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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스파이로 불렸다"…'헌재 파견' 판사, 법정 증언

등록 2019.10.18 18: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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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파견 당시 내부 정보 유출 판사

"필요한 일이지만 꺼림칙했다" 진술

"소통 창구 양성화 필요하다 생각해"

"법원 스파이로 불렸다"…'헌재 파견' 판사, 법정 증언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헌법재판소 파견 당시 헌재 내부 정보를 법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현직 판사가 자신의 위치가 "애매했다"며 "헌법재판관들도 '법원 스파이'라고 놀리기도 했다"고 법정에서 털어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는 18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3명에 대한 37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최모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2015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헌재에서 파견 근무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던 최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나온 것은 지난 5월29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에 이어 두번째다.

검찰에 따르면 최 부장판사는 당시 헌재 사건 정보 및 연구관 검토보고서, 소장 동향 등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의혹을 받는다. 헌재 내부에서도 '철저 보안'이라고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진행 상황이나 관련 서류를 법원행정처에 이메일로 보낸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 부장판사는 헌재 파견 당시 자신에 대해 "애매한 상황 속에 놓인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관들도 저를 '법원 스파이'라고 많이 놀리긴 했다"며 "구체적으로 모르겠지만 참 애매한 상황이었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비롯해 법원행정처에서) 자료를 달라고 하셔서 드리다 보니 그렇게 됐다"며 "필요한 것을 보냈는데 보내지 말라는 말씀도 없으셔서 보내게 됐다"고 밝혔다.

한정위헌 기속력이 쟁점이 된 제주대 교수 사건을 담당하는 선임연구관 작성 보고서를 이 전 위원에게 전달한 경위에 대해서는 다소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철저한 보안사항이더라도 헌재 관계자가 자신한테 보여주면 법원에 알리라는 뜻으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최 부장판사는 검찰이 헌재 내부에서도 내용이 민감해 복사하지 않을 것을 전제로 보여준 것이 아니냐는 취지로 추궁하자 "그런 말씀이 있으셨는데도 (선임연구관이) 저한테 보라고 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방에 복사기가 없어서 사진을 찍어 이 전 위원에게 보냈다"며 "(선임연구관) 방에서 보고 왔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제 방에 가져가서 보고 나중에 돌려달라고 하셔서 손으로 베끼는 건 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저한테 주시면 법원에 알려주라는 취지로 알았다"고 설명했다.

최 부장판사는 재판관들의 동향을 파악해 전달한 것에 대해 "(재판관들이) 워낙 중요한 이야기를 막 해주시니까 듣고 가만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랬다)"며 말끝을 흐렸다. 이에 대해 '그런 권한을 부여받은 건 아니지 않냐'는 검찰 질문에 "소통 업무를 하러 갔으니까 (그랬다)"고 답변했다.

헌재가 그걸 용인했다는 건지 재차 캐묻자 "박한철 전 소장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말씀은 오히려 전달해주기를 바랐던 것 같았다"며 "소장에 대해 오해하는 것 같으니 법원에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 걸 원하는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과 문모 전 사법정책심의관에게 이메일을 보낼 때마다 보안을 강조한 이유는 "아무래도 (유출 사실이) 알려지는 게 좋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신의 행동이 부적절했다는 취지다.

'이 전 위원에게 헌재 정보를 제공하면서 강요당해서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한다고 생각했냐'는 취지의 변호인 질문을 받자, "하고 싶지는 않았다"며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서 보고했지만 대개 꺼림칙했다"고 언급했다.

최 부장판사는 앞서 임 전 차장 재판 증인으로 나서 "두차례 임 전 차장의 지시를 받았고, 후회한다"는 취지로 밝힌 바 있다.

그는 이날 파견법관이 아니라 양 기관 사이에 필요한 자료를 정식으로 요청하면 되지 않냐는 검찰 질문에 "양성화하는 제도가 필요할 것 같다"며 "소통 창구를 만들고 요청하고 받고 그런 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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