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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 '리콜'로 끝?…솜방망이만 휘두른 환경부

등록 2017.01.12 15:25:20수정 2017.01.12 15: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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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AP/뉴시스】독일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이 22일(현지시간) 부품 공급업체와의 불화로 독일 내 6개 공장의 생산을 축소했다. 폭스바겐은 이날 성명에서 “부품공급 하청업체 불화로 해당 공장 6곳의 직원 2만7700명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이들 근로자의 근로시간 단축 등 유연한 조치를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의 로고가 지난 2015년 10월5일 베를린에 있는 회사 소매점 건물에 보이는 모습. 2016.08.23

국내 소비자 피해 보상 여전히 미흡 불만 증폭  배상금액 '美 16조원 vs 韓 2700억' 60배 격차  조작車 계속운행 초미세먼지 배출우려 불구 정부 '무대응'  

【서울=뉴시스】박준호 기자 =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가 불거진지 1년4개월만에 배출가스 조작차량에 대한 리콜로 사태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지만 국내 소비자에게 실질적으로 얼마나 '득(得)'이 될지 미지수다. 

 12일 환경부는 티구안 2.0 TDI(3237대), 티구안 2.0 TDI BMT(2만3773대) 등 티구안 2개 차종 2만7000대에 대한 폭스바겐의 리콜계획을 통과시켰다.

 폭스바겐은 그동안 정부 기준에 미달하는 부실한 리콜계획서를 3번 제출했다가 반려당하고 미비점을 보완해 4번만에 최종 승인을 받았다.

 그럼에도 국내 소비자가 입은 피해를 보상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아 정부의 결정을 두고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정부의 리콜검증 결과 불법 소프트웨어를 제거하자 배출가스(질소산화물)는 실내에서 28~59%, 도로주행에서 20~33% 감소했다.  

 다만 배출가스를 조작하는 소프트웨어를 교체한 후에도 가속능력과 경사로를 오르는 등판능력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도로주행 연비는 오히려 떨어졌다. 과징금 기준(5%)을 초과하지 않는 1.7% 수준으로 리콜전과 큰 차이는 없었지만 리콜후 연료가 줄지 않는 것은 분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배출가스 조작 이유를) 우리도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지만 연비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연비를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었을 것"이라며 "전문가들은 고의성 여부를 떠나 담당기술자의 무지, 과실을 지적한다. 또 밸브나 파이프 등 배출가스 재순환 장치 관련 부품의 문제가 될 소지를 줄여주기 위해 차량 부품의 안전성 측면에서 그렇게 했지 않았느냐는 전문가의 지적이 있다"고 전했다.

 폭스바겐은 향후 리콜이행율을 85%로 끌어올리기 위해 픽업·배달서비스, 교통비 지급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리콜 차량에 대한 픽업·배달서비스는 전례가 없다는 점을 환경부는 강조했다.

 국내에서 모델과 상관없이 폭스바겐 차량 소유주 전원에게 100만원 상당의 쿠폰도 지급키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폭스바겐의 보상조치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폭스바겐측은 지난해 10월 미국내 배출가스 조작에 대한 배상금으로 총 147억달러(약 16조7000억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미국에서 문제가 된 디젤차량을 소유한 47만5000명은 차량 평가액에 따라 1인당 5100달러에서 1만달러를 배상받았다.

 반면 폭스바겐측이 한국내 소비자에게 100만원 상당의 쿠폰을 지급해도 국내에서 판매된 차량이 27만여대 규모라는 점을 환산하면 총 2700억여원에 불과하다. 일각에서는 폭스바겐이 지급하는 무료 쿠폰이 잘못을 인정하는 '배상' 차원이 아닌 '서비스'에 무게를 둔 것이라 '꼼수'라는 비판도 제기한다.

 폭스바겐의 금전적 보상은 소비자 개개인이 민사소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했다는게 환경부의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소비자 보상은 미국을 비롯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판사가 결정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4500명(차량 소유자)이 1인당 3500만원씩 민사소송을 제기해 1520억원의 민사소송이 진행중에 있다. 판사가 합리적으로 판단해 판결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기에 폭스바겐은 미국내 차량소유자들이 수리를 원치 않고 차량을 되팔 경우 '재구매'가 가능하도록 수용했지만 한국에선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 소비자들도 리콜 대신 자동차 교체명령을 요구했지만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에서조차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환경부는 폭스바겐 차량이 자동차 교체명령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정부법무공단과 환경부 고문변호사에 자문한 결과 "우선 리콜을 실시하고 리콜로 차량 개선이 되지 않을 경우 차량교체명령을 적용함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전했다. 결국 환경부는 차량교체명령 대신 리콜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환경부는 나머지 13개 차량은 리콜을 먼저 검토하고 리콜이 승인되면 차량교체 명령을 내리지 않는 대신 리콜이 불가능할 경우 차량 교체도 검토할 수 있다는 '여지'만 남겼다.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차량 12만6000대가 계속 운행돼 초미세먼지를 다량 배출할 것으로 우려됨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에도 비난이 쏠린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지난해 12월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차량 운행으로 1년간 319억~782억원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고 발표했지만 환경부는 차량 인증취소(판매정지)와 과징금 319억원만 폭스바겐에 부과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회적 피해, 대기오염 피해는 국가의 고유 업무로 그 고유업무를 어느 업체가 소홀했다고 해서 과징금 부과 외에 정부가 별도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법률자문을 받았다"며 "사회적 발생비용에 대한 법적조치는 추가로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리콜승인이 빨리 이뤄져 사회적 피해가 없도록 철저를 기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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