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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우영구청장 "은평구, 통일시대 남북이을 교통중심될 것"

등록 2018.06.03 14:05:54수정 2018.06.03 18: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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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불출마 선언…"내 쓸 에너지 다 써"

구 재정궁핍에 속앓이…중앙정부 지원 아쉬움

한반도경제 '부산→서울→평양' 가는데 중심엔 '은평'

【서울=뉴시스】김우영 은평구청장. (사진 = 은평구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우영 은평구청장.  (사진 = 은평구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김우영 은평구청장은 전국적으로 보면 200여명이 넘는 기초지방자치단체장중 한명에 불과하다. 서울로 범위를 좁혀도 25명의 자치구청장중 한명일 뿐이다.

 하지만 민선 5~6기 8년의 시간동안 그가 일구어낸 성과는 단순히 은평구 관내에서만 회자되지 않는다.

 그는 취임 이래 입이 닳도록 '자치와 참여'를 강조해왔다. 
  
 주민 스스로 역량을 강화해 사회관계망을 회복하고 구정의 중심으로 진입하는게 그가 생각하는 참여와 자치의 결실물이다.
 
 참여와 자치를 양날개로 한 주민참여예산제와 도시재생은 서울시 정책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산새마을에서 시작한 도시재생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사업으로 채택됐다.
 
 지난달에는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제10회 다산목민대상'에서 대통령상을 받아 서울 서북부 외곽도시에서 주목받는 혁신도시로 인정받았다.

 김 구청장은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3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아직 젊은 나이(69년생)에 재선 기초단체장의 경륜을 쌓은 그에게 많은 사람들은 아쉬움보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한다.

 뉴시스는 지난달 28일 은평구청 집무실에서 김 구청장을 만나 지난 8년의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김 구청장은 자신의 미래 위치와 역할에 대해 말하면서 고(故) 신영복 선생의 '담론'을 꺼냈다.

 그는 "선생의 담론에 보면 득위(得位)라는 말이 나온다. 100의 능력을 가진 사람은 70의 자리를 가라. 30의 여유를 갖고 새로운 아이디어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이어 "사람들이 '나는 120의 자리에 가야한다. 그러면 자리가 사람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 그럴 수 있긴 하지만 이 자리를 감당하느라 에너지를 다 쓰다보면 새로운 도전을 못하는 법"이라며 "내가 재선을 하고나서 3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한 것의 상당부분은 내가 쓸 수 있는 에너지를 다 썼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찌보면 시작할 때 나에게는 100의 능력만 있었는데 120의 일을 해야 했다고 생각한다"며 "그 때문에 에너지와 체력을 고갈시킨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25개 구청 중에서 하위권에 머무는 은평구 재정형편 때문에 속앓이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그는 "'결핍이 창조의 에너지다, 혹은 하면 된다'는 이런 비과학적인 걸 강조하는 사람들은 혼나야한다. 결핍은 창조의 에너지가 될 수 없다. 막상 결핍이 발생했을 때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결핍하지 않았을 때의 경험"이라고 단언했다.

 동시에 "탐험심은 빈곤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충분한 심정적 지원과 유대감으로부터 나온다"며 지방정부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이 미흡한 현실을 지적했다.

 김 구청장은 "(대한민국 중앙정부의)재정건전성은 독일보다 높다. 그런데 (지방정부가) '재정낭비를 한다'는 이런 기획재정부의 프레임에 많은 시민들이 편견을 갖게 됐다. 호화청사, 의정부 경전철이 그렇다. 양양국제공항은 '돈은 투입했는데 비행기가 안 뜬다'는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 구청장은 나아가 지방정부의 실정으로 비판받는 이같은 사업은 사실 중앙정부의 투융자 심사를 거친 것이라면서 이 투융자 심사과정에 지방토건세력과 국회의원이 결탁해 개입한다는 의심을 지우지 못했다. 

 그는 "이는 중앙정부의 토건사업을 지방화하는 것"이라며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보장하지 않는 중앙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어려운 재정여건이 걸림돌이 되긴 했지만 은평구의 미래를 위한 준비는 나름 차곡차곡 해 놓은 보람도 느낀다는 김 구청장이다.

 김 구청장이 은평구의 미래를 서울 자치구중 가장 밝게 보는 이유는 지리적 특성과 무관치 않다.

 통일시대부터 한반도 교통의 중심지라는 타이틀은 거저 쥐어진 게 아니다.

 은평구 주요도로인 통일로는 서울역에서 경기도 파주시를 잇는 총연장 약 57.5km 도로이자 목포에서 신의주를 잇는 1번 국도의 일부로 현재 남북이 분단된 현실에서 민족통일의 의지를 담아 상징적으로 이름 붙여졌다.

