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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설득 주력한 文대통령···"민노총, 고통분담 해 대안 찾자"

등록 2018.11.23 06: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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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위원회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8.11.2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본위원회 1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8.11.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홍지은 기자 = 문 대통령은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새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출범식에서 민주노총 설득에 주력했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에 대한 반발로 경사노위에서 빠졌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과 마무리 발언에서 민주노총을 포용국가로 만들 주체로 지칭했다. 또 '책임성', '대화와 타협', '양보와 고통분담'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사회적 대화 틀로 들어오라고 손을 연신 내밀었다.

당초 민주노총 불참 속에서 경사노위를 출범시키면서 사실상의 결별 수순을 밝고 있다는 관측이 정치권과 노동계 안팎에서 제기됐었다.

그럼에도 민주노총을 이같이 끌어안으려고 한 데에는 좌우 진영에서 협공을 받으며 흔들렸던 참여정부 전철의 궤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문 대통령이 자신의 전통 지지층인 노동계를 배척하고 갈 수 없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오늘 민주노총의 빈자리가 아쉽다. 경사노위가 사회적 총의를 담아 많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민주노총이 빠른 시일 내에 참여해 주길 희망한다"며 "민주노총의 참여야 말로 노동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를 살리고 양극화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포용국가로 가기 위해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는 함께 협력해야 한다"며 "우리는 모두 개혁의 주체다. 자기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하는 게 아니라 대화와 타협, 양보와 고통분담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와 민주노총이 최근 최저임금 산입범위 문제, 탄력근로제 확대 문제 등 주요 노동 현안에 대해 극명한 인식 차이가 고스란히 표출되고,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일각에서는 참여정부 때의 데자뷔를 보고 있는 것 같다는 평가도 나왔다.

사실상 엇박자가 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21일 취임 후 청와대 세종실에서 주재한 제1차 일자리위원회 회의였다.

문 대통령은 노동계에 "새 정부에 요구하고 싶은 내용들이 아주 엄청나게 많을 것"이라며 "그러나 시간이 필요하다. 적어도 1년 정도는 시간을 주면서 지켜봐줬으면 좋겠다는 당부를 특별히 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측은 이틀이 지난 6월23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측과 만나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미루지 말고 추진해 달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등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현 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한 이견으로 갈등이 노출되면서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하고, 총파업까지 단행하며 현 정부와의 간극을 벌려갔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촉장 수여식을 마치고 참석자들과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문 대통령, 나지현 전국여성노조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2018.11.22.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촉장 수여식을 마치고 참석자들과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왼쪽부터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김병철 청년유니온 위원장,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문 대통령, 나지현 전국여성노조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2018.11.22.  [email protected]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노총과 전교조를 두고 더 이상 약자가 아니다"라고 밝힌 데 이어 12일에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민주노총과는 말이 안 통한다. 항상 폭력적인 방식을 쓴다"고 맹비난한 것 역시 정부와 민주노총이 밀월관계를 끝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민주노총은 지난 14일 지도부는 청와대 앞에서, 비정규직 대표단은 국회로 몰려가 농성을 벌이며 정부와의 갈등은 더 격화되는 모양새였다.

이에 청와대 내부에서는 더 이상 민주노총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흘러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실무진들 중심으로 현 민주노총 태도에 대해 아쉬운 목소리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민주노총에게 참여의 손을 내민 데에는 자칫 정부와 노동계와의 갈등이 격화될 경우, 국정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지난 참여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인 '운명'에서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양극화와 비정규직 대책에 뒀어야 했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그런 중요한 문제를 놓고도 참여정부와 노동계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함께 논의하지 못했다. 그 역시 참여정부의 한계로 작용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참여정부 시절 민주노총의 노사정위 참여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점을 언급한 대목이다.

또 "보수진영은 개혁과 복지한다고 공격하고, 진보·개혁진영은 제대로 못한다고 공격한다. 그렇게 좌우 양쪽에서 협공을 받는 정부 역시 참여정부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을까"라고 적었다. 노동계를 껴안아 쓰라린 경험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나름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노동계가 강하게 요구해 왔던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 문제를 언급한 것 역시 일종의 양보와 고통 분담의 차원에서의 달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ILO 협약 관련 법·제도 개선도 서로 양보하고 타협해 조속히 합리적 대안을 찾아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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