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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도 직구시대]美증시 호황에 3년來 3배 급증…1위는 '아마존'

등록 2018.09.0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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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미 워싱턴주)=AP/뉴시스】지난해 4월27일 미 워싱턴주 시애틀의 아마존고 가게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아마존은 22일 인공지능(AI)의 도움으로 계산대가 필요없는 점포를 시애틀에서 처음으로 개장한다. 아마존은 이미 1년여 전에 이러한 점포 구상을 밝혔지만 계속 지연돼 오다 22일 마침내 개장하게 됐다. 2018.1.22

【시애틀(미 워싱턴주)=AP/뉴시스】지난해 4월27일 미 워싱턴주 시애틀의 아마존고 가게 앞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아마존은 22일 인공지능(AI)의 도움으로 계산대가 필요없는 점포를 시애틀에서 처음으로 개장한다. 아마존은 이미 1년여 전에 이러한 점포 구상을 밝혔지만 계속 지연돼 오다 22일 마침내 개장하게 됐다. 2018.1.22


【서울=뉴시스】이국현 기자 = '애플, 아마존, 나스닥 사상 최고'. IT기업에서 일하는 A씨(41)는 올해 6월 고민 끝에 아마존 주식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미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무역분쟁 우려 등으로 대장주들의 주가가 신통치 못했기 때문이다. 환율과 세금이 걸렸지만 지지부진한 국내 주식보다 호황기를 구가하고 있는 미국 주식, 기술주에 베팅했다. 1665달러에 샀던 아마존 주식은 석 달 사이에 2000달러를 넘어서며 20%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과거 해외주식 투자는 해외를 자주 오가는 사람들이나 외국 주재원을 비롯해 자산가들만의 영역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인 투자자들도 해외 주식투자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국내보다 더 나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에 집중된 자산을 분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여기에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주식거래 시스템 개편은 물론 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있어 투자 저변이 확대된 것도 주식 직구족을 끌어당기는 요인이다.

◇해외주식 결제금액 232억 달러...역대 최대 전망

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난 4일까지 매수와 매도를 합한 해외주식 결제금액은 232억 달러, 한화로 25조8412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외주식 결제금액은 지난 2014년 81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후 2015년 140억 달러로 100억 달러를 돌파한 뒤 증가세를 보이며 지난해 말에는 227억 달러까지 늘었다. 3년 만에 3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올해는 이미 지난해 결제금액을 돌파, 역대 최대를 넘보고 있다. 

올해 들어 외화증권 결제금액이 가장 많은 곳은 미국으로 152억8478만 달러(66%)를 차지했다. 이어 홍콩 40억7911만 달러(17.6%), 일본 13억6431만 달러(5.9%), 중국 11억8033만 달러(5.1%) 순으로 나타났다. 아시아 시장 중에선 베트남이 6억2354만 달러로 5위에 들었다. 유로시장 결제금액은 1억 59만 달러에 그쳤다

 올해 해외주식투자 상위 10개 기업을 살펴보면 올해 미국 증시를 이끌어왔던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을 비롯해 글로벌 대표 기업이 자리했다.

실제 해외주식투자 톱10 가운데 1위에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14억3079억원)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아마존 주가는 2039달러 51센트로 마감하며 시가총액 9950억 달러로 시총 1조 달러 초읽기에 들어갔다. 아마존 주가는 올해 70% 이상 상승했고 1년 전과 비교해서는 2배 이상 올랐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아마존의 목표주가를 주당 1850달러에서 2500달러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그룹홀딩ADR은 8억9720만 달러로 결제금액 2위에 올랐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차이나 AMC CSI 300 인덱스 상장지수펀드(ETF)'는 8억3996만 달러,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홀딩스는 매수와 매도를 합해 7억6443만 달러의 결제가 이뤄졌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세계 최대 그래픽카드 생산 업체 엔비디아의 주식 결제 규모는 5억4918만 달러로 5위에 랭크됐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도 각각 4억9876만 달러, 4억1402만 달러 결제했다. 페이스북도 3억135만 달러로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ETF 중에선 '아이셰에즈 차이나 라지 캡 ETF' 4억908만 달러, 'ISHARES EXPONENTIAL TECH ETF' 3억594만 달러가 순위권에 들었다.
[주식도 직구시대]美증시 호황에 3년來 3배 급증…1위는 '아마존'