 또한 조선시대의 9대 간선로중 하나로 중국으로 통하는 유일한 육로인 의주로가 근간이 되어 이루어진 도로로, 과거 북방의 문화·문물이 전래되는 중심 교통로다.

 이 길의 주위에는 역참·파발 등이 발달했다. 이러한 사실을 알려주는 지명이 은평구 진관동 구파발이다. 은평구는 이를 기념하고 통일을 향한 구민의 염원을 표출하기 위해 매년 '통일로 파발제'를 개최하고 있다.

 더군다나 통일로가 지나는 은평구 녹번동은 남으로 부산 동래, 북으로 의주까지 양쪽으로 천리라고 해 '양천리'라는 지명이 남아있다.

 김 구청장은 "은평구가 통일시대 남과 북을 이어줄 한반도 교통의 중심임을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아가 "남쪽으로 과투자된 SOC는 이제 북으로 가야 한다. 러시아와 중국 등 대륙과 연결되도록 우리 경제의 중심축을 옮겨야 우리 경제가 살 수 있다"며 "남쪽에만 과투자하는, '밑 빠진 독에 물붓기'는 그만두고, 북방경제 활로를 통해 남쪽의 경제도 체질개선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쪽에는 소득주도로 성장하도록 최저임금을 올리고 복지를 확대하며 마을공동체 도시재생 등을 통한 주거환경 개선과 지역일자리 창출로의 경제 체계를 개선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구청장이 남북관계 개선에 대비하면서 준비한 미래를 위한 거점공간은 수색과 구파발, 그리고 혁신파크(불광동 내) 3곳이다. 그는 구파발에는 서북부 최대 규모 병원을 유치했고, 수색역 개발을 위해 민간기업 유치에 주력했다.  

 그는 구청장으로 재직하면서 카이스트 미래전략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칠 정도로 학구열이 높다. 엉뚱하면서도 때로는 파격적인 상상력은 대부분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습관에서 비롯됐다는게 지인들의 전언이다.

 그는 "한반도 경제의 축은 서울과 부산, 그리고 평양인데 분단이 되면서 평양과 연결이 끊어지면서 서울과 부산만 연결됐다. 그축이 경부선인데 그동안은 강남이 출발점이 다보니 클 수밖에 없었다. 남으로 내려가는, 북으로 올라가는 경제, 한반도의 경제가 부산에서 서울을 거쳐 평양으로 가는데 그 중심은 은평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안전과 의료는 구파발이 중심되고, 경제물류 중심지는 수색이 된다"며 "혁신파크는 남북관계 혁신 플랫폼으로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일에 대한 구상을 실험하는 곳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구청장은 국립한국문학관의 은평구 유치를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임기를 마치게 된 것을 아쉽게 생각했다. 

 그는 "은평이라는 지역적 접근으로 한국문학관을 유치하겠다는 생각을 더 이상 할 입장은 아니다"며 "문체부와 서울시, 새로 구성되는 한국문학관 설립추진위원에서 잘 협의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북미, 남북 평화국면이다. 그동안 전쟁, 분단의 아픔을 달래고 새로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도록 한 게 문학"이라며 "상상력의 보고로 한국문학관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이 국회 상정도 못한 채 좌초하면서 지방분권 개헌이 사실상 물 건너간 현 상황에 대해 여야 국회의원들을 향해 쓴 소리를 냈다. 

 그는 "국회의원들이 지방분권 문제를 재인식해야 한다. 가령 시·구의원을 주민의 도구로 써지도록 해야 하는데 자신의 도구로 쓰는 그런 행태가 아직까지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들도 견제 내지는 경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 것 같아 대단히 안타깝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회의원들이 열에 아홉을 국민이 비난하는게 왜 초래됐는지 각성했으면 한다. 그 각성의 결과로 지방분권을 정치가, 여의도가 좀 더 과감하게 수용할 필요가 있다. 기득권이 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면 그 기득권을 유지할 수 없다. 국회의원들이 자기들의 정치지분만 유지하려고 하면 국민이 심판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그는 내친김에 "국회의원들이 동료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고 며칠전에는 최저임금 개악에 사인까지 해줬다"고 비판했다.

 김 구청장은 "이 정부의 핵심공약이 소득주도 성장인데 알바와 20대의 헬조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민주당)국회의원들이 하더니 제일 먼저 한게 최저임금을 사실상 후퇴시켰다"며 "국회의원들이 심각한 문제의식이 있다. 그걸 개혁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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