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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대법, '도라산 벽화' 일방적 철거는 작가 인격권 침해

등록 2015.08.27 18:38:32수정 2016.12.28 15: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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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 작가 이반(75)씨가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의뢰를 받아 도라산역사 내 조성한 통일문화광장에 설치한 벽화 (사진=대법원 제공)

【서울=뉴시스】 = 작가 이반(75)씨가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의뢰를 받아 도라산역사 내 조성한 통일문화광장에 설치한 벽화 (사진=대법원 제공)

【서울=뉴시스】김승모 기자 =  경기도 파주 경의선 도라산역에 설치된 벽화를 작가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철거한 국가의 행위는 헌법에 규정된 작가의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예술 작품의 소유권이 국가에 있더라도 문화국가를 실현할 의무가 있는 국가가 예술 작품을 폐기할 때에는 작가의 '예술의 자유'나 '인격권' 등 법적으로 보호할 가치를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한 첫 사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7일 작가 이반(75)씨가 '경의선 도라산역에 그린 벽화를 동의 없이 철거한 것은 부당하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가가 작가에게 아무런 통보 없이 그 설치 이전에 이미 제기됐던 정도의 이유로 조급하게 철거하기로 결정하고 작품의 원형을 크게 손상하는 방법으로 철거한 다음 소각한 행위를 종합할 때 객관적 정당성을 잃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국가의 이러한 벽화 폐기행위로 작가가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 경험칙상 분명하므로 국가배상법에 따라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문화국가 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예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국가가 예술 작품을 폐기하는 행위는 비록 국가에게 소유권이 있더라도 작가가 가지는 예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씨가 통일부 요청으로 지난 2005~2007년 도라산역 통일문화광장에 만해 한용운의 생명사상 등을 담은 14점의 벽화를 설치했다.

 하지만 정부는 2010년 5월 '분위기가 역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당 벽화를 사전 협의 없이 철거했다.

 그러자 이씨는 헌법상 보장된 예술의 자유와 작가의 일반적 인격권을 침해당했다며 2011년 5월 정부를 상대로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정부가 이씨에게 저작물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면서 소유권을 이전했기 때문에 이씨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았더라도 벽화 철거는 위법하지 않다"며 원고 패소 판결헀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특정 예술작품을 국가가 일방적인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자칫 예술에 대한 국가의 감독으로 이어져 예술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할 수 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내용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벽화를 소각해 폐기한 것은 정부 미술품 보관 관리 규정에도 위반된다"며 "위자료 10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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