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품는다…'불황' 항공업계 구조조정 본격화(종합2보)

등록 2019.12.18 13:55:3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제주항공-이스타홀딩스, 18일 양해각서 체결

26일 실사 돌입, 31일 주식매매계약 체결 예정

불황에 구조조정 예상된 항공업계 구조개편 시작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품는다…'불황' 항공업계 구조조정 본격화(종합2보)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이 국내 LCC업계 5위권인 이스타항공의 경영권 인수에 나선다. 지속된 적자로 비상경영을 선포했던 이스타항공에 제주항공이 먼저 매각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최근 불황이 이어지며 구조조정이 예상됐던 항공업계의 구조 개편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LCC들은 일본 노선 감소에 따른 타격이 대형항공사(FSC)보다 훨씬 심각했다. FSC보다 일본 노선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항공협회에 따르면 국적 LCC들의 올해 10월 일본 노선 여객은 1년 전보다 약 53% 감소했다.

최근 국내 2위 대형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이 31년 만에 새 주인을 맞은 가운데,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지분 인수에 따라 LCC 업계에서도 지각변동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 추진 나서

제주항공은 18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이스타항공의 경영권 인수를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이날 양해각서에 따라 제주항공은 이달 31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계획이다. 인수주식수는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1000주이며 지분비율은 51.17%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 추진에 대해 "항공사 간 결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양사의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점유율 확대 및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이 같은 배경에서 이스타항공에 먼저 매각을 제안했으며, 이스타항공은 항공산업 발전을 위한 큰 결단의 차원에서 제안을 수용하고 현재 협상 중이라고 전했다. 제주항공은 이달 26일부터 1월9일까지 실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꾸준히 불거졌던 '이스타 매각설'…지분 매각 현실화

이날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의 발표 전부터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의 매각설이 끊임없이 불거졌다.

이스타항공은 보잉 737 맥스 8 기종의 운항 중단, 일본 노선 타격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대주주 매각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스타홀딩스 측이 지분 매각을 위해 국내 대기업, 사모펀드(PEF) 등과 접촉했다는 이야기도 업계 안팎에서 끊이지 않았다.

올해 들어 이스타항공은 업황 악화에 심각한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지난 2007년 설립된 이스타항공은 2016년까지 자본잠식 상태였다가 해외여행 증가세에 힘입어 2016~2018년 흑자를 기록했다.

 【렌턴(미국)=AP/뉴시스】1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주 렌턴 소재 보잉사 조립공장에 오만 항공에서 주문받은 보잉 737 맥스 8 항공기가 파킹돼 있다.  여러 국가의 항공사들이 최근 5개월 사이 두 번의 추락 참사를 낸 보잉 737 Max 8의 안전성 논란에 운항을 중단한 가운데 미 항공 당국은 여전히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기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2019.03.12.

【렌턴(미국)=AP/뉴시스】1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주 렌턴 소재 보잉사 조립공장에 오만 항공에서 주문받은 보잉 737 맥스 8 항공기가 파킹돼 있다.  여러 국가의 항공사들이 최근 5개월 사이 두 번의 추락 참사를 낸 보잉 737 Max 8의 안전성 논란에 운항을 중단한 가운데 미 항공 당국은 여전히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기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2019.03.12.



그러나 보잉기 운항 중단과 시장 경쟁 심화, 일본 노선 감소 등 악재가 겹치며 상황이 나빠졌다. 737 맥스 8 기종의 경우 리스 비용을 포함해 대당 월 7억~8억의 고정비가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은 계속된 실적 악화에 지난 9월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포했다.

하지만 경영난이 계속 되며 결국 매각을 염두에 두게 됐고, 제주항공 측이 먼저 지분 인수를 제안했다. 항공업계에선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공동 경영 체제가 시작되면 양측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단적인 예로, 이미 단거리 노선이 포화한 상황에서 양사 간 노선을 교차 활용할 수 있다. 또한 LCC 간 공동 경영이므로 중복 비용 해소와 더불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에 보다 수월할 것으로 점쳐진다. 다만 양사는 "아직 구체적인 공동경영 체제에 대한 내용은 논의 전"이라고 전했다.

◇"항공업계 구조조정 본격화…구조개편 준비도 필요"

한편 업계에선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추진에 따라 국내 항공산업의 구조 개편이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교수는 지난달 '일본 수출규제 대응 및 항공운송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대한 정책 토론회에서 이미 국내 항공시장에 구조조정 시기가 도래했다고 진단한 바 있다.

당시 황 교수는 "과거 미국처럼 현재 한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많은 항공사가 있다"며 "미국은 78년 당시 규제 완화가 되며 많은 항공사가 난립했고, 이후 파산과 부도, 인수합병 등 과정을 통해 정리됐다"고 했다. 미국은 과거 항공사 간 인수합병, 대형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인 바 있다.

실제로 항공업계는 앞으로 항공사들이 점차 대형화되고, M&A를 통한 구조 개편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준비 체제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항공업계가 전반적인 경영환경이 안좋아지며 구조조정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구조 개편 이후에 국제적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항공기 투자 세약 공제, 공항시설료 감면 등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며 한국에만 존재하는 갈라파고스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