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종합]김인식 KAI 부사장 유서 발견··· "잘 해보려 했는데, 누를 끼쳐 죄송하다"

등록 2017.09.21 16:52:3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검찰수사와 관련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경찰 "타살 가능성 없어··· 20일 밤 숨진듯"

【사천=뉴시스】김윤관 강경국 기자 = 21일 오전 경남 사천시 사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김인식(65)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사장의 유서가 발견됐다.

경남 사천경찰서는 이날 김 부사장의 사택에서 김 부사장이 손으로 직접 쓴 A4용지 3장으로 된 유서를 발견했다.

유서에는 하성용 전 대표와 회사 직원들에게 남긴 내용과 가족들에게 남긴 내용이 담겨 있었다.

김 부사장은 유서 첫 장에는 "열심히 일하려고 했는데, 잘 해보려 했는데, 누를 끼쳐 죄송하다"는 내용을 남겼다.

그리고 두 번째장과 세 번째 장에는 아들과 아내, 동생 등 가족들에게 보내는 내용으로 "사랑한다.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검찰 수사와 관련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장 감식 결과 타살 가능성은 없으며, 김 부사장이 20일 오후 11시께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공군사관학교를 나와 전투기 조종사를 지낸 예비역 준장 출신으로 국방부 항공사업단에서 근무하다 KAI로 이직 한 뒤  2015년 12월부터 해외사업본부장으로 재직하며 수출사업 전반을 총괄 관리해 왔다.
 
 그는 KAI에서 아랍에미리트(UAE) 주재 사무소장으로 업무 경력을 쌓아 수출사업본부장 등을 두루 역임했다.

 KAI 직원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KAI 내부에서 현재 검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하 전 대표의 경북고 51회 동기로, 최근 이라크에 판매한 F/A 50 경공격기 대금 회수문제 등으로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김 부사장은 이날 오전 8시42분께 경남 사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김 부사장의 아내가 전화를 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자 회사 직원에게 연락을 해 김 부사장이 살고 있던 아파트를 찾아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영비리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KAI는 하성용 전 대표의 긴급체포에 이어 구속영장까지 청구된데다 김 부사장의 사망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수천억원대 분식회계를 주도하고 일감을 몰아준 대가로 협력업체 지분을 차명 보유한 혐의로 하 전 대표를 지난 20일 새벽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또 다른 KAI 관계자는 "지난 8월 이라크 출장을 가셨다가 20일 귀국하신 후 직원들과 저녁 식사를 했는데 특별한 언급은 안 하셨다"며 "아침에 출근을 안 해서 직원이 집으로 찾아갔는데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 부사장의 성품은 동네 할아버지처럼 직원들을 잘 챙겨주셨다. 참 좋은 분이셨다"며 "김 부사장을 싫어하는 직원이 없었다. 직원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 전 대표가 전날 긴급체포된 데 이어 김 부사장 사망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KAI 직원들은 일손을 놓은 채 자세한 상황을 파악 중이다.

김 부사장은 최근 KAI에서 불거진 방산·경영 비리와 관련, 현재까지 검찰조사를 받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서도 "검찰은 KAI 수사와 관련해 김인식 부사장을 조사하거나 소환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 수사의 칼끝이 방산 비리 전반을 향하고 있는 만큼 수출 업무 책임자로서 상당한 압박을 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수천억원대 분식회계를 주도하고 일감 몰아주기 대가로 협력업체 지분을 차명 보유한 혐의 등으로 하 전 사장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가하고 있다.

KAI의 직원은 "언론 보도를 통해 김 부사장 관련 소식을 전해 들었는데 너무 충격적"이라며  "평소 인품이 좋은 분인데 극단적 선택을 해 당황스럽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직원들은 김 부사장의 사망으로 미국 공군 고등훈련기 교체사업(APT)과 항공MRO 사업 등이 물거품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현재 KAI는 검찰 수사로 비리기업 꼬리표가 붙으면서 해외 수주가 스톱상태다. 자금 융통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형 기동 헬기 '수리온' 납품 비리가 불거지면서 제작도 중단되어 수출전선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KAI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해외총괄 담당자다. 갑작스런 소식에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상황 파악 중"이라며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도무지 짐작이 안된다"고 말했다.

지역 사회에서는 하 전 대표와 경북고 동기동창인 김 부사장이 검찰 수사에 부담을 느끼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부사장은 최근 들어 이라크 수출 대금 미납 문제를 두고 검찰이 분식회계 혐의로 수사하는 것에 부담을 느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 전 대표 재직 시절인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이라크 공군기지 재건 사업과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등에서 수 천억원 규모의 회계 분식이 이뤄진 정황을 잡고 수사를 벌이고 있는데, 고등훈련기 사업처장, 항공사업단장, 수출사업본부장, 해외사업본부장 등 KAI 사업의 핵심 역할을 해온 김 부사장도 검찰수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게 지역 사회의 일반적인 견해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