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진보가 진보를 공격?…'윤소하 협박' 드루킹과 닮은 꼴

등록 2019.07.31 04: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윤소하 의원실 택배 협박범 오전 구속영장 심사

법원 결정에 촉각…예상 깬 용의자 신분에 관심↑

극우집단 소행 의심했는데 한총련 전 의장 검거

공범 및 배후단체 나올 경우 사건 일파만파될듯

【서울=뉴시스】(사진=윤소하 의원실 제공).

【서울=뉴시스】(사진=윤소하 의원실 제공).

【서울=뉴시스】이윤희 기자 = 윤소하 정의당 의원실에 흉기와 협박편지가 든 택배를 보낸 혐의를 받는 서울대학생진보연합(서울대진연) 운영위원장 유모(35)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실질심사가 31일 열려 결과가 주목된다.  

'태극기 자결단'이라는 명의의 집단이 진보정당을 공격하기 위해 벌인 줄 알았던 이번 사건은 용의자가 오히려 진보를 표방하는 단체의 간부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은 이날 오전 협박 등 혐의로 체포된 유씨의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앞서 서울남부지검은 유씨 구속영장을 전날 청구했다.

유씨는 지난달 23일 윤소하 의원실에 커터칼과 함께 조류로 추정되는 사체, 플라스틱 통과 함께 협박성 편지를 담은 택배를 발송한 혐의로 이달 29일 체포됐다. 경찰은 "사안이 중하고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30일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 역시 의견을 같이했다.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하는 법원 판단에 높은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이번 사건이 보여준 '반전' 때문이다.

사건의 시작은 이달 초로 거슬러간다. 지난 3일 윤소하 의원실은 편지를 포함한 '협박택배'가 발견됐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편지에는 '윤소하, 너는 민주당 2중대 앞잡이로 문재인 좌파독재 특등 홍위병이 돼 개XX을 떠는데 조심하라', '너는 우리 사정권에 있다' 등의 문구가 붉은 글씨로 쓰여있었다. 이 같은 거친 언사와 '태극기 자결단'이란 명칭은 극우 집단을 떠올리게 할 수 밖에 없었다.

윤 의원은 지난 4일 BBS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소포를 보낸) 그분을 미워하기에 앞서 결국 대한민국의 저열한 정치 현실이 이런 것들을 낳고 있다고 봤다"며 "제가 오히려 미안했다"고 말했다. 문희상 국회의장까지 나서 "국민이 선출한 국회의원을 협박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전 행위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런데 경찰이 약 한달만에 검거한 용의자는 '진보 집단'으로 분류되는 단체의 간부였다. 유씨는 한국대학생총연합회(한총련) 의장을 역임했을 정도로 오랜 기간 진보진영에 몸담았던 인사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윤소하 의원실은 같은 성향으로 분류되는 단체 간부를 처벌해달라고 요청한 셈이 됐다. 소식을 들은 윤 의원이 황당해했다는 후문이 전해질 정도로 의외의 결과였다.

이같은 측면에서 이번 사건이 드루킹 여론조작 사건과 비슷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드루킹 사건은 문재인정부와 여당을 겨냥한 사이버 여론조작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수사를 의뢰한 사건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초 보수진영의 범행으로 의심했으나, 수사 결과 드루킹 김동원(50)씨는 친여권 성향의 인물이었다. 민주당의 수사 의뢰가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특검으로 이어질 정도로 역풍이 거셌던 사건이다.

만약 이번 사건도 공범이나 배후 단체 등이 있다면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유씨는 경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무고함을 표현하는 취지로 단식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