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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지원 정책 재검토"…북미대화 교착 돌파구 될까

등록 2018.12.21 0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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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완화' 놓고 접점 못찾는 북미…비핵화 장기 교착 가능성

인도적 목적의 대북 지원, 미국인 방북 허용 시사로 '대화 유인'

北 바라는 제재 완화 아니지만 상응조치 중 하나로 文도 거론

전문가 "金위원장 신년사에서 입장 전하길 바라는 의도도 있어"

【인천공항=뉴시스】이영환 기자 = 스티브 비건(Stephen Biegun)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방한해 발언을 하고 있다. 스티브 비건 특별대표는 오는 20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양자 협의를 실시하고 21일 한미 워킹그룹간 2차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2018.12.19.  20hwan@newsis.com

【인천공항=뉴시스】이영환 기자 = 스티브 비건(Stephen Biegun)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방한해 발언을 하고 있다.스티브 비건 특별대표는 오는 20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양자 협의를 실시하고 21일 한미 워킹그룹간 2차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2018.12.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지현 기자 = 방한한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대북 인도지원 정책 재검토 방침을 밝힌 것은 북미 대화를 재개하자고 북측에 보내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이 비핵화 상응조치로 제재 완화를 일관되게 요구하는 북한에 인도지원을 명분으로 제재에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음을 시사해 북한이 내놓을 반응이 주목된다.

비건 대표는 지난 19일 입국하며 기자들과 만나 "다음 주에 워싱턴으로 돌아가면 미국의 민간·종교단체의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관한 정책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으로부터 들었다"며 "내년 초에 미국 내 원조단체들과 만나 적절한 인도지원 보장방안에 대해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이와 함께 "인도적 지원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미국인의 북한 여행 허용도 검토할 것"이라며 "미국은 지난해 초부터 미국인의 북한 여행 허가를 엄격히 제한했고, 이는 미국의 인도적 지원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북미 고위급 회담이 일정 문제로 연기된 이후 아직까지 열리지 못하는 등 비핵화 협상이 동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인도적 대북 지원과 미국인 방북을 통해 유인책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인도적 목적이라는 전제가 붙긴 했지만 대북 교류와 관련한 제재의 문턱을 낮출 가능성이 있어서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 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갈 용의가 있다고 밝혔고, 그 조치로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미국은 "비핵화 전에 제재 완화는 없다"고 맞서 북측의 불만이 커진 상황이다.

북측은 이를 근거로 미국의 실무회담 및 고위급회담 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지난 10일 국책연구기관 콘퍼런스에서 "미국 측에서는 최선희나 김영철에게 10번, 20번 넘게 전화를 했지만 평양으로부터 답이 없다고 했다"며 북미 간 대화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북미가 제재 완화를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해 북미 대화가 장기 교착 국면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인도적 지원이라는 유화 카드를 내밀어 지지부진한 비핵화 협상에 모멘텀을 제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달 들어 미국은 추가 대북제재와 인권 문제로 대북 압박을 강화했지만, 북한은 내부적으로는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제재 유지에 대한 민심 동요 차단에 나서고 있다.

인도적 대북 지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폭스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거론한 미국의 비핵화 상응조치 중 하나다. 문 대통령은 당시 "상응조치라는 것이 반드시 제재를 완화만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종전선언, 인도적 지원, 문화예술단 교류, 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예로 들었다.

북한이 바라는 경제 건설을 위한 대북제재 완화와는 거리가 있지만 미국이 대북제재로 북한 경제의 숨통을 조여 오다가 인도적 목적 지원은 예외를 고려한다는 것은 진전된 입장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대북제재 고삐를 놓을 수 없지만 인도적인 차원에서는 제재를 예외 또는 면제할 수 있다면 명분이 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정책 운용에 따라 대북제재 예외의 문턱은 더 낮아질 수 있다. 미국 CNN 방송은 "비건 대표의 여행 금지 재검토 대상이 인도적 지원에 국한되는지 전반적으로 해당하는지에 대해 답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를 의식한 듯 비건 대표도 "인도주의 단체들이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과 감시를 위해 국제적 기준을 충족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강온양면으로 미국이 보내는 대화 신호에 북한이 내놓을 응답이 주목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이 대화하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는 제스처이고, 다른 각도에서 보면 북한에 공을 던진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새해) 신년사를 통해 입장을 전하기를 바라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홍 연구위원은 "미국이 제재를 지속하는 한편으로 문턱을 낮췄기 때문에 북한도 회담 테이블에 나와서 제재 완화 타이밍 등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들어볼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반면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미국은 다음 달 하원이 열리면 북한 문제 청문회가 열릴 수 있어 다소 초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으로 나오고 있어 대화를 지연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 교착상태가 좀 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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