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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브렉시트 서한 뜯어보니…'先 이혼, 後 FTA' 여부 초반 관건

등록 2017.03.30 10: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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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AP/뉴시스】29일(현지시간) 영국이 유럽연합(EU)에 탈퇴를 통보했다. 사진은 런던 국회의사당 앞에 휘날리는 영국 국기. 2017.3.30.

【런던=AP/뉴시스】29일(현지시간) 영국이 유럽연합(EU)에 탈퇴를 통보했다. 사진은 런던 국회의사당 앞에 휘날리는 영국 국기. 2017.3.30.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2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에 제출한 탈퇴 통보 서한을 통해 브렉시트 협상에 관한 영국의 입장을 제시했다.

 BBC방송은 서한을 토대로 향후 협상의 핵심 쟁점들을 분석했다. EU 주장대로 '선(先 ) 이혼, 후(後) 무역협정'이냐, 영국이 선호하는 대로 두 가지 협상이 동시에 진행되느냐가 초반 관건이 될 전망이다.

◇ EU에 '선 이혼, 후 무역협정' 재고 촉구

 메이 총리의 서한에는 "영국은 EU와 양쪽 모두의 경제·안보 협력을 가능케 할 깊고 특별한 관계를 합의하길 원한다"며 "이를 달성하려면 EU 탈퇴와 더불어 우리의 미래 관계에 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명시돼있다.

 EU의 브렉시트 협상 대표인 미셸 바르니에는 그동안 영국의 탈퇴 조건을 합의한 뒤 미래의 무역협정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올바른 질서'를 먼저 정립해야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이혼 합의와 무역 협상을 함께 진행하자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그래야만 영국의 협상력이 강화되고 2년 안에 EU 탈퇴와 새 무역 협정 체결을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런던=AP/뉴시스】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탈퇴 성명 발표를 위해 국회의사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7.3.30.

【런던=AP/뉴시스】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9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탈퇴 성명 발표를 위해 국회의사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7.3.30.

 메이 총리는 서한에서  "우리가 (무역) 합의 없이 EU를 떠난다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교역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경우 영국은 EU 단일시장과 관새 동맹 내 혜택을 모두 잃는다. 따라서 "탈퇴에 따른 이슈들에 대한 고차원적 접근법 합의가 당연히 초반 우선순위가 돼야 겠지만 우리는 영국과 EU 간 과감하고 야심찬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제안하려 한다"고 메이 총리는 밝히고 있다.

 EU는 영국의 '이혼 합의금' 지불을 협상의 선결조건으로 내건 상태이다. 영국이 연금 등 EU 회원국으로서 부담하기로 약속한 금액을 따지면 500억 파운드(약 70조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 톤 조절하며 EU 압박…과도기 논의도 제안

 메이 총리는 서한에서 '톤 조절'에도 나섰다. 이전처럼 "배드 딜(bad deal)이 노 딜(no deal) 보다 낫다"는 강경한 표현은 자제했다. 대신 미래 관계에 대한 합의가 상호 이익에 부합한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우리는 진심어린 협력을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상대방을 건설적이고 정중한 방식으로 대해야 한다"며 영국은 EU를 떠나지만 EU의 번영과 성공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브뤼셀=AP/뉴시스】팀 배로우 유럽연합(EU)주재 영국 대사(왼쪽)가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도날트 투스크 유럽이사회 의장에게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브렉시트 통보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2017.03.30

【브뤼셀=AP/뉴시스】팀 배로우 유럽연합(EU)주재 영국 대사(왼쪽)가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도날트 투스크 유럽이사회 의장에게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브렉시트 통보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2017.03.30

 BBC방송은 메이 총리가 서한에서 영국과 EU의 친선 관계 지속의 중요성을 역설했다며, 그가 협상의 복잡성과 기한을 고려해 위협이 아닌 협조적인 어조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메이 총리는 그러면서도 안보 협력 중요성을 강조하며 EU를 은근히 압박했다. 그는 "안보 합의 실패는 범죄, 테러리즘에 맞서기 위한 우리의 협력 약화를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메이 총리는 "이 같은 시나리오 아래서도 영국과 EU 모두 분명 변화에 대처해 나가겠지만 양쪽 모두 이런 결과를 추구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이런 결과를 피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년 간의 협상 기한이 부족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과도기' 설정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현 관계를 미래 파트너십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벼랑 끝으로 몰리는 사태를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또  "단계적 이행 기간이 있다면 영국과 EU 모두의 국민과 기업들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협상 초반 관련 원칙을 합의한다면 양쪽 모두 불필요한 혼란을 최소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 거주민 권리 조기 합의…이민은 '글쎄'

 서한에는 "영국에 거주 중인 EU 회원국 시민들이 많다. 영국인들 역시 다른 EU 국가에서 살고 있다. 우리는 이들의 권리에 관한 조기 합의 체결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문장도 있다.

【브뤼셀=AP/뉴시스】도널트 투스크 유럽이사회 상임의장이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 중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보낸 브렉시트 통보 편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편지 맨 앞에 "투스크 의장에게"라고 육필로 써있다. 2017.03.30

【브뤼셀=AP/뉴시스】도널트 투스크 유럽이사회 상임의장이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 중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보낸 브렉시트 통보 편지를 들어보이고 있다. 편지 맨 앞에 "투스크 의장에게"라고 육필로 써있다. 2017.03.30

 영국 거주 EU 시민들과 EU 체류 영국인들 모두 생활 여건 변화를 걱정하고 있다. 메이 총리는 이들의 시민권 문제 역시 협상 대상으로 놓되 이른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이 총리는 이번 서한에서 이민 제한에 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가 '하드 브렉시트'(EU 단일시장 탈퇴) 기조를 세운 이유도 국경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다만 그는 "우리는 단일 시장의 4대 자유(자본, 인력, 상품, 서비스의 이동)는 불가분하다는 EU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며 "체리피킹(유리한 것만 챙기는 행위)은 하지 않겠다"고 인정했다.

 메이가 서한에서 이민을 거론하지 않는 이유는 이를 협상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이거나, 이동의 자유에 대한 EU의 입장이 워낙 확고해 논의 여지가 많지 않음을 인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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