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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학 피해자, 경찰이 '단순 가출'로 오판하는 동안 피살

등록 2017.10.13 17: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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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아빠' 이영학 씨가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17.10.1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아빠' 이영학 씨가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17.10.13. [email protected]


 경찰, 피해자 추정 위치 인지했지만 안 가봐
 뒤늦게 갔을 때는 이미 피해자 살해·유기 후
 경찰 "피해자 어머니가 빨리 말해줬더라면···"

【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경찰이 이영학(35)씨에게 살해당한 A(14)양에 대한 실종 신고를 '단순 가출'로 판단해 초동수사에 실패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피해자 A양에 대한 최초 실종 신고가 접수된 시점은 지난달 30일 오후 11시20분께이며 A양이 사망한 시점은 1일 낮 12시 전후다. A양이 신고 후에도 최소 12시간은 살아있었던 것이다.

 ◇지구대, A양 있던 이학영 집 주변만 수색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30일 낮 12시20분께 딸을 통해 집으로 불러들인 A양에게 냉장고에 미리 보관해둔 가루 형태의 수면제가 든 음료를 마시도록 권했다.

 A양은 오후 1시가 안 됐을 무렵 어머니와 한 차례 통화했다. 당시 A양은 어머니에게 "지금 친구(이씨의 딸) 집에 있다"고 전해 이 때까지만 해도 수면제에 취하진 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하지만 오후 5시께 어머니가 다시 전화를 걸었을 땐 핸드폰 전원이 꺼져 있어 더이상 딸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에따라 A양 어머니는 이날 오후 11시20분께 112에 "딸이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돌아오지 않고 핸드폰이 꺼져 있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이때 처음 A양의 마지막 위치가 이양의 집인 것을 인지한 것이다.

 실종 신고를 접수한 서울 중랑경찰서 망우지구대는 A양의 핸드폰 위치정보가 마지막으로 수신된 망우사거리 일대를 수색했다. 이양의 집 주변도 수색하지만 들어가보지는 않았다.

 망우지구대는 이어 A양의 어머니에게 "A양 친구들에게 전화해 행적을 알아보시라"고 말했다. A양 어머니는 다음날인 1일 새벽 0시께 A양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리다가 이양과 통화하게 된다. 이때 이양은 A양 어머니에게 "헤어졌다. 모르겠다"고 답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여중생 딸 친구 살해·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 '어금니 아빠' 이모씨의 딸 이모양이 12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을 나선후 경찰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17.10.12.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여중생 딸 친구 살해·시신 유기 사건의 피의자 '어금니 아빠' 이모씨의 딸 이모양이 12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을 나선후 경찰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2017.10.12. [email protected]

◇경찰, 길거리 수색·SNS 검색하는 동안 피해자 사망

 1일 망우지구대로부터 A양 실종 사건을 넘겨받은 중랑경찰서 여성청소년과는 오후 4시께부터 A양과 주변인들의 SNS를 검색하여 실종자를 추적한다.

 이날 9시 여성청소년과는 A양 어머니에게 처음으로 전화를 한다. 이 통화에서 "A양이 이양이라는 친구를 우림시장 오거리에서 만났다"는 사실을 듣는다. 앞서 A양의 어머니가 최초신고시 이양의 마지막 위치인 'A양 집'을 망우지구대에 전했지만, 이같은 신고 내용조차 중랑경찰서 여성청소년과로 보고되지 않은 셈이다.
 
 이씨는 이날 오후 12시30분께 수면제를 먹고 잠들어있던 A양이 깨어나 소리를 지르며 반항하자 신고할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수건과 넥타이로 피해자의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확인됐다.

 망우지구대에서 이양의 집 주변만 수색하고 A양 어머니에게 "A양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려보라"고 하고, 중랑서 여성청소년과가 SNS를 검색하고 있는 사이에 A씨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미 피해자 살해·유기된 뒤에야 이학영 집 진입

 경찰은 다음날인 2일부터 망우동 일대 탐문수사를 실시한다. 경찰은 A양이 이양과 만났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날 오전 11시께 이씨의 자택을 찾았지만 인기척이 없었다.

 이씨와 이양은 살해한 A양의 시신을 전날 강원도 영월 야산에 유기하고 서울 도봉구 은신처로 이동했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대신 망우동 일대 CCTV를 집중 수색했는데 여기서 A양과 이양의 동선이 일부 확인된다. 그리고 이날 오후 8시께 결정적인 화면을 포착한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아빠' 이영학 씨가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사죄 인사하고 있다. 2017.10.13.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여중생을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아빠' 이영학 씨가 13일 오전 서울 중랑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사죄 인사하고 있다. 2017.10.13. [email protected]


 이 영상은 지난 30일 낮 12시20분 A양이 이양과 함께 이씨의 집에 들어가는 모습과, 오후 3시40분 이양이 혼자 집에서 나오는 모습이었다. A양이 이양의 집에 들어갔으나 나온 장면이 없어 충분히 위치를 추정할만한 증거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은 "CCTV 화면 상태가 좋지 않아 A양이 이씨의 집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100% 확신이 없다"는 이유로 역시 이씨의 집에 들어가보지 않는다. 그리고 추가 CCTV확인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경찰은 이날 오후 8시, 이씨 자택 거실의 불이 켜진 것을 확인한다. 이들은 이번에도 집에 들어가지 않고 사다리차를 동원해 5층에 있는 이씨의 자택으로 진입한다. 그러나 역시 집은 비어있어 별 소득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중랑서 여성청소년과는 결국 3일 오후 8시부터 형사과와 공조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이틀 뒤인 5일 낮 10시24분께 서울 도봉구 은신처에서 이씨와 딸을 체포했다.

 ◇최초 신고 시점에서 초동수사 미흡 지적 나와

 최초로 망우지구대에서 A양 어머니의 신고를 받아 중랑서 여성청소년과가 다시 A양 어머니에게 전화하기까지 21시간이 지났다. 통화를 하고나서야 A양이 이양과 함께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인지한 것이다.

 중랑서 여성청소년과가 망우지구대로부터 'A양이 이양과 만났다'는 사실을 보고받지 못했다면 응당 먼저 A양의 어머니나 망우지구대에 A양의 행방을 확인하는 것이 상식적인 초동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초기수사를 담당했던 경찰 관계자는 'A양 어머니에게 연락을 늦게 했다'는 지적에 대해 "A양이 친구를 만나러 가서 자고 올 수도 있고 A양이 핸드폰을 꺼놓은 적도 있다고 해서 단순 가출 사건 정도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판단한 부분이 있지만 지나고 보니 A양 어머니가 이양과 통화한 사실을 일찍 말해줬으면 이양을 특정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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