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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전 바다를 지배한 전략 비결···'장보고의 글로벌 경영 혁명'

등록 2017.10.18 15: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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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전 바다를 지배한 전략 비결···'장보고의 글로벌 경영 혁명'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장보고는 단순히 생활 도자기의 유통을 넘어 800도에서 구워낸 뒤 유약을 발라서 1200도에서 한 번 더 구워내는 가마 기술을 터득한 기술자를 양성함과 더불어 도자기 원료인 고령토를 확보하는 데 선투자를 한 것이다. 이러한 투자의 결과, 장보고가 활발하게 해상교역을 하던 당시 강진은 도자기 생산 기지로 발전했으며, 이곳에서 생산한 햇무리굽 청자를 일본까지 수출했다.(···) 이처럼 장보고가 강진 및 해남에서 도자기 산업에 선투자를 했으므로 고려 시대의 상감청자가 탄생할 수 있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197~198쪽)

황상석 장보고글로벌경영연구원 원장, 장보고글로벌재단 사무총장이 '장보고의 글로벌 경영 혁명'을 냈다. 통일신라 시대 해상왕으로 잘 알려진 '장보고'의 세계화 정신과 성공 비결을 분석한 책이다.

황 원장은 20여 년 동안 장보고의 삶과 성공 비결을 추적해왔다. 전남대학교 세계한상문화연구단에서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고자 주관한 '장보고 거상 육성 프로젝트'의 부단장을 맡았으며, 사단법인 한국재해정보협회 사무총장과 사단법인 장보고기념사업회 사무총장, 사단법인 장보고CEO포럼 공동대표를 지냈다.

그는 교과서와 위인전·드라마 등을 통해 친숙한 장보고의 삶을 경제·경영적 측면에서 역동적으로 재해석했다. 장보고를 단순히 영웅주의적 관점에서 조명하지 않고, 당시 동아시아 정세를 세밀하게 분석해 장보고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통찰한다.

장보고가 국제무역을 주도하고 초국적인의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시대의 변화를 누구보다 빨리 이해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고대 동아시아의 정치·경제·문화·기술 다방면을 아우르는 촘촘한 분석으로 그가 천년 전 글로벌 경영을 주도한 인물이었음을 증명했다.

장보고가 살았던 당시 통일신라는 사회·경제적으로 매우 위태로웠다. '헬조선'이라고 불리는 현재 국내 상황과도 비슷한 점이 많다. 그럼에도 장보고는 해외로 눈을 돌려 도전과 개척 정신을 발휘했다.

"오늘날 관점에서 장보고의 청해 사상을 재해석한다면 '바다로 진출함으로써 해양 강국을 추구했던, 일종의 국가 발전 전략'이었다. 이러한 장보고의 청해 사상은 역사적으로 제해권을 확보하여 강대국으로 발전했던 전략과 일치한다. 예컨대 포르투갈이 16세기 때, 네덜란드가 17세기 때, 영국이 18∼19세기 때 바다를 제패함으로써 강대국의 반열에 올랐다."(218쪽)

9세기 장보고는 재외 신라인 경제 공동체를 형성해 신라의 경제 및 문화 영토를 해외로 확장할 수 있었다. 현재 재외 동포는 전 세계 180여 개국에 거주하며 720만 명에 이른다. 세계 한인 기업도 20만 개에 이른다.

"장보고는 서주 생활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장보고는 고대 동아시아의 국제 관계가 급변하고 있음을 감지했다. 당과 통일신라, 일본 등에서 강력한 중앙 통치 체제가 약화하고, 지방 호족 세력이 득세해가는 변화를 체득한 것이다. 장보고는 통시적 관점에서 고대 동아시아의 흐름을 철저하게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소중한 몇 가지의 안목과 통찰력을 얻은 것이다."(227쪽)

"해상운송 기술은 노에서 돛, 연안 스케치에서 해도, 자석에서 나침반, 천체관측에서 천문항법, 태양 운행에서 시간 측정으로 발달한 천문 지식과 항해술, 조선술, 해운 기술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기술을 확보하려면 정부 차원의 지원이 꼭 있어야 한다. 다행히 신라는 다른 나라에는 없던 ‘선부’라는 행정조직을 중앙 부서에 설치, 운영했다. 이렇게 해양 분야에 남다른 투자를 했기에 한강 유역을 점령하고 나당동맹을 체결할 수 있었다. 더욱이 당나라와 네 차례 해전을 거쳐 동아시아의 제해권을 확보했다. 장보고와 청해진 상단은 신라가 확보했던 제해권을 전수(傳受)한 것이다."(422~423쪽)

황 원장은 "올해도 한국의 경제는 낙관적이지 않다"며 "조선업, 자동차, 철강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불황을 겪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위기를 맞고 있다. 장보고의 삶을 이해하면 21세기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512쪽, 푸른지식,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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