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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특수 올라탄 '구리 값', 2년來 최고···트럼프 1조달러 인프라 없어도 OK

등록 2017.07.26 12: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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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특수 올라탄 '구리 값', 2년來 최고···트럼프 1조달러 인프라 없어도 OK

【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세계 경기의 선행지표로 통하는 '닥터 코퍼(copper)' 구리값이 중국의 수요를 등에 업고 지난 2015년 이후 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정정 불안에 발목이 잡힌 도널드 트럼프 호의 경기부양안이 동력을 상실한 가운데 중국이 미국의 원자재 수요 감소를 떠받치고 있는 양상이다.

25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구리 7월 인도물은 이날 뉴욕상업거래소 코멕스(COMEX)에서 전장에 비해 4.1%오른 파운드당 2.8405달러로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15년 5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공약한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등 경기부양안을 향한 기대가 높던 올 2월 고점을 뛰어넘었다.

구리는 세계 경기의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 '풍향계'로 받아들여진다. 전자제품은 물론 자동차, 건설, 조선을 비롯한 제조업 전반에 폭넓게 사용되기 때문이다. 구리 수요는 이에 따라 실물 경기를 예측하는 경기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경기 상황을 가장 잘 반영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닥터 코퍼'로 불린다.

구리값 상승은 ▲중국 특수 ▲달러 약세 등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은 전 세계 구리 소비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자산운용사인 ETF증권의 니테시 샤 이코노미스트 겸 원자재 전략가는 “미국이 인프라 지출을 늘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지만, 전 세계적인 인프라 지출은 중국의 수요에 힘입어 매우 강하다”면서 이러한 구리값 강세 배경을 설명했다.

‘캣’이라는 애칭으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굴삭기 업체 캐터필러도 이러한 견해를 지지했다. 이 회사는 이날 인프라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중국의 장비 수요가 커지며 2분기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10% 상승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각종 규제를 부과해도 건설 경기가 여전히 살아있는데다, 주요 지역을 고속철도로 연결하는 국토개조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며 구리 수요가 높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정정불안에 따른 달러 약세도 구리값을 끌어올리는 또 다른 요인이다. 러시아 내통의혹에 갇힌 트럼프 대통령이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집행할 동력을 점차 상실하면서 달러화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구리,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은 달러화로 표시되고,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유로화, 엔화를 비롯한 타 통화의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강해진다.

구리가격 상승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헤지펀드들은 이러한 가격상승세가 유지된다는 쪽에 돈을 걸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구리값 상승을 내다보는 헤지펀드들의 계약(bullish bets)이 이달 11~18일  7만4233건으로 지난 2월21일 이후 가장 많았다.

한편, 골드만삭스는 구리와 미 국채 10년물의 상관관계를 강조한 바 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과 구리값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미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이날 연 2.32%로 전장의 2.26%에 비해 0.06%포인트 올랐다. 국채 수익률은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반영한다. 수익율 상승은 미국 경기가 호전됨을 알리는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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