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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 의혹' 카쇼기 사건, 이대로 묻히나…터키 태도 완화

등록 2018.10.10 09: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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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탄불=AP/뉴시스】터키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에서 살해된 의혹을 받고 있는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쇼기가 지난 2일(현지시간) 영사관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이 9일 공개됐다. 2018.10.10

【이스탄불=AP/뉴시스】터키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에서 살해된 의혹을 받고 있는 사우디 출신 언론인 자말 카쇼기가 지난 2일(현지시간) 영사관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이 9일 공개됐다. 2018.10.10


【서울=뉴시스】조인우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언론인 자말 카쇼기 실종 사건에 대한 터키 당국의 수사가 진척되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 정부의 책임을 물었던 앞선 입장이 다소 완화는 분위기다.

 9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사우디 측의 접근 허가를 받아 이날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 내부를 수색한 터키 당국은 카쇼기가 실종된 날의 영사관 폐쇄회로(CC)TV 자료가 사라졌고, 영사관의 터키 직원들은 갑작스럽게 휴가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카쇼기 실종에 관여한 팀이 영사관 근처에서 몇 시간 동안 대기한 이후 영사관을 떠난 6대의 차량 중 한 대에 납치된 카쇼기 또는 카쇼기의 시신을 실어 공항으로 떠났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카쇼기가 사라지기 전 영사관으로 향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이 공개됐다. 카쇼기를 이송하는 데 사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검은색 밴도 영사관 입구 바로 앞에 주차된 모습이다.

 사우디 당국자 15명이 리야드에서 이스탄불로 향한 비행편도 확인됐다.

 사우디 정부가 주로 이용하는 업체에서 대여한 두 대의 제트기가 지난 2일 이스탄불에 도착해 같은날 저녁 각각 이집트 카이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출발했다. 비행 추적 기록에 따르면 두 대 모두 추후 리야드로 향한 것으로 확인됐다. 터키 수사 당국은 제트기 안에 사라진 CCTV 자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카쇼기는 무하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사우디 정부를 향해 공개적으로 날선 비판을 한 언론인이다.

 그는 지난 2일 터키인 약혼녀와의 결혼 절차를 밟기 위한 서류 작성 차 터키 주재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간 이후 실종됐다. 약혼녀 하티즈 센기즈는 "카쇼기가 규정에 따라 휴대전화를 끄고 영사관에 들어가 아무 연락도 없고 끝내 나오지 않았다"며 "영사관 앞에서 11시간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카쇼기가 영사관 안에서 살해됐다는 의혹이 증폭하는 가운데 사우디 당국은 이를 "근거 없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직접 "내가 알기로 카쇼기는 영사관에 들어간 얼마 뒤에 나갔다"고 밝혔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영사관 대변인 역시 지난 4일 "카쇼기가 결혼 서류를 떼기 위해 영사관을 방문했지만 서류 작업을 마치고 영사관을 떠났다"며 "그가 납치됐다고 말하는 것은 근거 없는 소문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터키가 중요한 무역 상대국인 사우디와의 관계를 위해 카쇼기 실종에서 사우디 왕가의 책임론을 회피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고 가디언이 지적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보좌관인 야신 악타이는 알-아라비(Al-Araby)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은 사우디 왕국의 책임이 아니다"고 말했다. 앞선 인터뷰에서 카쇼기가 사우디 정부가 파견한 사람들에게 살해됐다고 주장한 것과는 상반되는 태도다.

 터키의 친정부 언론 데일리 사바 역시 "수사의 초점은 카쇼기가 살아서 비행기를 타고 간 것으로 옮겨졌다"고 보도했다. 터키 당국자들은 앞서 카쇼기의 피살을 기정사실로 봤다.

 터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미국 또는 유럽 정부 관계자들에게 카쇼기가 살해된 것이라고 믿는다는 개인적인 견해를 밝혔지만 정치적으로 이같은 증거는 절대로 드러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가디언에 "터키 당국이 수집한 증거를 바로 사우디 관리들에게 전달했다"며 "사우디를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일련의 제재 계획을 유출하는 것도 승인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터키 정부의 태도 변화는 사우디 측에서 어떤 답변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 미국 정부 관리는 "터키는 이 사건에 지속적으로 투명하게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터키는 사우디와 이 사건에서 미묘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카쇼기는 증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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