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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총선, 브렉시트 협상 방향 바꾸나

등록 2017.06.07 10:56:17수정 2017.06.07 21:2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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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총선, 브렉시트 협상 방향 바꾸나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8일(현지시간) 영국 조기 총선 결과에 따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 방향도 달라진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이 '하드 브렉시트'(EU 단일시장, 관세동맹 탈퇴)를 추진하고 있는 반면 노동당을 비롯한 야당들은 보다 온건한 브렉시트를 선호한다.

 보수당이 과반(326석) 이상의 의석을 차지해 정권 유지에 성공하면 하드 브렉시트 방침은 더욱 힘을 받는다. 보수당이 과반 달성에 실패한 채 제1당이 되면 연정을 구성할 정당들과 협상 방향을 재논의해야 한다.

 노동당이 정권 교체에 성공하면 하드 브렉시트는 사실상 폐기될 전망이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브렉시트 자체를 막진 않겠지만 EU 단일시장 잔류 등 훨씬 유연한 협상을 하겠다고 주장했다.

◇ '헝 의회' 현실화되면 브렉시트 협상력 흔들

 보수당이 총선에서 승리하고도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하면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탄생한다. 이 경우 다른 정당들의 협조 없인 입법이 불가하기 때문에 제1당의 국정 장악력은 현저히 약화된다.

 보수당은 소수정부의 길을 택하거나 다른 2~3개 정당과의 연립정부를 구성해 과반 지위 확보를 꾀할 수 있다. 2010년 총선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가 이끈 보수당은 과반 달성에 실패하자 자유민주당(LD)과 연정을 꾸렸다.

 메이 총리 입장에선 '헝 의회'에 처할 경우 연정 구성이 녹록지 않다. 극우 영국독립당(UKIP)을 제외하면 노동당, LD,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녹색당 등 주요 야당들 모두 하드 브렉시트를 반대한다.


【 런던=AP/뉴시스】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앞에서 29일(현지시간) 브렉시트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개방적 정책을 유지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017.03.30

【 런던=AP/뉴시스】영국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의사당 앞에서 29일(현지시간) 브렉시트에도 불구하고 영국이 개방적 정책을 유지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2017.03.30


 따라서 메이의 브렉시트 협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칫 잘못하면 당내 불신임을 받아 총리직도 내려놔야 한다. 최악의 경우 의회가 해산되고 다시 총선을 치러야 하는데 이 같은 과정을 되풀이하면 영국으로서는 좋을 게 없다.

 지난 3월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되면서 브렉시트 시계추는 이미 똑닥이고 있다. EU와 영국은 규정대로 2년 안에 협상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정국 혼란으로 명확한 브렉시트 전략을 수립하지 못하면 영국에 크나큰 손해다.

◇ 보수당 과반 유지시 메이의 '하드 브렉시트' 탄력

 보수당이 뜻대로 과반 의석 이상을 확보해 정권을 재창출하면 메이 총리는 한 숨 돌릴 수 있다. 반대파 눈치를 볼 것 없이 원래 계획대로 하드 브렉시트를 추진하면 된다.

 조기 총선을 제안한 것도 메이였다. 그는 올중순 본격화될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을 앞두고 총선을 통해 보수당의 국정 장악력을 키우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자신의 브렉시트 협상력을 대폭 강화한다는 전략이었다.

 보수당이 과반 정당 유지에 성공하면 메이로서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 경우 야권의 반발을 무마시킬 수있을 뿐만 아니라 보수당 내 하드 브렉시트 반대파들의 입지도 축소된다.

 브렉시트 일정도 예정대로 흘러갈 전망이다. 영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들은 지난달 협상 지침을 채택했다. 이후 영국의 총선 결과를 기다리며 협상 준비를 갖춰 왔다. 양측 협상은 6월 하순께 시작될 전망이다.


【브뤼셀=AP/뉴시스】팀 배로우 유럽연합(EU)주재 영국 대사(왼쪽)가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도날트 투스크 유럽이사회 의장에게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브렉시트 통보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2017.03.30

【브뤼셀=AP/뉴시스】팀 배로우 유럽연합(EU)주재 영국 대사(왼쪽)가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도날트 투스크 유럽이사회 의장에게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브렉시트 통보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2017.03.30




◇ 노동당 등 대다수 야당, 온건 브렉시트 선호

 만에하나 노동당이 정권 교체를 이루면 브렉시트 협상 방향도 유턴이 예상된다. 노동당은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해 EU 탈퇴를 저지하진 않겠지만 EU와 긴밀한 협력을 계속하겠다고 약속했다.

 노동당은 영국이 EU를 떠나도 무관세가 적용되는 단일시장에 남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브렉시트 이후로도 영국에서 거주하거나 일하는 EU 회원국 시민들의 권리를 똑같이 보장하겠다고 했다.

 자유민주당(LD)은 친 EU 기조를 분명히 했다. 이들은 EU와의 최종 협상안이 나오면 추가로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브렉시트를 하더라도 단일시장 잔류, 이동의 자유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본다.

 스코틀랜드독립당(SNP)은 EU 단일시장 탈퇴시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재투표를 추진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중앙정부가 하드 브렉시트를 택해도 스코틀랜드에 EU 단일시장에 남을 권리를 줘야 한다고 했다.

 영국독립당(UKIP)은 가장 적극적으로 브렉시트를 찬성해 왔다. 이들은 영국이 EU로부터 완벽한 독립을 확보해 강경한 이민 통제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협상 과정에서 '이혼 합의금' 역시 한푼도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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