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종합]검찰, '삼성 노조와해' 이상훈 이사회 의장 등 32명 기소

등록 2018.09.27 15:37:4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삼성 2인자' 이상훈 의장 등 전·현직들 기소

미래전략실 인사지원팀서 '그린화 전략' 구상

협력업체 기획폐업·조합원 사찰 등 불법행위

경총·경찰·조합원 부친까지 불법행위 동원돼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김수현 공공형사수사부 부장검사가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 검찰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8.09.27.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김수현 공공형사수사부 부장검사가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사건 검찰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8.09.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오제일 나운채 기자 =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삼성 2인자'로 불리는 이상훈(63)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등 32명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삼성이 노조 설립을 '악성 바이러스 침투'로 판단, 조직적으로 노조 와해 공작을 벌였다고 결론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수현)는 목장균(54) 삼성전자 전 노무담당 전무(현 삼성전자 스마트시티 지원센터장)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이 의장 등 28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에게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은 노조 설립을 '사고'로 판단, 발본색원 대상으로 삼았다. 검찰이 확인한 노사 전략 문건에는 "노조가 생기고 나면 와해시키기 어렵고, 경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만큼 사전예방만이 최선"이라는 내용과 노조 설립을 '악성 바이러스 침투'로 표현한 부분이 담겼다.

 삼성은 이런 판단에 따라 미래전략실(미전실) 인사지원팀 주도로 노조 와해 공작을 기획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설립 움직임이 본격화한 2013년 6월 종합상황실이 꾸려지고 신속대응팀도 설치, 운영됐다.

 이후 미전실이 기획한 노조 와해 전략인 이른바 '그린화' 전략은 삼성전자를 거쳐 삼성전자서비스로, 다시 협력업체에 전달됐다. 삼성은 이들뿐만 아니라 계열사별 대응 태세를 점검하는 등 회의를 열고, 임직원 교육 등을 실시했다.

 삼성은 무노조 경영 방침을 관철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협력업체 폐업 및 조합원 재취업 방해 ▲차별대우 및 '심성관리'를 빙자한 개별 면담 등으로 노조탈퇴 종용 ▲조합활동을 이유로 한 임금 삭감 ▲한국경영자총협회와 공동으로 단체교섭의 지연·불응 ▲채무 등 재산관계·임신 여부 등 조합원 사찰 등이 이뤄졌다.

 아울러 노조 파괴 전문 노무컨설팅 업체, 정보경찰뿐만 아니라 노조 탄압에 반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염호석씨의 부친도 불법행위에 동원됐다.

 검찰은 이런 불법 행위의 윗선을 이 의장으로 판단했다. 2012년 12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경영지원실장을 지낸 이 의장은 이미 구속기소 된 목 전무와 함께 2013년 6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노조 와해 공작을 벌인 혐의가 적용됐다.

 박상범(61)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에게는 협력업체에 기획 폐업 대가로 약 2억원을 전달한 혐의, 염씨 뜻과 달리 가족장을 치른 염씨 부친에게 6억8000만원을 건넨 혐의 등도 적용됐다. 이들을 포함해 이 사건과 관련해 기소된 사측 관계자는 18명에 달한다.

 이와 함께 기획폐업에 응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대표 7명은 불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삼성 요구에 따라 단체 교섭 지연·불응에 나선 경총 관계자 3명을 비롯해 삼성전자 자문위원, 전 경찰청 정보국 경찰관, 염씨 부친과 지인 등도 기소됐다.

 검찰은 불법 파견이 이뤄지는 실태를 이 같은 불법 노조 와해 공작의 배경으로 지적했다. 대기업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 하청업체에 일을 맡기면서도 노무 관리까지 철저히 개입했다는 것이다.
【서울=뉴시스】지난 2013년 삼성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노사전략 문건(미전실 주관 작성) 내용. (사진=서울중앙지검 제공)

【서울=뉴시스】지난 2013년 삼성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노사전략 문건(미전실 주관 작성) 내용. (사진=서울중앙지검 제공)

이에 검찰은 박상범 전 대표 등에 대해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특히 당시 근로감독을 '봐주기'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과거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도 계속해서 이어갈 예정이다.

 다만 이 같은 공작에 삼성그룹 오너 일가가 개입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조사된 바로는 오너 일가와 관련된 증거가 확보된 게 없다"며 "관련자들 또한 (개입 여부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이명박(77)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 알려진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 소송비 대납 수사를 위해 삼성그룹 서초동 사옥 등을 압수수색하면서 노조 와해 의혹 문건 다수를 확보, 지난 4월 강제수사에 나서는 등 수사를 본격화했다.

 이후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미전실, 협력업체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하면서 물적 증거를 다수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전사적인 역량이 동원된 조직범죄의 성격을 갖고 있고 장기간에 걸쳐 다수의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으로 사안이 중하다"라며 "불법행위에 직접 가담한 주동자를 대거 기소해 엄정 대응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오랫동안 논란이 돼 온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이 사실로 밝혀진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장기간 이뤄진 반(反) 헌법적 범죄에 대한 엄중한 사법 판단으로 합법·타협·양보의 건전한 노사 문화가 정착되는 데 일부라도 기여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 등에 대한 수사 이후에도 삼성에스원, 삼성웰스토리 및 삼성 에버랜드 등 계열사에 대한 수사를 계속해서 진행한다. 검찰은 윗선 개입 의혹 규명에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