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일대일로 허브를 가다] ⓶빅데이터+클라우드 '개방구' 구이저우

등록 2017.06.15 06: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구이저우=뉴시스】 중국의 구이저우성은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등 4차 산업을 앞세워 3차 산업의 열세를 뒤집는다는 비전을 내걸고 자동차, 이동통신 등 다양한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사진은 이동통신업체인 차이나모바일이 현지에서 운영중인 클라우드 센터다. 

【서울=뉴시스】 중국의 구이저우성은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등 4차 산업을 앞세워 3차 산업의 열세를 뒤집는다는 비전을 내걸고 자동차, 이동통신 등 다양한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사진은 이동통신업체인 차이나모바일이 현지에서 운영중인 클라우드 센터다. 

【구이저우=뉴시스】박영환 기자 =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추궈홍(邱國洪) 대사의 통역관으로 근무하는 등명부 서기관은 구이저우(貴州)성 출신이다. 등 서기관이 태어나고 고등학교 때까지 머문 고향 구이저우는 산세가 수려하고 풍광이 아름답지만, 황도에서 멀리 떨어진 가난한 지역이다.

하지만 이 서부 지역에서는 요즘 망치소리가 요란하다. 지난 6일 오후 1시, 공항에서 성도인 구이양(貴陽)의 르네상스 호텔로 통하는 도로의 좌우에는 신축 건물들이 쑥쑥 올라가고 있다. 평지에 봉긋 솟아 있는 봉분 모양의 나지막한 산과 콘크리트 건물들은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묘족 등 소수민족이 많고, 황과수 폭포가 흐르는 이곳에도 어김없이 개발 열풍은 뜨겁다. 

등 서기관은 구이저우 사람들이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살만하다는 자기만족의 심리상태가 강했지만, 지금은 해보자는 의욕이 매우 충만하다”는 것이다. 상하이를 비롯한 동부 연안의 놀라운 변화를 지켜본 구이저우 사람들은 더 이상 가난을 숙명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매년 국제마라톤 대회를 열고, 산악 스포츠도 개최해 도시 브랜드를 알리는 데 적극적이라고 등 서기관은 설명한다.

구이저우성도 거세게 부는 이러한 민심의 변화에  성큼 올라탔다. 빅 데이터와 클라우드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 질주하고 있다. 4차 산업을 육성해 3차 산업의 열세를 단숨에 뒤집는다는 야심만만한 목표도 내걸었다. 매년 빅 데이터 엑스포를 개최하고 있으며, 클라우드 센터를 짓는 기업들을 상대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는 게 성 정부 측의 설명이다.

◇구이저우,  세계최초 빅데이터 센터 설립

성 정부는 지난 2015년 4월에는 세계 최초로 빅 데이터 거래소를 설립했다. 이 지역은 사생활 침해 우려 등으로 아직은 제약이 많은 빅데이터 보관, 거래의 물꼬를 트는 빅데이터 개방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빅데이터 실험은 덩샤오핑식 개혁개방전략의 결정판으로 평가받는다. 논쟁 대신 과감히 실험을 하고 그 득실을 따지며 확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골자다.

첫 단추는 의료시설이 열악해 고충이 큰 현지인들의 사정을 감안한 원격의료 진료시스템이다. 의료와 클라우드, 빅데이터를 섞어 산업간 경계를 허물고 비교우위를 만들어낸다는 전형적인 인터넷 플러스 전략이다. 리커창 국무원 총리는 앞서 지난 2015년 민간의 제안을 받아들여 인터넷 플러스와 제조업 2025전략을 비교우위 창출의 핵심 뼈대로 제시한 바 있다.

구이저우성은 원격진료 시범 서비스를 위해 상하이에 있는 의료장비 토종기업 ‘데이터이미징’과 손을 잡았다. 시범 지역은 2개 현이다. 이 회사가 보급한 CT나 자기공명영상(MRI) 장비로 찍은 환자 데이터를 현의 의료 센터로 전송해 분석한다. 이어 처방전을 동네병원으로 다시 내려 보낸다. 현급 의료센터에서도 해결할 수 없으면 성급 병원으로 보내 다시 처방하는 과정을 밟는다.

