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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으로 끝난 살라의 월드컵 데뷔전

등록 2018.06.20 05:05:32수정 2018.06.20 18: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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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으로 끝난 살라의 월드컵 데뷔전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뉴시스】 권혁진 기자 = '이집트 왕자'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의 월드컵 데뷔전은 악몽으로 막을 내렸다.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조국을 위해 출전을 강행했지만, 팀을 탈락 위기에서 구해내진 못했다.

살라는 19일 오후 9시(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A조 조별리그 2차전에 선발 출전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 소속의 살라는 지난달 27일 레알 마드리드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어깨 부상을 당했다. 월드컵 출전이 힘들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등장했지만 이집트축구협회는 그를 23명 최종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지난 15일 우루과이와의 1차전은 벤치에서 지켜봤다. 헥토르 쿠페르 이집트 감독은 "살라가 경기 중 넘어지면 또 다른 부상을 입을 수 있다고 봤다. 러시아전에서는 최고의 몸상태를 회복하길 기대한다"면서 2차전 출전을 예고했다.

살라가 나설 것이라는 기대 때문인지 경기 전 만난 이집트 팬들의 표정은 설렘으로 가득찼다. 경기장 안팎은 살라의 유니폼을 입은 이집트팬들로 들썩였다.

살라는 4-2-3-1 포메이션의 오른쪽 윙포워드로 출격했다. 경기 시작 13분 만에 유의미한 기회를 만들어냈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뒤 페널티 박스 안으로 파고들자 양국 응원단은 서로 다른 의미의 함성을 질렀다. 수비에 막혀 슛까진 연결하지 못했다.

러시아 수비진은 살라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왼쪽 측면 수비수인 유리 지르코프(제니트)는 늘 살라를 근거리에 두려했다. 지르코프가 공격에 나설 때면 센터백 세르게이 이그나셰비치(CSKA 모스크바)가 살라에게 다가왔다.

전반 42분 살라가 견제를 뚫고 다시 한 번 기회를 엿봤다. 마르완 모센(알 아흘리)이 머리로 떨어뜨린 공을 돌아서며 터닝슛으로 연결했다. 반박자 빠른 슛으로 수비의 타이밍을 빼앗았지만 공은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살라가 주춤하던 후반 초반, 러시아의 공세가 펼쳐졌다. 후반 2분 만에 상대 자책골로 '0'의 균형을 무너뜨린 러시아는 후반 14분 개막전 멀티골의 주인공인 데니스 체리셰프(비야레알)의 골로 2-0을 만들었다. 3분 뒤 아르템 주바(아르세날 툴라)의 세 번째 골을 먼 거리에서 지켜본 살라는 허리에 손을 댄 채 괴로운 듯 유니폼으로 얼굴을 감쌌다. 힘든 와중에도 박수로 동료들을 격려하는 일은 잊지 않았다.

후반 28분 마침내 살라의 득점포가 터졌다. 드리블 돌파 과정에서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직접 마무리했다. 러시아 관중의 엄청난 야유를 딛고 얻어낸 개인 통산 첫 월드컵 득점이었다. 살라는 잔디에 입을 맞췄다.

하지만 더 이상의 반격은 없었다. 러시아는 효율적인 역습과 탄탄한 수비로 3-1 승리를 지켰다. 살라는 종료 휘슬이 울리기 무섭게 라커룸으로 향했다. 세계가 기대했던 '이집트 왕자'의 월드컵 데뷔전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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