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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지배구조 대해부⑦]경동나비엔, 오너회사에 5200억 일감 몰아주기

등록 2016.08.03 07:00:00수정 2016.12.28 17:2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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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경동나비엔 특수관계인 지분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서울=뉴시스】박주연 기자 = 국내 보일러 시장 점유율 1위 경동나비엔이 오너일가 회사 '경동원'에 10년간 5200억원 이상의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계열사 전체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한층 강화하는 등 전형적인 '오너 독점체제'기업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그룹 오너일가가 90% 가까운 지분을 가진 경동원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경동나비엔과의 거래로 5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뒀다. 특히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은 경동나비엔과의 거래가 매년 1000억원 이상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경동원 매출 1928억9317만원 중 63%인 1219억237만원을 경동나비엔과의 거래로 창출했다. 2014년에는 전체 매출의 61%인 1046억7241만원, 2013년에는 60%인 1049억5182만원이 경동나비엔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매출이었다.

 경동원은 2012~2015년까지 경동나비엔으로부터 4년간 24억8000만원의 배당도 받았다.

 이로 인해 경동원의 순자산(자본총계)는 개별 재무제표 기준 2005년 말 470억8423만원에서 지난해 말 644억6844만원으로 175억원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경동나비엔에 대한 지분도 40.26%에서 50.51%까지 늘었다.

 계열사로부터 일감과 배당을 받아 매년 자산을 증식하고,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도 강화하는 '꿩먹고 알먹고 식' 경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의 경우 총수일가 지분이 상장사 30%, 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사의 내부거래 금액이 연간 200억원 또는 연간 국내 매출의 12% 이상인 경우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경동원의 경우 총수일가 지분이 80% 이상, 내부거래금액이 연간 1200억원, 60% 이상임에도 대기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런 규제도 받지 않는다. 경동원과 경동나비엔 등 연결 기업의 지난해 기준 자산총액은 5426억8623만원 수준이었다.

【서울=뉴시스】 경동원그룹 계열사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경동나비엔은 오너일가의 회사에는 후했지만, 하도급 업체에는 가혹했다.

 경동나비엔은 2008년 2월과 2009년 9월 하도급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특히 2009년 9월에는 18개 하도급업체 수십곳에 서면 미발급, 부당한 하도급 대금 결정, 어음할인료 미지급, 어음대체결제수수료 미지급, 지연이자 미지급 등 부당행위를 해 과징금 8500만원을 부과받았다.

 경동나비엔은 원진그룹으로부터 계열 분리된 '경동원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원진그룹 창업주인 고(故)손도익 회장의 차남 손연호 회장이 이끌고 있다.

 손연호 회장은 3월 말 기준 '경동원'을 통해 경동나비엔 등 11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손연호→경동원→경동나비엔→경동에버런·경동티에스 등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손연호 회장 등 특수관계인은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경동원 지분을 88.86% 보유하고 있다. 또 경동원은 그룹 핵심계열사인 코스피 상장사 경동나비엔의 최대주주로 50.5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손연호 회장의 개인지분 1.01%와 손 회장의 형 손경호 회장이 지배하는 경동도시가스 지분 5.9%를 합하면 경동나비엔의 특수관계자 지분은 57.42%에 이른다.

【서울=뉴시스】경동원그룹 창업주 일가 가계도 및 직책 현황.

 또 3월 말 기준 신영증권이 7.91%, 국민연금공단이 6.70%, 미래에셋자산운용이 5.01%의 지분을 갖고 있고, 우리사주조합은 0.0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소액주주는 12.85%에 불과하다.

 이 회사의 후계자는 손연호 회장의 1남1녀 중 장남 손흥락(35) 경동나비엔 차장이다.  그는 지배구조 최상위 회사인 경동원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회사의 사내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손 차장은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 대학을 졸업한 후 2008년 공채로 경동나비엔에 입사, 바닥부터 시작해 8년째 업무를 익히고 있다.

 동기들에 비해 승진이 다소 빠른 편이지만, 타 그룹 후계자들과 비교하면 바닥부터 경영수업을 제대로 받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고 손도익 창업주의 세 아들은 손 회장이 작고한 후인 2000년대 초 원진그룹을 계열분리해 나눠가졌다.

 장남 손경호 회장은 '경동홀딩스를 통해 경동도시가스 등 계열사를, 차남 손연호 회장은 경동원을 통해 경동나비엔 등 계열사를, 3남 손달호 회장은 원진을 통해 그 계열사들을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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