구성한 펀드에 참여해, 키오시아의 주주로서 합병 여부에 '동의권'을 행사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키오시아가 이 같은 합작을 제안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측은 "키오시아에서 그런 제안이 온 적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키오시아도 이 같은 제안 사실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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