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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사격선수로"…'황제' 진종오 은퇴

등록 2024.03.04 16: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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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받으며 좋아하는 사격해…너무 행복했다"

도쿄 올림픽 때 은퇴 결심…"후배들 위해 내려놔야"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한국인 올림픽 최다 메달 보유 선수 진종오가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브리온 성수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헌정 영상을 시청한 뒤 눈물을 닦고 있다. 2024.03.04.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한국인 올림픽 최다 메달 보유 선수 진종오가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브리온 성수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헌정 영상을 시청한 뒤 눈물을 닦고 있다. 2024.03.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한국 사격을 이끌어온 '권총 황제' 진종오(45)가 현역 은퇴했다.

진종오는 4일 서울 성수동 브리온컴퍼니 사옥에서 은퇴식을 가졌다.

진종오는 "사랑을 받으며 좋아하는 사격을 했고, 대한민국 대표로 활약하며 성공도, 실패도 했다. 그동안 너무 행복했다"며 "이제는 받았던 사랑을 모든 분들에게 돌려드릴 수 있는 진종오로 새로 태어나겠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이날 대한사격연맹으로부터 공로패를 전달받은 진종오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27년 간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복잡한 마음을 내비쳤다.

부모와 누나 등 가족들을 비롯해 박용택 야구 해설위원, 쇼트트랙 곽윤기, 펜싱 구본길 등 타 종목 선수들의 영상편지를 보고나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진종오는 "그동안 열심히 살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울컥했다"며 쑥스러운 듯 웃었다.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뉴시스】 장세영 기자 = 금메달을 획득한 진종오 선수가 11일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데오도루 올림픽 사격장에서 열린 사격 50m 권총 결승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미소짓고 있다. 2016.08.11.photothink@newsis.com  

【리우데자네이루(브라질)=뉴시스】 장세영 기자 = 금메달을 획득한 진종오 선수가 11일 (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데오도루 올림픽 사격장에서 열린 사격 50m 권총 결승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미소짓고 있다. [email protected]    


 진종오는 한국 사격을 대표한 선수다. 올림픽에서만 개인 통산 6개(금 4개, 은 2개)를 수확해 양궁의 김수녕(금 4개, 은 1개, 동 1개), 빙속 이승훈(금 2개, 은 3개, 동 1개)과 함께 한국 선수 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을 가지고 있다.

2004 아테네 올림픽 권총 5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첫 올림픽을 화려하게 장식한 진종오는 2008 베이징 대회 같은 종목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

2012 런던 올림픽 권총 50m, 공기 권총 10m에서 2관왕에 올랐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권총 50m 금메달을 차지해 이 종목 3연패에 성공했다. 올림픽 사격 역사상 단일 종목에서 3회 연속 우승한 건 진종오가 최초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며 5회 대회 연속 메달 사냥과 함께 한국 올림픽 새 역사를 노렸지만, 아쉽게 무산됐다. 이 대회가 진종오의 마지막 올림픽이 됐다.

진종오는 도쿄 올림픽을 치르며 은퇴를 결심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더 이상 자리를 차지해선 안 되겠구나, 후배들을 위해서 내려놔야겠다'고 싶었다. 집중력을 끌어올리기도 쉽지 않아 물러나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당시 2024 파리 올림픽 도전 의사를 밝히기도 했던 그는 "도쿄 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하는 건 스스로에 부담감을 줄 것 같았고, 시한부를 선고하는 느낌이라 목표에 대해선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며 멋쩍게 웃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한국인 올림픽 최다 메달 보유 선수 진종오가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브리온 성수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꽃다발과 케이크를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03.04.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한국인 올림픽 최다 메달 보유 선수 진종오가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브리온 성수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꽃다발과 케이크를 받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03.04. [email protected]


 진종오가 꼽은 가장 의미 있는 메달은 2012 런던 대회 금메달 2개다. "당시 세계신기록도 가지고 있었고 세계랭킹 1위였다. 올림픽도 자신 있었고, 즐기면서 했다"며 "'세계 정상을 확인시켜주자'는 생각도 있었다. 거만한 느낌이긴 하지만 자신감이 있어 성적도, 성취감도 가장 뿌듯했다"고 돌아봤다.

선수 인생 '최고의 한 발'로도 당시 대회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 역전 허용 위기에서 쏜 마지막 발을 꼽았다. 진종오는 "마지막 발로 10.8점을 쐈다. 그건 아직까지 잊히지 않는다. 당시 땅 쏘는 순간 '이건 정중앙이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음지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도, 그 자리를 오래 유지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진종오는 철저한 자기 관리로 꾸준한 성과를 내왔다. 그는 "12월 31일이 되면 항상 다음해 목표를 세웠다. 혼자 메모를 하며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적었는데, 하고 싶은 것들을 참아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 사람들과의 만남도 포함됐는데 지독히 외로웠던 점이 가장 견디기 힘든 부분이었다"고 고백했다.

진종오는 사대에서 물러나면서도 사격을 향한 여전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다시 태어나도 사격을 하고 싶다. 지금까지도 총을 너무 좋아하고, 사격장에 가면 설렌다. 사격선수로 남고 싶다"고 강조했다.

많은 경험을 한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도 밝혔다. "기록 경쟁을 하는 종목이다 보니 개인주의적인 부분도 있었다. 후배들이 어떻게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을지 물어왔을 때 상투적으로 답했던 것 같아 미안함이 있다. 다정하게 말해줄 걸 하는 미련이 남는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꼭 대표팀 지도자가 아니더라도 후배들의 멘털 관리나 기술적인 부분을 공유해주고 싶다. 후배들에 귀감이 되고, 지식을 전달할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한국인 올림픽 최다 메달 보유 선수 진종오가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브리온 성수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03.04.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한국인 올림픽 최다 메달 보유 선수 진종오가 4일 오후 서울 성동구 브리온 성수에서 열린 은퇴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03.04. [email protected]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진종오는 정치에 입문해 '인생 2막'을 연다. 대한체육회 이사,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공동 조직위원장 등을 맡아 행정가로도 활동했던 진종오는 지난달 국민의힘에 4·10 총선 인재로 입당했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 "오늘은 선수 진종오의 모습을 담아주시면 감사하겠다"면서도 "우리 미래 세대가 체력적으로 약해져있다. 아이들이 많이 뛰어 놀 기회를 만들어 주고 싶다. 미래 세대들을 위해 그런 공간을 개척해주는 게 우리의 역할인 것 같다"며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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