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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서 탁아원 운영하는 원불교 정승원 교무[이수지의 종교in]

등록 2024.05.04 11: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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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놈펜교당 청소년 10명과 한국 원불교 성지순례

[서울=뉴시스] 지난 2일 서울 동작구 원불교소태산기념관에서 만난 정승원 교무 (사진=원불교 제공) 2024.05.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2일 서울 동작구 원불교소태산기념관에서 만난 정승원 교무 (사진=원불교 제공) 2024.05.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캄보디아는 아직도 가정폭력이 굉장히 많이 일어납니다. 아이들을 부모의 소유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서울 동작구 원불교소태산기념관에서 만난 정승원 교무는 캄보디아 프놈펜 빈민촌 아이들의 인권을 우려했다.

"탁아원에 오는 그 조그만 아이들이 등에 손바닥만한 멍이 들어와서는 '여기 할머니가 때렸다'고 말해요. 부모들이 친구와 다툰 아이를 때리면 저희가 못 때리게 말리지만 부모님들도 그렇게 보고 자라서인지 가정폭력이 대물림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캄보디아에서 원당탁아원, 청소년 법회, 청소년 공부방, 보건소를 운영하고 있는 정 교무는 특히 "아이들이 생후 50개월이 지나 탁아원을 나가면 방치되지 않을까 최고 걱정스럽다"고 했다.

"생후 10개월에서 20개월 정도는 아이가 어리니까 그 부모들은 아이들을 보육 시설에 맡긴다. 하지만 50개월이 지나면 아이가 혼자서 거리에 돌아다니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4월9일부터 15일까지 약 1주일간 캄보디아 프놈펜교당 청소년 10명과 한국 원불교 성지순례 일정을 온 정 교무는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희망을 봤다"고 했다.

성지순례에 따라 온 청소년들은 남산타워, 한강, 롯데월드, 명동, 경복궁 등 서울 명소들을 구경하고 원불교 교당과 성지를 방문하며 한국 문화도 체험했다. 한국 방문을 통해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탔고 발전된 문화와 도시, 질서를 지키는 사람들을 보면서 문화적인 충격을 받았다. 바다를 처음 보는 아이도 있었다.

정 교무는 "아이들에게 대중교통 이용법,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방법, 한국 예절에 대해 알려줬는데 생각보다 잘 따라했다"며 대견해했다.

"사람들이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대중교통 이용 시 정숙하고 에스컬레이터와 지하철을 줄 서서 타는 모습을 아이들이 보면 비록 캄보디아에 돌아가면 똑같이 따라할 수는 없더라도 한국에서의 교육을 생각하게 되고 나아가 캄보디아 사회도 변화시켜 나가지 않을까 기대하게 됐어요. 교육이 제일 중요하더라고요."

[서울=뉴시스] 지난 2일 서울 동작구 원불교소태산기념관에서 만난 정승원 교무 (사진=원불교 제공) 2024.05.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2일 서울 동작구 원불교소태산기념관에서 만난 정승원 교무 (사진=원불교 제공) 2024.05.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정 교무는 지난 2002년 캄보디아 바탐방에 원불교 교당을 설립하면서 처음 가게 됐다. 그 후 한국에 잠시 귀국했다가 지난 2011년 다시 캄보디아 프놈펜교당에 부임했다.

원불교가 세계 교화 사업을 위해 캄보디아에서 개척한 교당은 바탐방과 프놈펜 두 곳에 있다. 그중 정 교무가 현재 일하는 프놈펜교당은 NGO 청수나눔실천회로 등록해 캄보디아 외무부와 보건부와 협력해 활동하고 있다.

주요 활동은 철거민 마을에 생후 10개월에서 생후 50개월까지 어린이들을 보육하는 원당탁아원, 청소년 법회, 청소년 공부방, 보건소를 운영하고 있다. 바탐방교당은 보건소 외에도 현지인들에게 태권도와 한국어를 가르치는 '오인환교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캄보디아 정부는 프놈펜 시내에 있던 큰 호수를 매립하고 개발하는 과정에서 호수 주변 빈민가에 있는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켰다. 원당탁아원은 그 철거민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정 교무는 폭력에 노출된 캄보디아 아이들을 보면서 가정교육과 보육기관의 지속적이고 일관되는 교육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가정과 어린이집에서 같은 내용의 교육이 동시에 이뤄지는데 캄보디아에서는 탁아원에서는 친구 때리면 안 되고 욕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지만 집에 가면 엄마가 아이를 때리고 욕하니 일관적이고 지속적인 교육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정 교무는 청소년들이 진학을 멈추고 노동 현장으로 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정 내 복잡한 문제와 경제적인 문제를 우리가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에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도록 장학금을 지원하는 건 저희가 해줄 수 있지만 아이 집에 빚이 많아서 그 빚을 갚아야 하는 걸 저희가 해결해 줄 수는 없잖아요. 그런 어려움들이 있더라고요."
[서울=뉴시스]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한 캄보디아 원불교 프놈펜교당 아이들과 함께한 정승원 교무 (사진=원불교 제공) 20205.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한 캄보디아 원불교 프놈펜교당 아이들과 함께한 정승원 교무 (사진=원불교 제공) 20205.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2일 서울 동작구 원불교소태산기념관에서 만난 정승원 교무 (사진=원불교 제공) 2024.05.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지난 2일 서울 동작구 원불교소태산기념관에서 만난 정승원 교무 (사진=원불교 제공) 2024.05.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정 교무에게 교육은 아이들에게 새 세상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교육은 아이들한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 동네에서만 살고 그 삶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고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알려줘서 아이들이 새 세상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게 하는 것이 교육입니다."

모든 아이가 자신의 꿈을 이루길 희망하며 기원했다.

"간절히 꾸는 꿈은 이뤄집니다. 우리 어린이들이 마음껏 꿈꾸고 희망을 품고 그 꿈을 키워 이뤄나가길 바랍니다. 어린이들이 꾸는 꿈과 희망은 아름답고 순수하고 평화로운 것들 뿐입니다. 그 모든 것이 이뤄지는 세상이 되길 바랍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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