◇韓증시 바닥 치는데 美증시는 훨훨

 올해 들어 해외 주식투자가 급증한 것은 무엇보다 국내 주식보다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연초 '3000시대' 전망까지 나왔던 코스피는 무역분쟁에 발목이 잡혀 바닥까지 추락했다. 투자와 고용은 악화되고 소비까지 둔화되며 경제성장률이 3%에 못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스피는 연고점 대비 11.8% 하락했다.

반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경제는 호황기를 구가하고 있다. 미국 증시는 대규모 감세와 소비심리 개선에 따른 기업 이익 증가,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등으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아마존과 페이스북 등 이른바 기술주는 두 자릿수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미국 경기 고점론이 제기되며 조정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최철식 미래에셋대우 WM 강남파이낸스센터 이사는 "최근 2,3년간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미국 경기 고점도 202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자자들이 FANG이나 플랫폼에 기반을 둔 4차 산업 기업 중에 익숙한 기업에 대한 관심을 가지며, 아마존, 넥플릭스, 애플, 구글 등을 장기적인 목적으로 사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국내에서는 4차 산업, 특히 신기술 관련해서는 미국 같은 선진국에 밀려 있고 경제성장률도 둔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해외 주식 선호도가 높아졌다"며 "세계 경기가 안좋아졌을 때 달러가 안전자산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자산가들의 경우 양도소득세는 내야하지만 종합금융과세를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고 밝혔다.

실제 자산가들은 금융소득 분류과세에 환차익까지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해외 주식을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편입하고 있다. 해외주식 매매차익은 매년 25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있고 기본공제 기준을 넘어간 초과 금액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 22%가 과세된다. 여기에 미국 증시가 하락하더라도 환차익을 통해 손실폭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까지 있다.

김범근 유안타증권 골드센터영업부 차장은 "최근에는 정보에 빠른, 오히려 연령층이 낮은 사람들이 해외 주식 직구를 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자산가들은 몇 천만원 수준으로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위탁하고 있다. 대부분 미국 시장을 위주로 하고 직접 주식 투자가 힘든 부분은 ETF쪽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주식 저변 넓히는 증권사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해외 주식 수수료 무료' '환전 수수료 할인' 등을 내세워 해외 주식투자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직구족을 유혹하는 유인이다. 온라인으로 해외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시스템이 선보이는 등 거래도 간편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 홍콩, 일본 등에 한정됐던 해외 주식투자는 유럽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미래에셋대우는 온라인에서 9개국 주식에 투자할 수 있고 미국 주식 매매시 발생하는 최저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해외 주식을 사기 전에 환전을 하지 않아도 계좌에 원화나 다른 외화가 있으면 바로 주문이 가능토록 하는 통합증거금 제도를 3월에 내놨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환전 절차 없이 바로 매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 해외 주식 양도소득세 대행 신고 서비스도 대부분 제공하고 있다. 기간 내에 신고하지 않으면 가산세가 20% 붙는다.

물론 증권사들이 해외 주식거래 확대 이면에는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해외 주식을 중개할 경우 거래 금액에 따라 수수료를 받을 수 있고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화, 일본 엔화 등 현지 통화로 바꿔 투자해야 하는 만큼 이 과정에서 환전 수수료도 챙길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상품 라인업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다"며 "해외주식 플랫폼을 깔아두면 개인들이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는 도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비용이 크지 않다면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투자자 입장에선 해외 주식은 종목의 변동성, 환율의 변동성에 노출되고 미국 시장의 경우 우리나라와 시간이 반대라는 점도 제약 요인"이라며 "대안 투자의 일환으로 해외에 눈을 돌린다면 여유 자금으로 우량한 주식을 골라서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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