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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립 잡기노트]애국가 작사자도 모르는 정부

등록 2012.08.23 18:22:29수정 2016.12.28 01: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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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303>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달토록 하나님이 보호하사 우리대한 만세’ ‘남산 우헤 저 소나무 철갑을 두룬 듯 바람 이슬 불변함은 우리 긔상일세’ ‘가을 하날 공활한대 구름 업시 놉고 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일세’ ‘이 긔상과 이 마음으로 충성을 다하야 괴로우나 질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이상 1~4절이고 후렴은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히 보전하세’로 같다.  문화부장 reap@newsis.com

【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303>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달토록 하나님이 보호하사 우리대한 만세’ ‘남산 우헤 저 소나무 철갑을 두룬 듯 바람 이슬 불변함은 우리 긔상일세’ ‘가을 하날 공활한대 구름 업시 놉고 밝은 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일세’ ‘이 긔상과 이 마음으로 충성을 다하야 괴로우나 질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이상 1~4절이고 후렴은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히 보전하세’로 같다.

 고종의 명령을 받은 좌옹(佐翁) 윤치호(1864~1945)가 1904년 또는 1907년에 노랫말을 쓴 애국가다. 영국 해군함이 아시아를 순방하다가 조선 제물포에 입항하면서 국가연주를 위한 악보를 요청했다. 그런 것 없던 때이므로 고종은 당시 외부협판(외무부 차관) 윤치호에게 애국가 작사 칙령을 내렸다. 

 우리대한(→우리나라), 바람이슬(→바람서리)을 빼고 현행 애국가와 같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작사가 미상’이라며 나 몰라라하는 우리나라의 국가다. 서경별곡, 가시리, 동동도 아닌 애국가를 누가 지었는지 알 수 없단다.

 정광현, 김선풍, 백낙준, 김연갑 등 학자들이 ‘애국가 작사자는 윤치호’라고 거듭 확인했건만, 작곡자(안익태 1906~1965)만 있을 뿐 작사자는 베일에 싸인 해괴한 상황이 반백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백낙준이 윤치호에게 애국가 작사자를 물은 적이 있다. 윤치호는 애국가 작시와 자신의 서명이 든 ‘찬미가’를 보내는 것으로 답을 했다. 14년 전 독립기념관이 발굴한 자료도 윤치호 작사 애국가를 증명한다. 도산(島山) 안창호(1878~1938)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창간한 신한민보 1910년 9월21일자에 ‘국민가 윤티호 작’으로 애국가 4절 전문을 실었다는 내용이다.

 좌옹의 사위 정광현은 1971년 11월 ‘좌옹 윤치호 선생의 약력과 애국가’를 진정서 형태로 국사편찬위원회와 각 요로에 냈다. 그러나 대답없는 메아리, 오늘까지 달라진 것은 없다. 

 애국가를 좌옹이 작사했다는 것은 심지어 일본도 안다. 1911년 ‘105인 사건’ 관련 일제경찰의 재판기록에 ‘윤치호가 전에 지은 애국가’라는 구절이 있다.

 지난달 ‘신동립 잡기노트’는 5회에 걸쳐 ‘애국가 재발견’을 연재했다. ‘현충일, 오늘 부르는 이 노래는?’ ‘이것은 민중의 선택이었다’ ‘수난기, 순결·비장한 나라사랑’ ‘미상이라니…작사자, 윤치호’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사편찬위원회가 책임져라’로 이어진 기록이다. 

 이후 캐나다 토론토에 거주하는 윤경남씨가 새로운 사실을 알려줬다. 이화여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윤씨는 국제펜클럽 회원이며 좌옹윤치호문화사업회 이사다. 좌옹은 윤씨의 종조부, 즉 할아버지의 남자형제이기도 하다.

 윤씨가 전해 온 <사진>은 1945년 광복 직후 좌옹이 셋째딸 윤문희에게 직접 써준 애국가다. 윤씨는 “좌옹의 모교인 미국 에모리대학이 애국가 가사 원본을 대학 내 윤치호 기념 전시실에 기증해 주기를 원했으나 내주지 않았다”면서 “그러다가 1977년에 보관상의 어려움으로, 좌옹의 조국에서 애국가 작사자로 인정받는 날 고국의 독립기념관에 보관하기 위해 되돌려 준다는 조건으로 에모리대에 맡겼다”고 밝혔다.

 ‘애국가 (작사 윤치호·작곡 안익태)’라고 명기하는 것이 힘든가, 무슨 천기누설일까? 우리나라 유일의 국립 사료편찬기관이자 한국사 연구기관, 우리나라 역사정보의 총본산을 자부하는 국사편찬위원회의 수수방관이 불가사의다. 애국가를 안 부르는 자생적 빨갱이들을 탓할 수 있을는지, 잘 모르겠다.

 애국가 예절 중에는 ‘애국가의 곡조에 다른 가사를 붙여 부르거나, 또는 곡조를 변경하여 불러서 애국가의 존엄성을 손상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는 조항이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를 가르칠 자격이 없는 듯하다.

 문화부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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