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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 완성 다음은 북미대화…코리아패싱 막을 카드는

등록 2017.09.04 14:4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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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김지훈 기자 = 북한이 3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 실험에 성공, 핵 무력 완성에 한 발 더 다가서면서 다음 행보가 주목된다. 북한이 레드라인(Red line·한계선)으로 여겨졌던 핵실험까지 감행함에 따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더욱 강경해질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실질적인 위협이 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 국면이 미국과 북한을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른바 '코리아패싱(한국만 제외)'의 현실화 우려다.

 북한은 지난 3일 낮 12시(평양시간)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핵실험을 감행한 후 조선중앙TV 중대보도를 통해 ICBM 장착용 수소탄 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핵실험 결정 과정까지 상세하게 공개했다.

 중대보도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이 한자리에 모여 국제정치 정세와 한반도에 조성된 군사적 긴장 상태를 평가한 다음 핵 무력 완성의 완결 목표 달성을 위한 일환으로 수소탄 시험 결정서를 채택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핵 무력 완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미국 등 주요 국가의 반응을 살피며 행동 수위를 결정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려 한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 본토까지 날릴 수 있는 ICBM급 탄도미사일 화성-14형 시험발사까지 했음에도 자신들에 대한 제재 국면이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지 않자 더 강력한 도발을 함으로써 미국을 자신들의 의도대로 움직이겠다는 의지로 비친다.

 미국은 일단 북한의 이러한 메시지를 수용하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미국 행정부는 대화와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조건으로 핵·탄도미사일 도발 중단과 도발적 발언 자제 등을 내걸었다. 여기에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한 이후 트위터를 통해 "한국은, 내가 이미 말했듯이, 북한에 대한 유화정책은 효과가 없을 거라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가 미국에 실질적인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행정부가 다소 북한 측이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대화 요구를 거절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다. 대치 국면이 임계점에 달한 상황에서 북미 간 대화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북한은 미국에 평화협정 체결을, 세부적으로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 등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배제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데 있다. 북한은 핵 관련 협상은 북미 양자 간의 사안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해왔다. 여기에다가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실질적인 위협을 느끼게 될 경우 한반도에 대한 억지력 제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회복을 통해 북핵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구상이지만, 같은 민족이라는 특수성에 기대는 방안은 이미 북한 측으로부터 외면당하며 한계에 부딪힌 상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는 핵보유국이 되면 미국과의 대화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되고, 나아가 미국의 불안감 증폭에 따른 한미동맹의 이완까지도 노려볼 수 있다"며 "북미 간 대화가 시작되면 코리아패싱뿐만 아니라 차이나패싱까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북미 대화를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정부는 북미 간 대화가 남북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우리 정부는 북한에 제시할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은 상황인 점을 고려, 전술핵 재배치를 통한 '공포의 균형' 전략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전술핵 재배치를 통해 핵대 핵으로 공포의 균형을 맞춘 다음 상호 핵 감축을 위한 대화를 시작으로 비핵화 대화의 물꼬를 트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지금처럼 북한은 핵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는 핵이 없는 불균형 상태에서는 민족적 특수성에만 기대어 대화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현실적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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