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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미디어아티스트 양아치, 꿈인가 현실인가 ‘뼈와 살이 타는 밤’

등록 2014.06.23 07:21:00수정 2016.12.28 12: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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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미디어아티스트 양아치

【서울=뉴시스】미디어아티스트 양아치

【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뼈와 살이 타는 밤.’ 1980년대 초 전두환 정권이 추진한 ‘3S 정책’(영화·섹스·스포츠)의 하나로 제작된 에로영화 제목이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쓴 이 정책으로 당시 극장가는 에로영화 열풍이었다. 이후 30년, 당시와 지금의 사회는 별반 다르지 않다. ‘병든 사회’라는 점은 여전하다.

 미디어아티스트 양아치(44·조성진)는 이 점에 주목하고 영화 ‘뼈와 살이 타는 밤’과 같은 전시 제목으로 작품을 설치했다.

 서울 삼청로 50 학고재 갤러리에 작품을 들여놓은 그는 “세월호 침몰 등으로 우울증에 걸려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모른체 할 수 없지만, 작가이기 전에 개인적으로 뭘 할 수 없다는 게 굉장히 참담했다”며 “그 참담함을 감정에 치우쳐 해보자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3S는 대단한 산물이 됐다. 그 산물의 역사가 지나갔고 죽은 줄 알았는데 다시 살아왔다. 이번 전시를 생각하면서 가장 많이 되뇌었던 말이 ‘죽었다고 생각한 게 살아있고 살아있어야 할 게 죽어 나가는 시대’인 것 같았다”며 불확실한 현재 상황을 지적했다.

 전시는 크게 ‘황금산’과 같은 이상향과 현실을 나타내는 칠흑 같은 어둠으로 나눠 꾸몄다. 입체와 사진, 영상 44점이 나왔다.

【서울=뉴시스】양아치 '뼈와 살이 타는 밤' (60×40㎝, C-print, 2014)

【서울=뉴시스】양아치 '뼈와 살이 타는 밤' (60×40㎝, C-print, 2014)

 전시장에 설치한 사진과 영상은 암흑 같다. 얼굴이나 몸이 제대로 드러난 사진이 없다. 이것들이 왜 여기 있어야 하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오브제들이다. 오브제들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적으로, 공적으로 느끼는 작가의 감정들이 전달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신작 ‘뼈와 살이 타는 밤’은 그가 6개월간 인왕산을 오르며 만든 작품이다. 우울증에서 벗어나고자 시작한 야간 산행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고 한다. 작품에서 남자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손전등을 들고 간다. 인적 없는 산과 들판, 물 속 어딘가를 헤매고 있다. 어둠에서 탈출하고자 작은 동굴에서 벗어나 보지만, 곧바로 더 큰 동굴 속에 갇히고 만다.

 그는 ‘뼈와 살이 타는 밤’의 작업 배경을 작은 동굴과 큰 동굴로 빗대 설명했다. “작은 동굴은 과거의 역사를 말하는 것이다. 역사라는 동굴을 벗어나면 밝은 미래가 나타날 줄 알지만, 아니다. 작은 동굴에서 좀 더 큰 동굴로 이동만 했을 뿐 계속 동굴만 나오게 된다”며 어둠으로 대변되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역사의 반복을 관객에게 묻는다.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소설 ‘구운몽’과 우리의 현실은 유사하다”고 말했다. 현실에 살아 있어야 할 것이 죽고, 죽어야 할 것이 살아있다는 점에서 ‘구운몽의 세계’와 3S가 지배하던 30년 전의 세계, 그리고 지금의 세계는 차이가 없다는 주장이다.

【서울=뉴시스】양아치 작품 전시회

【서울=뉴시스】양아치 작품 전시회

 작품 곳곳에는 ‘복숭아’가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오브제”다. “복숭아를 볼 때마다 살아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특히 스피커 위에 있는 복숭아가 진동으로 움찔할 때는 재밌다”며 웃었다.

 ‘황금산’은 이상적인 공간을 표현한 작품이다. 인왕산을 오르며 만난 기도 터와 할머니, 여인바위 대구 무당, 모자 바위 무당과 박수, 범바위 고양이 등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맛봤다. “사람은 암흑 속에 살면서 신세계를 경험하고 싶어 한다”며 “이러한 사람의 양면성을 ‘황금산’으로 풀어봤다”고 전했다.

 ‘양아치’라는 이름은 “시대적 산물”이라고 한다. 양아치는 14~15년 전 국민PC가 보급될 때 자신이 사용한 세 개의 ID 가운데 하나다. “다른 아이디인 ‘김씨’와 ‘철수’는 나름 유명작가가 됐고, 양아치도 미술계에서 기회를 줘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양아치는 시대적 산물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7월27일까지다. 02-7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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