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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행장이 '○' 그리면, 불합격자도 통과"…우리銀 채용비리

등록 2018.02.02 16: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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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검찰이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우리은행 본점을 압수수색을 실시한 7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이 든 상자를 옮기고 있다. 2017.11.07.  stoweon@newsis.com

【서울=뉴시스】권현구 기자 = 검찰이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우리은행 본점을 압수수색을 실시한 7일 오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이 든 상자를 옮기고 있다. 2017.11.07. [email protected]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 檢 수사결과 발표 보니
명단 관리하며 합격 여부 판단…채용 끝나면 파기
청탁자 명단에 있는 지원자 '점수 미달'에도 '합격'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난 우리은행의 채용비리 실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청탁자의 명부와 행내 임직원들의 친인척 명부를 따로 관리하며 채용이 끝나면 아예 파기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대놓고 기존 탈락자의 면접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도 "은밀한 금수저 전형"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2일 서울북부지검이 발표한 '우리은행 채용비리 사건 수사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2015~17년 신입행원 공채에서 원래 불합격자의 합격 서열을 조작해 모두 37명을 서류 전형이나 1차 면접 등에서 합격시켰다. 이중 31명은 최종 합격했다. 검찰은 당시 최고경영자이던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을 37명을 부정 합격시킨 최종 의사 결정권자로 판단하고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수사 결과 이 전 행장은 인사부장이 서류 통과자 명단을 가져오면 청탁 명부를 보고 합격하지 못한 지원자에 대해 합격란에 동그라미를 치거나 '합격점(●)'을 찍어 바로 합격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탁 채용에 밀린 기존 합격자는 어쩔수 없이 탈락 처리됐다.

검찰 관계자는 "1차 면접 위원들은 서류 전형에서 공정하게 합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이게 업무 방해 혐의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합격자가 합격자로 바꼈기 때문에 (이 전 행장이) 채용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외부 청탁자 명부와 간부급 직원의 친인척 명부를 별도로 관리해 오면서 이들의 합격 여부를 결정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명부는 일정 직급 이상의 임직원이 인사팀에 '○○○를 챙겨달라'고 얘기하면, 이를 듣고 취합하는 방식 등으로 작성됐다. 청탁은 주로 금융감독원이나 국가정보원 등 유관 대외기관과 행내 친인척 거래처 등에서 이뤄졌다. 유관기관의 청탁을 받은 지원자들에 한해서는 서류 전형은 대부분 통과시켜줬다. 채용이 끝나면 청탁 명부와 함께 평가 기록을 없앤 의혹도 있다.

특정인의 면접 점수를 아예 고치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이 공개한 '2017년 개인금융서비스 공채 추천 현황'이라는 자료를 보면 1차 면접에서 41점을 받아 불합격권에 놓인 A씨가 돌연 44점의 점수를 받은 것으로 조작되면서 합격권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폭로된 우리은행의 채용비리 사태는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된 상황이다. 이후 금융감독원은 은행권 채용비리와 관련해 현장 조사에 나섰고, 전날 인사 청탁 정황이 포착된 시중은행 5곳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서 형사5부 구자현 부장검사가 우리은행 채용비리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서울 북부지검은 우리은행의 공개 채용과정에서 청탁을 이유로 합격자를 조작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 6명을 업무방해죄로 불구속 기소했다고2일 밝혔다. 2018.02.02.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2일 오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서 형사5부 구자현 부장검사가 우리은행 채용비리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서울 북부지검은 우리은행의 공개 채용과정에서 청탁을 이유로 합격자를 조작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 6명을 업무방해죄로 불구속 기소했다고2일 밝혔다. 2018.02.02. [email protected]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금감원의 검사 결과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지난 2016년 신입행원 채용에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위스콘신대 출신 7명의 임원 면접 점수를 올려 합격시키고, 대신 한양대와 카톨릭대, 동국대, 명지대, 숭실대, 건국대 출신 7명을 불합격시킨 의혹 등이 있다. KB국민은행도 윤종규 회장의 종손녀(윤 회장 누나의 손녀)에 대해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하나은행 측은 "입점 대학과 주요 거래대학 출신을 채용한 것일뿐"이라고 해명했고, 국민은행도 "지역 할당제로 뽑은 것"이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은행권은 채용비리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우리은행에 대한 검찰 수사 결과 발표로 긴장감은 더욱 커진 분위기다.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경우 CEO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이 전 행장도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사법부가 이 전 행장에 대해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도 관건이다. 만약 이 전 행장의 혐의가 무죄로 결론나면 은행권에서는 한시름 놓을 수 있겠지만, 혐의가 인정된다면 검찰 수사에 대한 우려감은 극대화될 수 밖에 없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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