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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이광구 前우리은행장 기소…"청탁명부 만들어 채용 조작"

등록 2018.02.02 15: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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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우리은행 직원 '채용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19일 오후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2018.01.19.  stoweon@newsis.com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우리은행 직원 '채용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2018.01.19. [email protected]

3년동안 VIP 채용청탁 명부 만들어 관리
 점수 조작 없이 불합격자에 '합격점' 찍어
 합격자 조작으로 진짜 합격자는 탈락해
 이광구 전 행장 등 "다 은행 위한 행동"

 【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우리은행 직원 '채용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이광구 전(前) 우리은행장이 3년 동안 '청탁 명부'를 만들어 VIP 고객, 공직자 자녀 등 37명을 부당하게 합격시켜 온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구자현)는 2일 이 전 은행장, 남기명 전 국내부문장(수석 부행장)과 4명의 인사 담당자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VIP 고객 등 인사 청탁자와 은행 내부 친·인척 명부를 만들어 이 명단에 있는 자녀들이 서류전형 또는 1차 면접에서 불합격하더라도 합격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 2015년 공채 서류전형 또는 1차 면접에서 10명을, 2016년 19명을, 2017년 8명을 총 37명을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31명은 최종합격 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서 형사5부 구자현 부장검사가 우리은행 채용비리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서울 북부지검은 우리은행의 공개 채용과정에서 청탁을 이유로 합격자를 조작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 6명을 업무방해죄로 불구속 기소했다고2일 밝혔다. 2018.02.02.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서 형사5부 구자현 부장검사가 우리은행 채용비리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서울 북부지검은 우리은행의 공개 채용과정에서 청탁을 이유로 합격자를 조작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 6명을 업무방해죄로 불구속 기소했다고2일 밝혔다. 2018.02.02. [email protected]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은행장과 인사부장 A씨는 인사 청탁 명부를 만들어 관리하며 합격 여부를 결정했다. 이 명부는 이 전 은행장 등 간부급에게 들어온 인사 청탁을 정리해놓은 문서 파일로 인사부에서 정리해 관리했다.

 우리은행 인사팀은 '금감원 A 부원장보의 요청으로 우리은행 B간부가 추천한 91년생 남자', '국정원 C씨 자녀로 우리은행 D그룹장이 추천한 92년생 여자' 등과 같이 청탁 경로까지 취합해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은행장은 서류 또는 1차 면접 합격자 명단을 보고받는 과정에서, 인사 청탁 명단에 있는 사람의 자녀가 '불합격'처리돼 있으면 '합격점(●)'을 찍어 실무자에게 내려보냈다. 합격으로 바꾸라는 신호인 셈이다.

 이후 인사 실무자들은 '합격점'이 찍혀있는 불합격자를 합격 처리하는 식으로 조작했다. 이에 따라 기존 합격권에 있던 지원자는 불합격 처리되고 말았다.

 특히 이 전 은행장은 금융감독원, 국가정보원 등 은행 유관기관에서 인사청탁이 들어온 경우 가급적 서류전형에서 합격시켰다.

 점수 조작이나 답안 유출 등이 없이 바로 불합격자를 직접 '합격자'로 만들어 놓은 셈이다.

 은행 등 공공기관은 보통 감사를 대비해 평가자료를 보존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우리은행은 청탁명부와 함께 평가 기록을 채용 직후 파기했다.

 이 전 은행장 등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크게 보면 다 은행을 위한 행동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서울북부지검은 2일 '채용비리'에 연루된 이광구 전 은행장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2018.02.02. (사진=서울북부지검 제공)

【서울=뉴시스】채윤태 기자 = 서울북부지검은 2일 '채용비리'에 연루된 이광구 전 은행장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2018.02.02. (사진=서울북부지검 제공)


 검찰 관계자는 "은행이 공기업적 성격을 갖고 있지만 그러나 사기업이고 인사문제에 대해서는 금감원과 은행 측에서 자체 판단할 수밖에 없다. 저희가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부터 우리은행 본점과 면접이 이뤄진 안성 연수원, 인사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한 인사부 서버를 디지털포렌식으로 분석한 결과와 남은 일부 평가 자료 등을 확인해 '채용비리' 증거를 발견했다. 이후 이 전 은행장과 채용 실무자 등을 차례로 소환해 조사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채용 관련 문건을 통해 지난 2016년 신입사원 공채에서 국가정보원·금융감독원원 직원, VIP 고객의 자녀와 친·인척 등을 추천받아 16명을 채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우리은행은 외부 법무법인 변호사 3명과 은행내 인사부·검사실 외 직원 6명으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자체 조사를 진행해왔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27일 남기명 국내부문장(수석 부행장)과 이대진 검사실 상무, 권모 영업본부장 등 관련자 3명을 직위해제 조치했다. 중간 조사결과도 금융감독원에 보고했다.

 이후 검찰 조사를 통해 2016년 14명 외에도, 2015년과 2017년 신입사원 공채까지 총 37명이 부정 채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은행장은 지난해 12월2일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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