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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찬욱, 영화감독이 드라마PD 됐다···왜?

등록 2019.03.25 14: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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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박찬욱 감독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두꺼운 소설을 6부작으로 옮기는 과정이었다. 무엇을 빼고 뭘 두는지는 감독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따라 달라진다. 로맨스와 관련된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희석되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남녀 사이의 신이 원작보다 더 유머러스하고 따뜻한 느낌이 있다."

박찬욱(56) 감독은 자신의 첫 TV드라마 연출작 '리틀 드러머 걸: 감독판'을 이렇게 소개했다.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의 비밀작전에 연루돼 스파이가 된 배우 '찰리'(플로렌스 퓨)와 그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이야기다. 스파이 소설의 대가 존 르 카레(88)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지난해 영국 BBC와 미국 AMC에서 방송됐다. 영상 서비스 '왓챠 플레이'에서 29일 세계 최초로 6편이 공개된다.

"감독판을 어떻게 해서든지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예술적인 문제도 있지만 편집 자체에서 내가 원하는 게 따로 있었다. 감독판을 하면서 엄청난 개선이 이뤄졌다. 색이나 음향 모든 것이 바뀌었다. 사실 긴 시간 동안 외국에 머물면서 빨리 한국에 오고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그러나 이 작품이 방송판으로만 남는다면 아쉬움이 컸다. 방송이 끝나고도 두 달 가까이 편집에만 매달렸다. 진짜 힘들었지만 꾹 참고 작업했다."
[인터뷰]박찬욱, 영화감독이 드라마PD 됐다···왜?

박 감독은 영화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아가씨'(2016) 등을 연출했다. TV드라마에 처음 도전한 것은 원작의 매력을 충분히 담기 위해서다.

"극장 상영을 포기하는 것은 뼈아픈 고통이다. 희생이 필요한 일이었다. 영화는 기껏해야 130분이다. 그 안에 도저히 넣을 수 없는 이야기를 담으려면 시리즈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긴 이야기, 많은 등장인물이 들어간 이야기를 하고싶으면 TV나 동영상 서비스(OTT)로 가야 될 것 같다. 이런 플랫폼을 선택할 때 좋은 작품이 아니면 못할 것 같다. 왠만하면 극장 상영은 내려놓고 싶지 않다."

감독판은 방송판과는 완전히 다른 버전이다. 방송 심의 기준과 상영시간 제한에 따라 제외된 다수의 장면을 포함하고 있다. 감독판과 방송판의 가장 큰 차이는 뭔가. "그걸 말하는 것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것"이라며 웃었다.

"찰리의 시계 달린 라디오가 있는데 배터리와 관련된 신이 나온다. 배터리를 빼는데, 그것을 관객이 언제 볼 수 있게 하느냐가 중요한 지점이었다. 감독판은 플래시백(과거 회상 장면)으로 편집했고, 방송판에서는 사건 속에서 현재 시점으로 등장한다."

영국의 신예 플로렌스 퓨(23), 스웨덴 국민배우 알렉산더 스카스가드(43), 미국 배우 마이클 셰넌(45) 등이 출연했다. '친절한 금자씨' '아가씨' 등에 이어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찰리는 '아가씨'에서의 숙희(김태리)처럼 거래와 거짓말이 얽혀있는 인물이다. "진실을 숨기고 아닌 척 하고 다른 이를 연기하는 것, 그런 이야기를 좋아한다. 찰리가 거대한 거짓말 세계를 구축한다. 무엇이 진짜 감정인지 심지어 자기 자신도 모른다. 이런 감정이나 상황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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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은 찰리를 연기한 퓨를 극찬했다. "찰리는 모험심과 호기심, 용기, 대담함을 가진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작에서도 그렇고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로 찰리는 이 위험한 일에 참여해야 할 이유가 없다. 누가 총을 들이대고 하라고 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었고, 언제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데 계속 위험한 쪽으로 선택한다. 퓨 같은 배우가 아니라면 관객들이 계속 질문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캐스팅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캐스팅하고 나서 만났다. 이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관객이 적어도 그런 질문을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였고 연기도 잘해냈다."

찰리는 '스파이'라는 역할을 받아들이고, 이스라엘 정보국의 비밀 작전에 침투한다. 영국·독일·그리스·이스라엘 등을 무대로 첩보전이 펼져진다. 박 감독은 "총 81회차였다. 영국·그리스·체코에서 촬영을 했는데 빨리 찍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영국에서 계속 찍으면 손발이 맞는 사람들과 찍으면 되는데, 그리스나 체코에서는 새로운 사람들과 또 호흡을 맞춰야 했다. 그러다보니 초기에는 진행이 더딜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 자체가 도전이었다. 일단 촬영 후에 모니터를 재생해서 보지 않고, 현장 편집도 안 했다. 김우형 촬영감독이 아주 영리하게 조명설계를 했다. 롱테이크(1∼2분 이상 장면이 편집없이 진행되는 것)를 찍으면서 아름답게 잘 뽑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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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감독은 2012년 할리우드에서 '더 브리건스 오브 래틀버지'(The Brigands Of Rattleborge) 연출 제안을 받았다. 작품의 주인공으로 미국 할리우드 배우 매슈 매커너헤이(50)가 물망에 올랐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더 브리건스 오브 래틀버지'는 어떻게든 내가 하려고 하는 작품"이라며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남성적이고 폭력적인 이야기다. 극본을 몇 년에 걸쳐 다듬어오고 있다. 오늘 새벽에도 썼다. 아직 투자 확정이 안 됐다. 투자가 확정되면 차기작은 할리우드 영화가 될 것이다."

또 "한국에서 준비 중인 작품도 있다"며 "남녀의 이야기다. 미스터리 수사물인데 로맨스가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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