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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 대한 불안감의 정체는 배신"…NYT, 사설통해 '말바꾸기' 비판

등록 2017.04.17 19:09:23수정 2017.04.17 22: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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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랜드=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의 앤드루공군기지에서 대통령전용기에 탑승하고 있다. 2017.4.14.

【메릴랜드=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의 앤드루공군기지에서 대통령전용기에 탑승하고 있다. 2017.4.14.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하루가 멀다 하고 자신의 기존 정책 혹은 공약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있다. 줄곧 친 러시아 행보를 보여 왔던 그가 “(미국과) 러시아와의 관계가 역대 최악”이라고 비난하고 나서는가 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던 중국에 대해서는 “더 이상 조작국이 아니다”라면서 입장을 바꿨다. 나토를 “무용지물”이라고 비난하더니 어느 새 “테러리즘과 싸우는 방어벽”이라면서 치켜세우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편집위원단 명의로 실은 사설을 통해 트럼프의 말 바꾸기 행태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나섰다. NYT 사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말을 얼마나 많이 어겼는지 일일이 따지기도 힘들 지경"이라면서 그 사례들을 열거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중요시하는 시청률(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다. TV 리얼리티 쇼의 거장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상황에 직면해 대본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라고 분석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승리를 넘어선 확신과 원칙 따위는 존재하기 않는다. 그는 자신이 취임사를 통해 약속했던 모든 사람들을 위한 승리보다는 트럼프 자신을 위한 승리만을 바랄 뿐”이라고 비판했다.

 NYT는 이어 “사람들이 트럼프에 대해 공통적으로 깊이 불안해하고 있는 점은 바로 배신(betrayal)”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인 민주당이나 하원 내 보수적인 공화당 의원들 단체인 '하우스 프리덤 코커스' 회원들, 나토 회원국, 중동의 독재자들, 그리고 미국의 잠재적인 동맹과 적들이 모두 트럼프의 배신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트럼프의 사생활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은 배신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채권자들에게 뻣뻣하게 구는 일부터 시작해 트럼프대학의 사기 문제에 이르기까지 배신으로 점철돼 있다는 것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 바꾸기는 대선 캠페인 기간 동안 그가 내세웠던 터무니없는 정책들이 좀 더 분별 있는 방향으로 바뀌는 현상으로 진단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트럼프가 정치적 현실들과 마주치면서 적응해가는 과정으로 해석하기도 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그러나 NYT는 자칫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고약한 입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상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도 납세내역서 공개약속은 지키지 않고 있으며,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월스트리트 출신 은행가들에 둘러싸여 있으며, 백악관에서 여전히 개인적인 사업에 개입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다음은 NYT 사설이 지적한 트럼프 대통령의 말 바꾸기의 대표적인 사례들. NYT 사설에서 언급한 내용 이외에 일부 설명을 추가해 정리했다.

 ◇ 시리아 정책 말 바꾸기

 지난 2013년 8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다마스쿠스 외곽의 반군 점령지역에 화학무기 공격을 자행해 1400여명의 민간인을 살상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에 아사드 대통령을 응징하는 공격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트럼프는 폭풍 트윗을 통해 미국은 시리아 사태에 일절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어리석은 지도자(오바마)야, 시리아를 공격하지 말라", "대통령이 시리아를 공격하려면 우선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라는 내용의 트윗을 날렸다.

 그러나 트럼프는 2017년 4월 4일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의 반군 점령지 칸 세이쿤에서 아사드 정권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하자 이틀 후 의회의 승인도 없이 알샤이라트 시리아 공군기지를 향해 59발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미사일 공격 직후 지난 2013년 오바마가 시리아 공격을 감행하지 못한 것은 “유약함과 우유부단(weakness and irresolution)” 때문이었다고 비난했다.

 ◇ 러시아 행보 180도 변화

 트럼프는 지난 수년 동안 친 러시아 행보를 보여 왔다. 러시아가 아사드 대통령의 범죄행위를 방조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었지만, 트럼프는 러시아도 미국처럼 다른 나라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고 부추기기까지 했었다.

 그러던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에 대한 태도를 180도 바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백악관에서 회동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인류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는 무고한 여성과 아이들, 유아들을 살해했다. 레드라인을 넘었다"라고 경고했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이 1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가진 첫 공식 회담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7.04.12.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이  12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가진 첫 공식 회담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17.04.12.

그는 이어 "이로써 시리아와 아사드 대통령에 대한 내 입장이 많이 변했다. 아사드 정권의 잔학무도한 공격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12일 러시아와의 관계가 "아마도 역대 최악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시리아의 가스 공격을 미리 알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 그러나 확실히 러시아가 알았을 수도 있다. 러시아가 그곳에 있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다른 인터뷰에서 자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잘 알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 나토, “무용지물”에서 “테러리즘 방어벽”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나토를 무용지물(obsolete)이라고 여러 차례 비난했다. 그러나 지난 12일 그는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을 마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토는 이제 더 이상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다. 나토는 변했다. 나토는 이젠 테러리즘과 싸우고 있다”라고 말을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는 국제 평화와 안보를 지키는 방어벽이다. 내가 월요일(10일)에 몬테네그로의 29번째 나토 가입안에 서명했다. 앞으로 파트너십을 향상하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도전과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모든 나토 회원국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나토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2%를 나토 분담금으로 낸다는 약속을 지킬 필요가 있다는 점을 다시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공동의 도전에 직면해서 나토가 재정적인 의무를 다해야 한다. 많은 나라들이 이런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토 사무총장과 나는 회원국들이 GDP의 2%를 나토에 기부하는 책임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미국에게 모자란 몫을 지불하게 하는 대신 자신들이 부담해야 하는 몫을 지불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훨씬 안전하게 될 것이다. 또한 우리의 파트너십은 훨씬 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호언장담 ‘트럼프케어’ 좌초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미국건강보험개혁법, ACA)를 취임 즉시 폐기하고 더 좋은 건강보험법 트럼프케어(미국건강보험법, AHCA)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트럼프케어는 지난 3월 하원에서 공화당의 벽도 넘지 못한 채 좌초하고 말았다.

