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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원룸 합숙' 대포통장 1천여개 유통 일당 재판에

등록 2017.07.19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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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원룸 합숙' 대포통장 1천여개 유통 일당 재판에

돈·숙식 미끼로 서울역 등에 있는 노숙자 유인
사업자 설립 가능한 노숙자만 골라 원룸 합숙
"취업 안 돼 생활고 노숙하다 가담한 20~30대도"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노숙자들을 이용해 대포통장을 유통한 조직이 재판에 넘겨겼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이용일)는 경제적으로 궁핍한 노숙자들을 현혹해 다량의 대포통장을 발급·유통한 총책 손모(48)씨와 노숙자 모집책 양모(62)씨 등 16명을 전자금융거래법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이모(35)씨 등 14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손씨 등은 2012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노숙자 47명의 이름을 빌려 설립한 119개 유령법인 명의로 대포통장 1031개를 개설, 필리핀 등으로 보내 보이스피싱이나 인터넷 도박 범죄에 이용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양씨, 오모(59·여)씨는 서울역, 수원역 등에 있는 노숙자에게 접근해 돈·숙식 제공을 미끼로 유인, 1명당 80만~120만원을 받고 손씨에게 넘겼다.

 이후 손씨는 주민번호로 신용상태를 확인해 사업자 설립이 가능한 노숙자들을 원룸 등에 합숙시키면서 건실한 사업가인 것처럼 꾸며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통장 개설작업을 진행했다.

 손씨는 대포통장을 1개당 50만~150만원에 양도하고 매달 140만원의 수익금을 받았다. 그는 이런 식으로 5년 간 7억원을 벌어들였다.

 손씨는 2009년 상법이 개정돼 자본금 100원만 있어도 주식회사 설립이 가능한 점,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법인설립을 신청하는 등 절차가 간소화되고 소호(SOHO) 사무실을 2~3개월 동안 쉽게 임차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노숙자 중에는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이 되지 않자 생활고로 인해 노숙을 하다가 범행에 가담한 20~30대도 있다"며 "법인설립 등기, 사업자등록 신청 시 확인절차나 등록심사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숙자들 명의로 설립된 유령법인 목록을 국세청에 통보하고 적발된 대포통장 리스트를 경찰과 공유해 보이스피싱, 불법 도박 사이트 관련 수사에 참고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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