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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아 이주이영화]어떻게 살것인가…'트럼보'&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소네트'

등록 2016.04.10 14:01:04수정 2016.12.28 16: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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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소네트

【서울=뉴시스】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소네트

【서울=뉴시스】신진아의 ‘이 주 이 영화’

 살아남기, 이른바 생존이 숙제인 오늘날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는 것조차 사치로 여겨진다. 하지만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매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결국은 그 사람 삶의 향기를 좌우한다.  

 냉전시대 ‘메카시 열풍’을 이겨낸 할리우드 작가 달턴 트럼보(1905~1976)의 실화를 그린 ‘트럼보’와 피아니스트 세이모어 번스타인(89)의 삶을 들여다본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소네트’는 닮은점이 있다.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길을 걸어간 두 예술가의 삶을 담았다는 점에서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생각해보게끔 한다.

 살아있는 전설인 번스타인의 삶은 배우이자 감독인 에단 호크 연출로 완성됐는데, 화려함의 숲에서 길을 잃은 호크에게 그의 존재가 큰 위로를 준 것으로 보인다. 번스타인은 음악의 본질을 지키고 그 자체로 충만한 삶을 살고 있다는 점에서 구도자의 삶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가장 화려할 때 은퇴를 선언하고 학생을 가르치고 작곡을 하면서 소박하게 살아왔다. 이번 다큐멘터리 영화를 위해 작은 연주회를 열었는데, 창문 너머로 차들이 오가는 모습이 다 보일 정도로 지극히 일상적인 곳에서 피아노를 연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연주회보다 가슴 뭉클한 울림을 안겨주는 것은 한 사람의 삶이 통째로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뉴시스】트럼보

【서울=뉴시스】트럼보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소네트’가 극적 장치보다는 관록있는 예술가의 삶을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사색을 이끌어낸다면 ‘트럼보’는 영화적 재미도 크다.  

 광기의 시대 입바른 소리를 하면 얼마나 많은 차별과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지 ‘트럼보’는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신의 신념과 동료에 대한 신의 그리고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 암흑의 시대를 견뎌내기란 쉽지 않다. 냉정한 세상에 맞서 몸부림치다보면, 지치고 지치면 자신과 주변사람들을에게 상처를 입히고 만다. 그렇게 역경과 고난을 딛고 소중한 가족과 사랑하는 일 그리고 자신을 지켜낸 한 남자의 이야기다.

 1943년, 최고의 몸값을 자랑했던 시나리오 작가 트럼보는 자신의 신념을 주장하다 ‘블랙리스트’에 올라 업계에서 퇴출당한다. 11개의 가짜 이름으로 활동하는 와중에 2번의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했는데 그중 하나가 오드리 헵번 주연의 ‘로마의 휴일’이다. 1976년 트럼보 사후 그의 아들이 원작자가 트럼보임을 세상에 알렸고,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가 이를 인정해 1993년 그에게 아카데미 트로피를 수여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하는데, 권력에 맞선 트럼보의 드라마틱한 삶은 놀랍고 흥미진진하며 존경을 자아낸다. 존 웨인, 로버트 테일러, 게리 쿠퍼, 훗날 대통령이 되는 로널드 레이건 등 유명 배우들과 애니메이션의 전설 월트 디즈니 등 당시 할리우드의 이면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전반부 ‘멍청한 애국주의자’ 존 웨인과 트럼보의 설전이라든지 후반부 트럼보의 명예 회복에 큰 도움을 주는 마이클 더글러스의 아버지인 커크 더글러스의 일화는 요즘 말로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준다.

【서울=뉴시스】트럼보

【서울=뉴시스】트럼보

 트럼보는 긴 암흑의 시대를 끝내고 1970년 미국작가조합에서 영예의 상징인 로렐상을 수상한다. 이때 그는 “어둡던 시절에 영웅이나 악당을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상처를 주고 상처를 입었지만 모두가 강요받은 희생자만 있었을 뿐입니다”라는 말로 진한 울림을 선사한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 등 후보에 올랐던 트럼보 역할의 브라이언 크랜스턴을 비롯해 그의 아내 다이앤 레인, 극우주의 칼럼니스트 헬렌 미렌, 트럼보의 당찬 딸 역의 엘르 패닝, B급 영화제작자 존 굿맨의 호연까지 재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수작으로 놓치면 아까운 영화다.

 참, 트럼보가 애초 달았던 ‘로마의 휴일’ 원제는 ‘공주와 평민’이었다. ‘절친’이자 이름을 빌려준 이언 매켈런 헌터가 제목이 촌스럽다며 ‘로마의 휴일’로 바꿨다.

 문화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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