 트럼프는 저소득층에 대한 의료보험 지원금을 삭감하지 않겠다는 약속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700만 명에 대한 오바마케어 보조금 삭감하겠다면서 민주당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내기 위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

 ◇ 세제개혁 오락가락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케어 입법에 실패한 후 세제 개혁에 집중하겠다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그러나 그는 지난 주 다시 트럼프케어 문제에 집중하겠다면서 말을 바꿨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법안에 서명하면서 발언하고 있다. 2017.03.28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법안에 서명하면서 발언하고 있다.  2017.03.28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1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케어를 바로잡기 위해 건강보험법을 먼저 마무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성장과 기업들을 위해서는 세제 개혁이 필수적이지만 오바마케어를 개혁함으로써 수 억 달러의 비용이 절약되고 세제 개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오바마 8년 동안 쓴 휴가, 트럼프는 첫해에 모두 소진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의 여름휴가 사용에 대해 쓴 소리를 하면서 "대통령이 되면 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백악관을 거의 비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휴가를 위해 국민들의 세금을 펑펑 사용한다고 비난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주말이면 플로리다 주에 있는 자신의 호화 리조트인 마라라고를 찾고 있다. 그 바람에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8년 동안 사용했던 외부여행을 임기 첫해에 모두 소진할 판이다.  

 ◇ 약값 인하 흐지부지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미국의 약값이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비판해 왔다. 그는 특히 메디케어(노인의료보험) 약값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31일 백악관으로 존슨 앤드 존슨과 머크, 암젠, 일라이 릴리 등 유수의 제약회사 대표들을 불러들인 자리에서 “미국의 약값은 천문학적이다. 가격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당시 제약사 대표들을 만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약값 인하 주장은 자취를 감추었다.

 ◇ 소득세율 조정 감감

 트럼프는 지난해 월가 투자자들에게만 유리하고 노동자들에게는 불리한 소득세율을 조정하겠다고 공언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월가의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을 경제고문으로 발탁했다. 슈워츠먼은 지난 2010년 오바마 대통령이 소득세율을 조정하려 할 때 이를 히틀러의 폴란드 침공과 같다면서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었던 인물이다.  

 ◇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없던 일로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과정에서 자신이 백악관에 입성하면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또한 세계무역기구(WTO) 탈퇴마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더 이상 환율 조작국이 아니다”라면서 기존의 말을 뒤집었다. 그는 중국이 최근 몇 개월간 환율을 조작하지 않았으며, 환율조작국 지정은 북한의 위협에 맞서 중국과 협력하려는 노력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진척 없어  

【서울=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서 시리아 폭격 작전을 지휘한 USS포터호와 USS로스호 사령관들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오른쪽에 앉은 사람은 허버트 맥마스터 국가안보 보좌관이다. <사진출처: 미 해군 홈페이지> 2017.04.10

【서울=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서 시리아 폭격 작전을 지휘한 USS포터호와 USS로스호 사령관들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오른쪽에 앉은 사람은 허버트 맥마스터 국가안보 보좌관이다. <사진출처: 미 해군 홈페이지> 2017.04.10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 “취임식 첫날 NAFTA 재협상을 선언하겠다”고 말했다. NAFTA 재협상을 통해 미국의 노동자와 기업들에게 훨씬 좋은 협상을 다시 맺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2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백악관 참모진 시무식에서 "NAFTA와 이민 문제, 국경에서의 치안 문제에 대해 재협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NAFTA와 관련된 진척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 국민 세금 이용해 트럼프 부동산 홍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모든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다. 그는 그러나 자신의 아들들에게 사업 운영을 맡긴 채 정기적으로 사업관련 보고를 받고 있다. 수익금도 뽑아서 사용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국민들의 세금을 이용해 자신의 부동산을 홍보하는 여행도 하고 있다.

 ◇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비판 입장 바뀌어

  지난해 대선 기간 중 트럼프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저금리 정책을 자주 공격했다.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가 원하기 때문에 옐런이 정치적인 이유로 저금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WSJ과의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해서 나는 저금리 정책을 선호한다”라고 말을 바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옐런 의장이 이제 끝장(toast)이냐’는 질문에 “끝장이 아니다(No, not toast)”라고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옐런 의장과 백악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면서 “나는 그를 좋아한다. 나는 그를 존경한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2월 임기기 끝나는 옐런 의장을 재지명할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캠페인 과정에서 옐런 의장을 재지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 실업률 통계 조작이라고 비난하더니 업적으로 자랑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시절 미국의 실업율이 4.8%라는 오바마 정부의 통계는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진짜 실업률은 42%에 달한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백악관 입성 이후 정부의 공식적인 통계를 들먹이면서 자신의 업적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 수출입은행 폐지 번복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당시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던 미 수출입은행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수출입은행 이사회의 공석 3자리 중 2자리를 채워주겠다고 약속했다. 수출입은행은 그동안 5명의 이사회 임원 중 3자리를 공석인 상태로 유지돼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출입은행을 통해) 많은 중소기업들이 정말로 도움을 받는 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나라들이 (자국의 중소기업들을) 지원한다는 사실이다. 다른 나라들이 지원을 하게 되면 우리는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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