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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무인경비시스템 무효' 아파트경비원 "주민께 감사…도입 재거론 불안"

등록 2017.04.23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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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무인경비시스템 도입으로 해고 위기에 놓였던 283명의 경비원 중 한명인 구자복 씨가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4.23.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무인경비시스템 도입으로 해고 위기에 놓였던 283명의 경비원 중 한명인 구자복 씨가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04.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강지은 기자 =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의 전체 경비원 283명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가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주장했던 무인경비시스템 도입을 이날 전면 무효화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열흘 뒤인 지난 20일 오후 올림픽아파트를 찾아 경비원중 한명인 106동 경비원 구자복(62)씨를 만나봤다.

 2015년 9월부터 이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구씨는 "(무인경비시스템 무효 소식을 듣고) 너무나 기뻤다"며 "가족들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일이 잘 해결돼서 다행"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112개동 5540세대로 구성된 올림픽아파트에 무인경비시스템 도입이 언급되기 시작한건 3년전부터다. 그간 소문만 무성했던 도입 여부는 올해 2월이 되면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입대의는 2월10일 무인경비시스템 도입을 의결했다. 그리고 한달 뒤인 3월6일 도입 여부를 주민 찬반투표에 부치려 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도입 논리는 지금보다 관리비를 66%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 막막했죠." 구씨는 불안했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고개를 내저었다.

 "여기 계신 분(경비원)들이 대부분 노후대책이 제대로 안 세워진 분들이잖아요. 그런데 하루 아침에 갑자기 직장을 잃게 된다고 하니 그 심경이 어떻겠어요. 다들 나이도 있어서 다른데 나가 직장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태고... 걱정을 많이 했죠."

 해고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관심을 가져 준 사람들은 다름 아닌 '아파트 주민들'이었다.

 주민들은 입대의가 주민 찬반여부를 공정성 담보가 어려운 '방문투표'로 결정하려고 하자 거세게 반발하며 도입 결정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일부 주민들은 아파트 정문과 인근에서 도입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토론의 장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민들이 지나가다가 '괜찮으시냐'며 따뜻한 인사를 많이 건네셨어요. 큰 힘이 됐죠. 특히 1000여명이 모인 SNS에서 주민들이 도입 반대 의견을 내주시는 등 저희를 많이 지지해주셨어요."

 송파구청도 힘을 보탰다. 경비업무는 아파트 단지 자체 관리업무로 구청 개입은 사실상 어렵다. 그럼에도 송파구는 입대의에 주민 의견이 공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소통과 대화를 유도했다.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무인경비시스템 도입으로 해고 위기에 놓였던 경비원 283명 중 한명인 구자복 씨가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 내 경비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2017.04.23.  mangust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무인경비시스템 도입으로 해고 위기에 놓였던 경비원 283명 중 한명인 구자복 씨가 2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기자촌아파트 내 경비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2017.04.23.    [email protected]

 상황이 이렇게 되자 무인경비시스템 도입에 대한 찬반투표는 주민공청회 실시 이후로 무기한 연기됐다.

 이후 입대의와 주민간의 지속적인 대화가 이어지면서 주민공청회가 시작되기전인 지난 10일 입대의는 무인경비시스템의 도입을 전면 백지화하기로 의결했다.

 구씨는 "이번에 일이 잘 해결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주민들 덕분"이라며 연신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도 무인경비시스템 도입이 '완전히' 무효화된 것은 아니라고 우려했다.

 "표면상으로는 끝난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언제든 다시 무인경비시스템 도입 문제가 거론될 수 있어요. 저희는 여전히 불안할 수밖에 없는 거죠."

 구씨는 경비 업무를 사람이 아닌 비용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현 세태도 꼬집었다.  

 "(무인경비시스템이) 관리비 절약 측면에서는 좋은 방안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부수적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포함하면 (지금의 시스템 비용과) 사실은 대동소이해요. 얼마 안 되는 차이 때문에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하면) 지금까지 저희들이 주민들을 위해 제공했던 서비스는 다 중단되는 거죠. 특히 여기는 30년된 아파트에요. 보시다시피 출입문이 여러군데 있어요. 보안상 침입할 만한 곳이 많다는 얘기죠. 무인경비시스템이 하지 못하는 이런 일들을 저희들이 하겠다는 거에요."

 다시 일자리를 '지키게' 된 구씨의 포부는 소박했다.

 "주민들이 저희를 위해 많이 도와주셨잖아요. 그래서 저희도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요즘엔 여러가지 안 하던 일도 해요. 아침 출근시간에 각 조별로 나와 교통정리도 하고 일주일에 1~2번씩 대청소도 합니다. 조금이라도 신경써서 잘해드려야겠다는 마음에서요."

 끝으로 그에게 있어 일이란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것이지요."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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