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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 이란 추가제재 파괴력 미미…유가 등 영향 제한적"전문가들

등록 2019.06.25 10: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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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캠프데이비드행 전용기 탑승 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19.06.23.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캠프데이비드행 전용기 탑승 전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19.06.23.

【서울=뉴시스】이재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등 이란 고위층의 미국내 자산을 동결하는 추가 제재를 단행했지만 이란에 주는 압력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 유가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백악관이 24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공개한 행정명령에 따르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최고지도자실은 물론, 최고지도자가 공직자로 임명한 사람 등은 미국내 있는 모든 자산의 운용이 금지된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란 외무장관이자 핵협상 수석대표인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도 제재 명단에 추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번 조치로 최고지도자가 통솔권을 쥐고 있는 이란 정규군 혁명수비대가 고사 위기에 놓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정하기도 한 혁명수비대는 건설, 통신, 자동차, 에너지산업 등을 영위하고 있고 자산 규모가 수십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제재로 일부 이란 고위 관리들의 국제 또는 유럽 금융시스템 접근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이들은 충분한 해외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고, 만약 있더라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이번 제재로 인한 추가압력은 '미미(minimal)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제재가 실질적인 효과는 거의 없고 오히려 미국과 이란간 긴장을 더 고조시킬 수 있다는 비판론자의 주장도 소개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중동 정책을 담당했고 국제분쟁 전문 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 회장을 맡고 있는 로버트 말리는 "모든 수준에서 비논리적이고, 역효과를 초래하거나 쓸모가 없을 것"이라고 트럼프 정부의 대이란 정책을 비난했다.

미국의 제재로 이란의 물가상승률이 50%까지 올랐고, 많은 이란인들이 경제에 불만을 갖고 있지만 권위주의 이란 지도자들은 자국 경제의 황폐화를 미국 정부의 탓으로 돌리면서 수십년간 제재를 극복해왔다는 이유에서다. 이란 당국자들이 미군 무인정찰기 격추와 같은 미국과 국제사회의 이해에 어긋나는 공격을 감행해 트럼프 행정부가 제재 완화에 나서도록 할 수 있다고도 꼬집었다. 실제 이란 해군 총사령관인 호세인 칸자디 소장은 전날 이란군은 영공을 침범하는 다른 무인기를 격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간연구기관 랜드코퍼레이션의 중동 전문가 달리아 다사 카예는 "이란의 모든 원유 수출을 통제하려는 노력은 오늘날 우리가 보고 있는 것처럼 (유가) 상승 사이클에 불을 지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압박을 통해)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수 있다고 하지만 이란은 도발로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대이란 제재와 압박으로 오바마 행정부가 체결했던 2015년 핵합의를 넘어서는 양보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은 틀렸다는 것이다.

실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자문역인 헤세메딘 아세나는 트위터에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면서 전제조건 없는 협상을 원한다는 미국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NYT는 대이란 제재가 지난달초부터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미국 관리들은 이란이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전략에 대한 보복으로 국제 유가를 올리고자 국제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유조선 등에 대한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경제방송인 CNBC는 전문가를 인용해 중동에서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지난주 국제 유가 기준유인 브렌트유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가 각각 5%와 10% 올랐지만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맥쿼리에서 석유와 가스를 분석하는 데이비드 휴이트는 CNBC에 출연해 "석유 트레이더는 여전히 미국과 이란간 또다른 충돌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1970년대 이란 정부에서 에너지 자문위원을 맡았던 페레이던 페샤라키도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작전을 계획대로 수행했다면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이 배럴당 5~10달러였을 것"이라면서 "현재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은 1~2달러에 불과하고, 실제로 충분히 높지 않다"고 말했다.

PVM오일 어소시에이츠 애널리스트인 스티븐 브레녹도 "유가가 급격히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회의적"이라면서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다시 고조될 경우 유가가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크게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쪽도 군사적인 충돌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한다"며 "따라서 그 지역에서 물자(원유) 공급이 지속적으로 중단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했다.

미국 마켓워치도 슈나이너 일렉트릭 수석 상품 분석가인 로비 프레이저를 인용해 "현재 미국의 제재로 인해 이란 원유가 사실상 세계 시장에서 퇴출됐기 때문에 새로운 제재가 원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했다. 단 "상황이 악화되면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원유 수송을 방해할 수 있다"고 여지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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