환자의 병력 관련 데이터는 ‘클라우드 센터’에 보관한다. 이 자료는 환자의 상태를 진단하는 것은 물론 앞으로 닥쳐올 질병을 내다보는데도 활용된다. 아울러 지역의 풍토, 날씨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발병할 가능성이 높은 질병도 예측해 선제 대응한다. 결혼, 출산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데이터를 축적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비교우위를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구이저우성은 이르면 내년까지 88개현에 이런 원격진료 시스템을 전면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병원에 한번 가려면 전날부터 줄을 서야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의료시설이 부족해 고충을 겪는 현지 주민들의 애환을 의료 장비와 빅데이터, 클라우드 서비스를 융합해 해결하고, 4차 산업도 육성한다는 포석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상급 의료기관의 의사들이 원격 처방한 처방전도 ‘클라우드’에 올려 과잉 투약이 있었는지 분석한다는 것이다. 의사들이 보험 수가를 더 받기 위해 환자들을 상대로 과잉 진단을 일삼는 관행이 끊이지 않으며 도마 위에 오르자 빅데이터를 활용해 이번 기회에 아예 그 싹을 자르는 실험을 하겠다는 포석이다. 도랑치고 가제도 잡겠다는 것이다.

의료 부문을 빅데이터 실험의 대상으로 선택한 것은 의료서비스에서 소외된 현지 주민들의 반발이 거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진료 정보 유출 등을 우려하기에는 이 지역의 의료 현실이 뒤처져 있다는 뜻이다. 구이저우에서 가이드로 활동 중인 조선족인 김성진씨는 “병원 예약이 쉽지 않아 돈을 받고 대신 줄을 서주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라고 현지 사정을 전한다.

 ◇농민공 자녀들 상대로 빅데이터 실험

물론 빅 데이터 기술이 활용되는 분야가 비단 의료만은 아니다. 구이저우성의 성도인 구이양에는 중국의 3대 이동통신 업체인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컴, 그리고 한국의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대거 진출했다. 구이저우성은 삼고초려를 통해 이들 기업의 현지 투자를 이끌어냈다. 지난해 두차례 한국을 방문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을 설득했다는 게 성측의 설명이다.

6일 오후 3시, 국가급 신구인 구이안에 위치한  차이나모바일의 빅데이터 센터 화면에는 붉은 숫자가 뜬다. 부모가 대도시로 돈을 벌기위해 떠난 농민공 자녀수를 보여준다는 게 센터 측의 설명이다. 차이나 모바일은 구이양의 중학교 2곳에서 농민공 자녀들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실험을 진행 중이다. 농민공 부모를 둔 아이들이 결석을 하거나 지각이 잦으면 메시지가 부모들에게 자동으로 전송된다.

 이들은 클라우드 센터를 운영하면서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분석하는 등 빅데이터 실험을 하고 있다. 대형 클라우드 센터 3곳을 가동하며 현지에서 서비스 개발에 활용하는 차이나 모바일이 선도업체다. 이동통신에서 자동차, 그리고 전자상거래 부문까지, 다양한 기업들이 '사회적 합의'라는 족쇄를 풀어버리고 이곳에서 빅데이터 산업의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
 
 군수산업을 제외하고는 이렇다할 공업기반이 없는 구이저우성이 4차산업인 빅데이터 부문에 뛰어든 데는 석탄을 비롯한 에너지 자원이 풍부해 양질의 전력을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점이 꼽혔다. 마오쩌둥 시절인 1969년 중소 분쟁이 격화되자 전쟁에 대비해 군수산업을 충칭, 구이저우 등 내륙으로 옮겨 이 지역의 관련 기술기반이 탄탄한 점도 또 다른 비교우위로 거론된다.

구이저우성은 충칭시와 더불어 중국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는 쌍두마차다. 특히 이 지역의 빅데이터 산업은 지난해 70%가까이 성장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3차 산업에서는 동부의 연안 지역에 비해 뒤쳐졌지만 빅데이터 등  4차 산업을 앞세워 경공업, 중화학공업, 정보통신산업의 발전궤도를 건너뛰고 대 역전의 발판을 확보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구이저우 방중단의 일원인 이승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장(박사)은 “국내에서는 중국에 진출할 수 있는 차세대 업종으로 의료 분야를 꼽아왔다. 중국은 인구가 많고 노령화 속도가 빠른 데다 병원 서비스 또한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한국 업체들이 과연 파고들 수 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중국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