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아이즈]건강칼럼 'Health & Happiness'-사랑니·덧니, 임플란트 대신한다
그러나 사랑니는 임플란트를 대신해 치아가 빠진 자리에 옮겨 심을 수 있는 ‘자가치아 이식’ 의 매우 귀하고 좋은 재료가 될 수 있다. 사랑니가 누워서 나거나 염증이 많은 경우가 아니라면 자가치아 이식에 요긴하게 쓰이는 보배가 되는 것이다. 치주인대라는 구조는 치아를 주변의 뼈와 연결해 지지하고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것은 치아를 뽑은 후 30분 이상 경과하면 괴사한다. 이것을 역으로 생각하면 사랑니를 뽑은 후 30분 이내에 다른 치아가 뽑혀 생긴 웅덩이에 삽입하면 생착이 가능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자가치아 이식’의 원리이다.
성공적으로 자가치아 이식된 사랑니는 임플란트와는 달리 치주인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임플란트의 단점을 고스란히 해소할 수 있다. 이를테면 씹는 압력의 쿠션기능도 담당하는 치주인대가 있기 때문에 음식을 씹을 때 임플란트에서 이따금 발생하는 울림 현상이 없어 자신의 치아와 똑같은 감각을 느낄 수 있다. 또 잇몸 질환(풍치)이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무섭게 염증이 진행되는 임플란트에 비해 이런 자기치아는 생체친화적이기 때문에 진행 속도가 현저히 줄어든다. 시술비 또한 임플란트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이식하려는 치아인 사랑니에 충치가 있다 하더라도 후에 크라운 치료를 받게 될 것이기 때문에 사랑니의 치주인대만 건전하게 유지되고 있다면 충치가 있는 사랑니도 자가치아 이식하는데 크게 상관 없다.
이렇게 장점이 많은 자가치아 이식술은 최근에는 신경치료술이나 약제의 발달로 성공률이 거의 80% 이상으로 높아졌다. 혹시 20%에 해당되는 실패가 발생해도 임플란트나 전통적인 브릿지 치료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입장에서도 절대 손해는 아니다.
사랑니를 이용한 이런 자가치아이식은 새로운 시술법인 것 같지만, 사실은 임플란트가 개발되기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치과에서 실시해온 것으로 교과서에서도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또, 충치나 풍치로 인해 치아를 뽑아야 하는 상황인데, 혹시 잘못 난 덧니가 있을 경우 이를 잘 활용하면 구태여 임플란트까지 필요 없을 수 있다. 돌출입이나 기타 부정교합으로 치아를 뽑아야 할 경우 어금니부위의 결손 치아나 교정을 위해 뽑는 소구치(앞어금니)도 역시 임플란트 대신으로 자가치아 이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렇듯 관점에 따라 잘못 난 덧니나 사랑니도 얼마든지 우리 몸에서 귀하게 쓰일 수 있는 좋은 재료가 될 수 있기에 치과의사는 늘 어떻게 하면 자연치아를 최대한 이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여야 한다. 임플란트가 아무리 좋고 뛰어난 치료법이라고 하더라도, 자기치아만큼은 못 따라올 것이다. 치과의사로서도 가장 보람된 순간은 자가치아 이식된 사랑니를 보는 순간이다. 자연과 조물주는 사람의 몸 중 어느 하나도 필요 없는 부분으로 만들지 않았다. 이렇게 귀하게 쓰일 수 있는 사랑니나 덧니는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일 수 있기 때문에 사랑니나 덧니를 뽑기를 고려한다면 한번 더 신중히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기사는 뉴시스 발행 시사주간지 뉴시스아이즈 제172호(4월19일자)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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