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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희 구속' 상처 이화여대, 이번엔 '총장 선출' 충돌

등록 2017.02.20 14:3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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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9일 최 씨의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특혜와 관련해 최경희 전 총장 주거지, 이화여대 등을 압수수색 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특검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는 총장 집무실이 위치한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본관의 모습이다. 2016.12.29.  mangusta@newsis.com

학생-교수·이사회 투표 비율 차이 커 합의 도출 의문
 학생들 '임기 중 정년 도래 안돼' 후보 자격 기준에도 반발
 다른 주요 대학들은 연령제한 없거나 있다가도 없애
 "반(反)재단파" 김혜숙 교수협 회장 의도적 배제설 '솔솔'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지난해 개교 130년 역사상 첫 '총장 중도퇴진'과 구속이라는 상처를 입은 이화여자대학교가 이번엔 새 총장 선출 규정을 둘러싸고 학내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대는 교수·교직원·학생·동문 4자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렇다 할 진전은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대 관계자는 20일 "4자 협의체가 현재까지 두 차례 회의를 했지만 특별히 합의가 됐다거나 하는 부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3차 회의는 이날 오후 2시부터 이대 미관홀에서 열린다.

 ◇직선제 투표반영 비율, 학생 요구-교수평의회·이사회 차이 너무 커

 지난해 12월14일 창립한 이대 교수진 공식 대의기구 교수평의회는 같은달 30일 전체 평의회 임시총회에서 직선제를 골자로 하는 총장 선출방식 변경과 함께 '후보자 선출 규정 및 절차에 관한 권고안'을 심의·의결해 이사회에 제출했다.

 여기서 교수평의회는 교수·직원·학생의 투표반영 비율은 100:10:5로 했고 이사회는 지난달 16일 회의에서 교수 100:직원 12:학생 6:동문 3의 비율을 의결했다.

 이에 학생들은 교수, 직원, 학생이 동일하게 1:1:1의 비율로 투표가 이뤄져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교수평의회 권고안이나 이사회 의결안에서 교수의 비율을 백분율로 환산하면 각각 87%(직원 8.7%·학생 4.3%), 82.6%(직원 9.9%·학생 5%·동문 2.5%)이다.

 두 안 모두 교수 투표 결과에 따라 총장 당락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 특히 학생의 비율은 '캐스팅보트'로서의 입지조차 불가능한 수준이다.

 학생 측의 요구대로라면 이처럼 절대적 위치에 있던 교수의 영향력이 30%대로 떨어지고 반대로 한 자리 수도 안 되던 학생의 비율이 30%대로 치솟는다.

 접점의 가능성을 엿보기엔 차이가 너무 큰 것이다.

 우지수 이대 총학생회장은 지난 8일 본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직선제의 폐단이 파벌싸움 심화라면 해답은 교수들이 투표 비율을 내려놓으면 되는 것"이라며 "총장이 교수들만의 눈치를 보고 당선이 되는 사람이 아니면 된다. 그렇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요구안인 1:1:1이 반드시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학교 총장직선제에 있어 교수·교직원과 학생의 투표 비율이 동일한 건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만일 학생들의 주장이 관철되면 국내 대학 역사상 첫 사례가 된다.

 대학교육연구소 임희성 연구원은 "그동안 국내 대학은 사립대학은 총장직선제를 거의 하지 않았고 국립대학에서만 했다"며 "직선제를 하는 곳도 사실 학교 구성원 전체가 아닌 '교수직선제'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학생들에게는 투표권이 아예 없거나 의미가 없을 정도로 투표비율이 낮았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본관 앞에서 열린 '학생의견 반영된 민주적 총장 선출을 위한 이화인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손 피켓을 들고 교내를 행진하고 있다. 2017.02.08.  bjko@newsis.com

 ◇후보 연령제한, 이대만 '역행'…"반(反)재단파" 김혜숙 교수 차단?

 학생들은 총장 후보 연령제한 규정도 없애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교수평의회는 권고안에 간선제 당시 후보 자격 기준 중 하나였던 '후보자는 교내인사로 임기 내 정년에도 달하지 않는 분'을 유지했고 이사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후보 연령제한은 '학내 정치적 결정'이 아니냐는 시선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에서 의외로 투표반영 비율보다 더 '뜨거운 감자'가 될 수도 있다.

 이 규정에 따른다면 올해 후보 자격을 충족하는 최고 연령은 만 61세로 교수협의회 회장 김혜숙(철학과) 교수는 선거에 입후보할 수 없다.

 김 교수는 지난해 미래라이프대학(평생교육 단과대학) 사태 때부터 줄곧 학생들의 편에 서왔다.

 지난해 12월15일 열린 '정유라 특혜' 국회 청문회 당시 학생들이 점거한 본관에 경찰이 투입된 영상이 나오자 홀로 고개를 떨군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만일 출마한다면 학생들의 높은 지지가 예상되는 주인공이다.

 이대 학내 커뮤니티 '이화이언'을 중심으로 꾸려진 '총장TF'는 지난 8일 보도자료에서 "김 교수는 10여년 전부터 이화의 막후 실세로 알려진 윤후정 명예총장의 독재 반대 운동을 하던 인물로 대표적 반 재단파"라며 "김 교수의 총장직 선출을 막고자 간선제의 산물인 연령제한을 무리하게 고집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교수협의회 게시판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교수평의회와 이사회의 결정은 시대 '역행'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뉴시스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서강대, 중앙대, 숙명여대에 확인해 본 결과 이들 대학 모두 총장 입후보 자격 기준에 연령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이 중 서울대는 법인화 이후 은퇴한 사람도 총장 출마를 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고 연세대는 2011년 11월1일자로 정관을 개정해 연령제한을 없앴다.

 숙명여대는 총장 임기(4년)만 교원 정년인 만 65세가 되는 학기의 마지막 날까지 보장할 뿐 입후보는 자유롭다. 만일 만 63세인 사람이 출마해 당선되면 2년 동안만 총장을 하고 다시 선거를 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주요 대학들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거나 '있다가도 없애버리는' 규정을 전(前) 총장 중도사퇴·구속 사태까지 겪은 이대만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16일 이사회 회의에서 안병영(전 교육부 장관) 이사는 "총장 후보 자격을 학내 인사로 한정하고 정년 제한을 두는 것 또한 우리 사회 연령구조나 시대적 추세로 볼 때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의장인 장명수 이사장은 "후보자 조건에 대해서는 교수평의회에서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한 것"이라며 "교수평의회에서는 그 의견을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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